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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나폴리로, 고대와 바다의 여정

12일간의 이탈리아 여행 11차 마지막 날이다

by 김종섭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여행 11일 차 이탈리아 로마→나폴리 → (230Km 3시간 30시간)→폼페이(25Km.40분)→소랜트(26Km.50분)→(총 거리 281Km.5시간)


3일간의 로마 투어를 마치고, 아침 일찍 렌터카를 예약한 장소로 향했다. 오늘이 이탈리아 여행 중 마지막 날이다. 승용차를 대여한 후의 시간은 7시, 나폴리로 출발하기 위해 고속도로에 올랐다. 크리스마스 연휴라 고속도로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정체를 겪고 있었다. 마치 한국의 설 연휴와 같은 상황이었다.


차가 밀려 서 있는 동안, 3km 전방에 휴게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정체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 휴게소로 진입했다. 그러나 그곳도 상황은 그리 나아 보이지 않았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복잡해, 도로 사정과 별 차이가 없었다. 결국 다시 차를 돌려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고속도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예정된 도착 시간인 3시보다 1시간 반이 더 늘어난 4시간 30분 만에 나폴리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만큼 여행의 추억을 더 깊이 새길 수 있었다.

나폴리(Napoli)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역사 깊은 도시로, 이탈리아 통일 전까지 양시칠리아 왕국의 수도였다고 전해진다. 로마와 밀라노에 이어 이탈리아의 제3의 도시로, 시드니, 리오 데 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도 알려져 있다. 빛나는 태양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나폴리는 그 자체로 여행자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산타루치아 항구도시로 몰려들고 있었다. 나폴리에 도착한 첫 번째 느낌은 며칠 전 방문한 이탈리아 제노바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두 도시 모두 항구 도시로서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그 도시의 윤곽이 거의 흡사하게 이어져 있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나폴리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음식은 피자이다. 그중에서도 나폴리는 피자의 본고장으로, 피자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나폴리가 생각날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나폴리를 기억하기 전에 아마도 그곳에서 맛볼 피자가 떠오를 것이다. 로마에서 일찍 서둘러 출발한 후, 나폴리에 도착해서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고속도로 상황에 시간 지연이 생겨 결국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침을 거른 배는 그야말로 극심한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우선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식당 내부는 여전히 한산한 분위기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늦은 아침을 먹고 도착한 것 같았다. 덕분에 자리 선택에는 자유로웠고, 우리는 좋은 위치인 창가 자리를 선택했다. 식당 한편에서는 화덕에서 피자가 구워지고 있었고, 식당 주인의 허락을 받아 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았다. 피자의 향기와 따뜻한 분위기가 여행의 피로를 한껏 덜어주었다.

피자와 오징어 튀김. 바다새우.문어회

메뉴판에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었다. 지중해 연안 도시답게 시푸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우리는 그 지역 특색을 살려 피자를 메인 메뉴로 선택했다. 나머지 음식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각자 주문했다. 오징어 튀김, 바다새우, 문어회 등 여러 가지를 골고루 주문해 보았다.

피자의 본고장에 와서 맛본 피자는 정말 특별했다. 고향에서 맛보는 듯한 진심이 담긴 피자였다. 그 맛은 분명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고유의 맛이 있었지만, 솔직히 특별한 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 지역만의 독특한 맛과 분위기가 주는 인상이 커서일지도 모르겠다. 미각이 뛰어나지 않은 부분은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겠지만, 확실히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피자의 진면목을 만끽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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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배는 고요하고 마음은 가벼워졌다. 포만감이 있기에 발걸음도 가볍고, 컨디션도 만족스러웠다. 산타루치아 해변을 거닐다 보니 바람이 불고, 아쉽게도 날씨는 흐려졌다. 여행 내내 맑은 날씨를 즐겼던 터라, 흐린 하늘을 보는 건 오랜만이다. 처음 방문하는 도시였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음악의 고장, 이탈리아 답게 여행 중에는 종종 버스킹을 만날 수 있었다. 그때마다 귀가 행복해지고, 이국적인 풍경 속에 깊은 여운이 남았다.


오늘 여행지에서도 버스킹은 특별한 느낌과 함께 음률을 전해주었다. 해변을 마주한 한 노인분은 80세는 훨씬 넘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지식은 없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에서 60년대 이탈리아 가요의 향기가 느껴졌다. 아마도 그의 나이와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가 그 당시 음악의 느낌을 떠오르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폼페이 화산 유적지

산타루치아 항구에서 넓고 멀게 펼쳐진 풍경을 눈에 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음 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은 종종 의미를 우선으로 부여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데, 그럴 때면 겉핥기식으로 지나치는 장소들도 생긴다. 해변의 아름다움을 잠시 담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폼페이로 향했다. 출발한 지 30분 만에 도착했다.

폼페이(Pompeii)는 행정 구역상 나폴리 광역시 폼페이 코무네에 속한다. 서기 79년, 고대 폼페이는 예기치 않은 화산 폭발로 최후를 맞았다. 불과 15분 만에 모든 것이 폐허가 되었다. 화산 폭발로 남은 유적지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현상’ 앞에서 인간은 종종 참혹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거대한 도시가 단 15분 만에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 인간의 존재감이 얼마나 미약한지 실감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다가올 재앙이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닥칠지 알 수 없지만, 이 유적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흥미보다는 슬픔과 아픔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폼페이는 한때 농업과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로도 알려져 있었다. 오늘 오후, 빠르게 일정이 진행되었지만, 볼거리가 풍성한 만큼 시간을 온전히 할애할 수 없어 유적지를 짧은 시간 안에 둘러보았다. 그만큼 투어의 의미는 단시간에 많은 것을 보는 데 집중되었고, 폼페이가 주는 역사적인 무게감과 감동은 시간이 짧았음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폼페이를 떠나 차로 50분 만에 도착한 쏘렌토. 펼쳐진 바다의 절경을 한 번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담는 데도 한계가 있었고, 사진으로 남기기에는 그 멋진 구도를 완벽히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매번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의 장엄함은 카메라로 완전히 담을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쏘렌토 하면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먼저 자동차 이름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쏘렌토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해안 도시이다. 크리스마스 2부를 하루 앞둔 쏘렌토 시내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어릴 적부터 느꼈던 추운 겨울의 정취가 있어야 비로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나에게, 쏘렌토의 온화한 겨울 날씨는 다소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 따뜻함 속에서도 곳곳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쏘렌토의 매력은 역시 해변을 중심으로 펼쳐진 풍경과 독특한 건축물의 조화에 있다. 나폴리만을 내려다보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고풍스러운 건축물,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리고 중세 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으로, 고즈넉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이탈리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따뜻한 햇살 아래 해변 주변의 상점들은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카페와 레스토랑은 커피와 음료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풍경 속에서 아내는 주스를, 아들은 콜라를, 저는 생맥주 한 잔을 주문하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하지만 오늘 최종 숙박지까지 몇 시간을 더 달려가야 했기에 쏘렌토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곳의 매력을 더 오래 느끼고 싶었지만, 여행이란 늘 짧게 느껴지는 법이다.


쏘렌토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로마로 향하는 길은 아침의 고속도로 상황과 달리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로마에 도착해서는 렌터카를 반납했는데, 한국에서처럼 꼼꼼하게 차량 외관을 점검하지 않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마도 이런 작은 부분에서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것이 여행의 묘미일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직접 운전하며 여행지를 누볐기에 여러 곳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었다. 차량 반납 후에는 도보로 15분 거리의 호텔로 이동했고, 며칠 전 들렀던 중국 음식점을 다시 찾았다. 여행 중 대부분 이탈리아의 현지 음식을 즐겼다. 중국 음식은 한국음식과 비슷한 맛의 느낌을 가져와 그 자체로 큰 위안이 되었다. 여행 중에 한국음식을 먹을 기회가 없었다. 한국 음식이 주는 익숙함과 그리움이 얼마나 소중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늘 하루도 투어 설명과 운전을 도맡아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12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쏘렌토에 대해 잠깐 추가 설명

쏘렌토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아말피 해안의 관문으로 불린다. 이 도시는 고급 리조트와 아름다운 절벽 풍경으로 유명하며, 레몬의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쏘렌토에서 맛보는 레몬첼로는 특히 유명하다. 또한, 고대 로마 유적, 고풍스러운 골목길, 해변을 따라 늘어선 상점과 카페가 여행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나폴리, 카프리 섬, 포지타노 등 주변 명소와 연결성이 좋아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삼기에도 최적의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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