이스탄불에서 여행의 마지막 밤

갈라타 타워와 탁심 광장에서 튀르키예 여행의 끝자락을 마무리하

by 김종섭

파묵칼레에서 열기구가 떠오르는 장관을 눈에 담은 후, 내일 아침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스탄불로 출발했다. 마지막 일정은 탁심 광장과 갈라타 타워 방문이다. 파묵칼레에서 이스탄불 탁심 광장까지는 약 549km 거리로, 차량 이동 시간만 6시간이 훌쩍 넘는 긴 여정이다.


이른 아침, 파묵칼레 마을을 빠져나와 데니즐리 시내 방향으로 향했다. 이 구간은 소규모 마을들이 이어진 시골길로, 트랙터와 로컬 차량이 오가는 좁고 굽이진 도로였다. 양방향 도로라지만 실제로는 차량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였고, 언덕을 따라 이어진 구불구불한 길은 도로라기보다 산책로에 가까운 인상을 주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기까지는 약 두 시간을 곡예하듯 운전하는 아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굽어진 도로에는 상대 차량의 진입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도로 반사경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아, 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지금까지 달려온 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속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었다. 휴게소는 한국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예상보다 깔끔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해결했다.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강아지 두 마리가 다가와 반겨줬고, 낯선 공간에서의 짧은 만남이 왠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후에는 이스탄불 도심에 도착해 잠시 ‘페네르바흐체 공원’에 들렀다. 바다와 맞닿은 이 공원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였고, 근처에는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명문 축구팀인 ‘페네르바흐체 스포츠 클럽’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민재 선수가 2021-2022 시즌에 활약했던 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클럽 내부는 특별한 전시보다는 리셉션 공간만 마련돼 있었지만, 그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며 짧은 추억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마지막 일정은 갈라타 타워와 탁심 광장이다. 두 장소는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차량 주차는 여전히 큰 도전이었다. 탁심 광장 인근 골목은 매우 협소해 차량 통행이 쉽지 않았고, 겨우겨우 주차 공간을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먼저 도착한 갈라타 타워는 14세기 제노바 상인들이 세운 석조 전망대로,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이스탄불 전경이 인상 깊었다. 타워 옆에는 한국-튀르키예 동맹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 서니 왠지 모를 감격과 뭉클함이 밀려왔다.

갈라타 타워에서 탁심 광장까지는 이스티클랄 거리(Isitiklal Street)를 따라 걸어갔다. 이 거리는 서울의 명동을 연상케 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거리 양옆으로는 다양한 상점과 노점, 그리고 성당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이슬람 국가 한복판에서 성당 건물을 만나는 경험은 이질적이면서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탁심 광장은 공화국 기념비가 있는 도시의 중심 광장으로, 이스탄불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오늘의 여정은 긴 이동으로 하루를 거의 다 소진한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아들은 6시간 넘게 운전을 해 피로가 컸을 것이다. 내일 아침 7시 30분 비행 편이라 새벽 5시까지 공항에 도착해야 했기에, 이스탄불 외곽의 공항 근처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숙소 근처에는 마치 이슬람교 본부처럼 웅장한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존재만으로도 지역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마지막 여행의 저녁은 주변 맛집을 검색했다. 아들은 케밥을, 우리는 치킨 요리를 주문했다. 음식과 함께 맥주도 곁들이고 싶었지만 식당에서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마지막 밤이기도 해서 아쉬움이 컸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아쉬움이 남아 마트를 두 군데 들렀지만 주류는 아예 진열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평소 다른 도시에서는 주류 구매가 가능했던 만큼, 이곳에서의 규제가 새삼 낯설게 다가왔다.


우리 세대에겐 여행에서의 먹거리와 술이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였기에, 마지막 날의 술 판매 제한은 다소 아쉽고 실망스러웠다. 튀르키예는 술 외에도 다양한 문화적·종교적 규제를 지닌 나라로, 외지인이 모두 이해하긴 어렵지만 고유한 문화를 지닌 국가라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내일은 새벽 4시 반 기상이다. 술에 대한 미련은 잠시 접고, 이제는 이 여행의 공식적인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오늘 하루는 길고도 강렬했다. 갈라타 타워와 탁심 광장에서 튀르키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했고, 이 여정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떠남의 아쉬움 속에서도, 마음 깊이 오래도록 남을 의미 있는 하루였다.


*여행기록 2025.5.14 오후 *페네르바흐체 공원*갈라타 타워*탁심 광장*숙소(공항인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