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공항, 다시 이산가족이 되다

9일간의 여정을 마치며, 아들과의 짧은 재회를 뒤로하고

by 김종섭

새벽 4시 반, 이슬람 서원에서 울려 퍼지는 아잔(Adhan)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밖으로 어스름한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오늘은 9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 오전 7시 반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터카를 반납하고 입국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아들과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다. 아들은 저녁 비행기라 공항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했다. 같은 비행 편이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일정 조율이 맞지 않아 우리는 아쉽게도 다시 이산가족이 되었다.

여행 첫날만 해도 시간이 넉넉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가버렸다. 수속을 밟는 동안 아들은 입국장 밖에서 우리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같은 여정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먼저 떠나고 아들은 홀로 남겨지는 사람이 되었다. 출국장으로 들어서며 아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의 마음도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서니 좌석이 한 자리 떨어져 배정되었다. 빈 좌석이 많은 편이었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항공사가 좌석 업그레이드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올 때는 자연스럽게 나란히 앉았기에 비교가 되었다. 다행히 옆자리 승객이 자리를 바꿔주어 우리 부부는 함께 앉을 수 있었다. 짧은 비행시간임에도 간단한 기내식이 제공되었지만,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라운지에서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음료 한 잔으로 대신했다.


3시간 반의 비행 끝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밴쿠버행 비행기로 환승해야 했고, 대기 시간은 4시간 남짓.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공항 밖으로는 나가지 않고 연결 통로를 통해 이동했다. 아들이 미리 스카이라운지 이용권 두 장을 보내주었기에 라운지를 이용하려 했지만, 탑승 2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에 라운지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라운지 외부 휴게 공간은 와이파이 속도가 너무 느려 인터넷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공항 시설은 전반적으로 낡은 느낌이었고, 편의시설도 오래되어 정이 가지 않았다. 비행 2시간 전, 드디어 라운지에 들어갔다. 음식은 기존 다른 공항 라운지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간단한 식사제공과 빵과 음료, 맥주와 위스키 정도가 전부였고, 한국 공항 라운지와 비교하면 격차가 꽤 크게 느껴졌다.


탑승구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탑승권이 자동문에서 인식되지 않고 경고음이 울린 것이다. 항공사 직원은 가지고 있는 수화물에 대해 추가 요금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사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8kg까지 조정해 두었고, 나는 단지 그 배낭을 대신 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내가 영수증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지만, 직원은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고 요금부터 지불하라고만 했다.


규정을 어긴 부분이 있다면 일정 부분 책임을 느껴야겠지만, 같은 일행이 짐을 나눈 것이 전부였기에 너무 기계적인 대응은 아쉬움이 남았다. 직원의 말투는 다소 단호했고, 여유보다는 원칙만을 강조하는 인상이 강했다. 탑승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였을까, 결국 특별한 조치 없이 탑승이 허용되었고 우리도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여행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마지막 비행에서 겪은 작은 불편과 아쉬움이 여행 전체의 인상을 흐릴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하며 긴 여정은 마무리되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가슴 깊이 남은 추억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들과의 짧은 만남, 그리고 긴 이별은 이번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다만, 마지막 날 탑승한 항공사의 직원 대응은 아쉬움을 남겼다. 좋은 기억들 속에 작은 옥에 티처럼 남았지만, 전체적인 여행의 의미를 흐리지는 못했다.


*여행기록 2025.5.15 *이스탄불 공항-*프랑크푸르트 공항-*밴쿠버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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