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분양받기로 했습니다

양치기 견 보더콜리(border collie)

by 김종섭

작은 아들은 저녁식사가 끝난 후에도 식탁을 떠나지 않고 있다. 왠지 어색한 표정이 발견했다. 무엇인가를 작심한 듯, 간절하게 부탁할 눈치이다.

잠시의 침묵가운데 아들이 이내 말문을 열 시점이다. 아들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하고 무엇인가 일방적으로 작심한 통보가 선전포고가 내포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순간 받았다.


"아빠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들의 말에 아내의 표정이 굳어져 가기 시작했다. 아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격양된 목소리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안돼!!"

아들은 엄마의 의사를 예상했던 터라 별다른 동요 없이 무덤덤한 표정이다. 아들은 이러한 엄마의 완고함을 알고 있기에 아빠의 지원군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다.

아내의 완고함에도

"아빠는 좋아"라고 의사를 밝힌 것이 최종적인

결정의사가 된 듯하다. 아들은 아빠의 권위를 먼저 생각하고 아빠의 결정이 떨어지면 엄마의 반대 의사는 무기력하게 할 수 있다는 계산식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일단, 가장의 승낙이 결정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아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들아! 그래도 아직까지 가장의 결정이 아직도 필요한 것은 네가 아빠를 가장으로

인정해 주었기 때문이겠지"

혼자의 중얼거리는 독백이다.


작은 아들은 성인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아내는 아들이 줄곧 강아지를 키우자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호하게 거절을 해왔다. 단, 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게 다는 말로 아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사실 몇 해 전 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겨 생활을 했었다. 아들은 주택으로 이사 가던 날 강아지를 키울 희망에 들떠 있었지만 아내는 주택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아지는 털이 많이 빠져 위생 및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아들을 설득했다.


오늘은 작심이나 한 듯 아들은 반려견을 키워야겠다고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아빠의 의견을 물어보는 순간에 아내의 표정을 읽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아빠의 결정이면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아들은 강아지를 키우기 위한 세 가지의 옵션을 들고 나왔다. 첫 번째로 강아지 분양 비용은 물론 양육에 대한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한다. 두 번째는 개털을 청소하기 위한 흡입력 좋은 청소기를 사서 엄마가 걱정하는 털과의 마찰을 최소화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일주일에 두 번씩 집안 전체를 청소하겠다는 약속이다.


아들이 들고 나온 세 번째 청소에 대한 약속은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들 방을 들여다보면 벗어 놓은 옷은 마치 몸만 빠져나간 모양으로 여기저기 균형의 형태를 잃어버린 옷가지는 방안에 질서를 파괴하고 있었다. 비단 옷뿐만은 아니다. 손으로 가볍게 쓰레기통으로 갈 수 있는 사소한 쓰레기 부분까지도 게으름에 방안 가득 어지럽혀 있다. 방안은 마치 돼지우리라는 표현을 써도 과한 표현은 아닐 듯한 상태이다. 가끔은 아들방을 더 이상 방치할 수가 없어 청소를 해주어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청소 전 제자리를 찾아가기 일쑤이다. 새로운 파충류를 키울 때나 물고기를 키울 때도 한결같이 주변 정리는 고스란히 아내 몫이었다. 강아지를 키워도 결국 아내 몫이라는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아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늘 강아지 분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반대 의사를 고수해 온 또 다른 이유도 이면에 깔려 있었다.


결국 십 년 넘게 강아지 분양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던 아내는 아들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엄마와 아들이 오랜 기간 팽팽하게 맞서왔던 강아지 분양이 결국 아들의 승리로 끝나고 만 것이다. 애완견을 분양하기로 결정된 후 분양계획 속도가 가속화되었다. 다음날 아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강아지 분양하는 농장을 가자고 한다. 차로 한 시간 이상 넘게 달려 오후 5시경 농장에 도착했다. 낮에 길이가 짧은 동절기 탓도 있겠지만 더더구나 날씨가 흐린 탓에 5시가 겨우 넘은 시간은 사방이 온통 암혹의 세상과 같은 낯선 농장을 마주했다.

분양받을 보더콜리(생후 4주)

농장에 가면 다양한 견종이 분양견이 준비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 많은 견종 중에 마음에 드는 견종을 선택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갔는데 생각이 빗나갔다. 농장에는 생후 4주 차에 접어들고 있는 보더콜리 새끼 8마리가 방문한 농장에 전부였다. 그중 6마리는 이미 분양이 완료된 상태였다. 남은 수컷 두 마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소형견 정도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왔는데 뜻하지 않게 보더콜리 중견으로 선택의 결정권도 없이 이미 결정이 된 상태이다. 아내와 아들은 분양을 허락하기 전 분양을 받는 다면 소형견이 아닌 중견 정도의 견종이 좋다는 것에는 의견을 일치한 모양이다. 사실, 아내도 나와 같이 당연히 아담한 소형견을 선호할 것이라는 생각 했는데 생각했던 취향이 빗나간 것이다. 물론, 분양 결정전 견종을 어떤 것을 선택할지 서로 충분히 절충안을 가졌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한 불찰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쉽기는 하지만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온 느낌으로 남은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선택했다.


한 달 후에 강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으로 농장 측과 합의를 하고 분양 대금으로 아들은 지갑에서 200불을 꺼내어 보증금(Deposit)을 지불했다. 당장이라도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심정이긴 하지만 생후 8주까지는 분양할 수 없다고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한 달 이후 다시 농장을 찾는 것으로 일단락 마무리했다. 아들은 반려견 분양에 관한 허락을 얻어내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두고 집에 최후통첩을 알린 듯하다.



차를 운전해 오면서 아들은 연신 싱글벙글하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로 흥분되어 있었다. 세상 태어나서 오늘처럼 설렌 적이 없다고 환호한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 까지도 줄곧 애완견을 키우고 싶어 했던 많은 시간을 인내한 결과로 얻어낸 결실의 기쁨인지도 모른다.


강아지가 집으로 오기 전에 미리 이름을 지어야 할 것만 남았다. 그런데 가족에게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 고기"라는 이름을 짓어 놓았다고 이 또한 가족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다. 강아지의 이름이 고기라는 말에 귀를 의심하고 다시 물어보았다.

제차 물어보아도 강아지 이름이 고기라는 이름이 맞았다.

"왜 하필이면 고기라는 이름이야. 이쁘고 좋은 뜻을 가진 이름도 많은데"

아내는 고기라는 이름에 매우 실망스러워했다.

"혹시 산책하다가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이냐고 주변 사람들이 물어보면 어떻게 설명을 하라고 "

아내는 황당한 이름에 실망감과 함께 난감한 모습이 영역했다.

아들은 외국인이 물어보면 그냥 고기라고 답하면 된다고 한다. 혹시 한국 사람들이 물어보면 고기(Meat)라는 뜻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영어 발음상 좋아 보여 Gogi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을 하면 된다고 설명할 과정을 말해주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외국 생활을 해 온 까닭에 언어적인 사고가 우리와는 분명 차이점이 있긴 했다. 한국 언어가 아닌 발음하기 좋은 외국식 발음을 먼저 염두에 둔 것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뜻으로 고기라는 이름은 한국인들 누가 들어도 적당하지 않은 이름임에는 틀림없다. 강아지를 전적으로 키운다는 견주가 아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의견을 존중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내는 아무리 생각해도 고기라는 이름을 인정할 수 없었다보다. 한국에 있는 큰아들에게 지원군을 요청한다. 형이 어쩌면 동생의 생각을 바꾸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준우야 입양하는 개 이름을 고기라고 부른데 네가 동생한테 잘 설득해 봐"

"엄마!! 생각 돌리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큰애에게서 한술 더 뜬다.

"엄마 김치 어때ㅋㅋ "

"고기가 앞으로 셋째 아들이 되는 거니까 돌림자 우자를 써서 이름을 지으면 더 애착이 갈 텐데ㅋㅋ "

"고기가 엄마 성인 고씨 성을 따르는 군 ㅋㅋ효자네"

큰아들도 황당했는지 농담 섞인 카톡을 계속 보내왔다.


강아지가 집으로 데려오기까지 앞으로도 한 달이나 남아있다. 아들은 벌써부터 인터넷으로 강아지 용품을 구매하기에 바쁘다. 이미 개 줄이랑 목걸이에는 Gogi라는 이름을 새겨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인터넷에 보더콜리견이라고 검색하여 많은 사진을 찾아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려 아들 핸드폰에 문자로 전송시켰다. 별다른 내용 없이 금방 답장이 왔다. 기분이 최상의 상태인 듯하다.


한 달 후이면 애완견이 집으로 돌아와 새 식구가 된다. 새로운 식구를 받아 드릴 생각에 아내와 나는 왠지 심란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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