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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un 11. 2021

노후의 쓸쓸함에 대하여

노부부가 이사 가던 날

이웃에 계신 노부부가 오늘 이사를 셨다. 수십 년 동안  정든 주택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당신들은 조그마한 아파트를 마련해 떠나셨다. 집의 크기에 비해 이삿짐이 그다지 많지 않다. 오늘 같은 날을 염두에 두 오래전부살림살이 하나하나를 정리해 나가신 듯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한 날씨다. 다행히 이사가 끝나갈 무렵까지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흐려진 날씨만큼이나 이사하는 풍경이 쓸쓸해 보였다. 이사를 떠나는 노부부 집에는 주변 지인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노부부의 집을 대물림받은 자식마저 이사가 끝나가는 시간까지도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단지, 이삿짐센터 직원들만이 노부부의 손길이 담긴 이삿짐 물건옮겨 가기에 분주했다.


이사라는 사전적인  뜻은" 사는 곳을 옮김"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명시되어 있다. 주변에 지인이 이사를 해도 이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친분이 있을 경우에 이사를 떠나는  정도쯤은 예의상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한참 동안을 창가에 몸을 기대 선채 창문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이삿짐 풍경만을 물끄러미 눈으로 움켜쥐고 서있었다. 삶도 멀지 않아 노부부의 모습처럼 닮아 갈 것이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는 것이 별반 없는 인생인데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한숨 섞인 인생무상함의 생각 길게 내 젖는다. 어쩌면 멀지 않아 다가올 날에 대한 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젊었을 때에는 저 큰 집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열정적인 삶을 살았을까, 자식들의 웃음소리가 매일 같이 담장을 넘었을 것이다. 지금은 집안정막 하다. 문을 열고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데 노부부의 불편함이 다가설 것 같은 느낌에 망설여진다. 그런 마음과 행동은 분명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


누구나 세월이 가는 시간 앞에 어김없이 의무감 없이 자연스럽게 먹어가는 것이 나이라고 했다. 발버둥  거부할 수 없는 정직한 시간임을 알기에 사람들은 순응해야 했다. 시간을 탓해도 세월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은 오랜 시간의 흐름 끝에 노년기를 맞이하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천년만년 살 것처럼 의욕이 충만되어 세상 무서움 없이 살았을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행동도 내 것인 양 서슴지 않는 거친 시간을 사실 보내왔다. 삶의 방식보다는 자기 편한 것 위주의 질주가 더 값진 삶으로 착각했던 오류의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뒤늦게 후회라고 말을 했다.


인생을 늘 완벽하고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되돌아 현실과 부딪치다 보면 부족함 부분이 생겨난다. 문제를 해결하려 도 때론 풀려 가지 않는 오답을 가지고 문제의 답을 구해 내려하는 어리석음도 한몫을 하고 나섰다. 내어 주어야 하는 것 마저 마치 제 것인 양 욕심으로 살아온 시간이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받는 것에 익숙하고 주는데 인색한 삶이 혹시나 안일한 욕망을 키워간 것은 아닐까,


노부부의 이삿짐 차가 쓸쓸함을 싣고 떠나간다. 일몰의 시간을 보는 듯하다. 내일은 노부부가 이사하는 새로운 집 창가에 탐스러운 아침 해가 떠오르길 진심의 마음을 담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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