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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Mar 15. 2021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들이여 힘냅시다!!

가정에서의 가장의 존재감은 어떤 것일까,

요즘은 쉬워갈 시간이 되면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취미라고 생각할 정도의 수준까지는 아니고 이제 겨우 흥미를 느껴가려걸음마 단계이다. 오늘은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다가 문득 기도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누구나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부터 왠지 경건해 온다.


가끔은 일러스트로 그린 그림을 가족 카톡방에 보내 근히 평가를 받길 원했다. 사실 별다른 반응이 주어지지 않으면 기대 이상의 서운함을 느끼는 애들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잠시 그려낸 기도하는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려진 그림과 함께 그림 아랫부분에  "우리 가족 행복하기를"이라는 짧은 문구를 써서 가족 카톡방에 보내어 놓았다.


 잠시 후 아내가 제일 빠른 반응을 보여 왔다.

"아빠만 행복하면 다 행복해"

아빠인 나만 행복하면 다 행복하다는 말에 순간 뜻하지 않은 의미를 파악하고자 고민에 빠졌다.

 

가족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요즘은 예민하게 다가온다. 쉽게 넘길 수 있는 말 까지도 깊게 풀어가려 하는 안 좋은 습관이 언제부턴가 까닭 없이 생겨났다. 앞뒤 분별력 없는 자유로운 생각에 마음만 심란해져 옴을 느껴간다.


"왜 나만 행복하면 다 행복할까?"

카톡의 내용을 곱씹어 보아도 정확한 의도를 읽어낼 수가 없었다. 생각이 예민한 탓일까,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웃어넘겨도 될 이야기에 괜스레 목숨 거는 느낌이다.

"아빠 영향력이 크니까"

잠시 후 아내의 생각이 전해졌다.

아내는 매사에 가장이 행복해야 온 가족이 당연히 행복하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 아내의 말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가정이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주체가 남편 위주로 되어 가는 가정이 대분이고 그것이 가정의 당연한 법칙처럼 알고 지켜가며 살아왔다. 하지만, 가장은 가장으로서의 전부가 되어가는 가정 행복의 흐름과 맞물려 자식이 잘되어야 가정이 화목하다는 또 다른 자식의 역할까지도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별 뜻 없이 일상적인 대화 내용을 가지고 괜한 자격지심에 예민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별거 아닌 말에 반응을 보여왔던 내 나름대로의 이유는 분명 있었다. 이유의 단면을 살펴보면 자격지심일 수도 있고 의기소침이 맞을 수도 있다. 사회는 정년을 60세 이내로 규정해 놓고 있다. 지금 나는 정년에 근접해 다. 나이와 상관없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전문직도 아니다. 그렇다고 사실 어떠한 것을 희망이라는 바람을 가지고 도전해 볼 나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이 탓만 하는 책임감 없는 가장은 더욱더 아니다. 요즘은 태연한 척, 아무 일 없는 척. 고민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혼자의 고민으로 감춘다.


어쩌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가장 답지 않은 옹색한 표현이자 변명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나 자신도 모르게 나이가 들어가는 느낌을 한꺼번에 미련 없이 내 던져 버리 인정을 하려 한다. 어떤 순간에는 주어진 일마저 쉽게 포기하고 싶은 무기력함이 생겨나기도 한다. 결국엔 늙어간다는 나약함의 생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도 나는 의미 부여점을 찾으려 했다. 이 시대의 가정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나와 같은 시기에 놓여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엇인가에 의미를 부여하고 굳이 결론의 답을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좀 더 엄격해질 수 있는 나를 만나는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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