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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도 군밤장수가 있다

이탈리아에는 군밤 장수는 있어도 군고구마 장수는 없다.

by 김종섭

겨울철에는 군밤과 군고구마, 호떡이 함께 길거리 간식으로 각광받던 시대가 있었다. 먹거리 문화의 변화는 빈곤 사회에서 풍족 사회로 전환되면서 차츰 길거리에서 맛보았던 먹거리 문화의 정취가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현대 사회는 먹거리가 풍부하여 맛과 영양식 의존도가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시대로 변모해 갔다. 물론 위생 문제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옛것에 대한 걸쭉한 먹거리 추억을 아직도 아쉬워하는 세대가 존재하고 있다.


로마 파티칸 투어를 가는 도중, 인도가 접한 건물 외벽 공간에서 군밤을 굽고 있는 군밤 장수를 발견했다. '군밤장수'라는 말을 오랜만에 불러본다. 왠지 어감이 약간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옛 추억을 소환해 내는 언어로는 제격인 듯하다. 군밤장수를 보는 순간, 한국에만 군밤 장수가 있다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유럽에서도 군밤 장수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탈리아 여행 도중 군밤 장수를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길거리와 관광지에서 군밤 장수를 몇 차례 지나쳐 갔다.

한봉지에 5유로

군밤 가격이 비교적 비싼 편이다. 물론 군밤을 사 먹던 시절과 비교하면 물가 상승 요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과거 한국에서 사 먹을 때의 가격대에 비해 비싸 보이는 느낌은 있다. 군밤은 5유로, 10유로, 15유로 3가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5유로 하는 군밤을 한 봉지 샀다. 둘둘 말린 봉투에 군밤을 담아 주었는데, 그 봉투는 번데기를 담아 주던 그 시절의 봉투 모양과 거의 흡사하게 닮았다. 봉투 안에는 대략 10알이 채 되지 않는 군밤이 들어 있었다. 5유로면 한국 돈으로 7천 원이 넘는 가격을 감안하면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군밤을 굽는 방식도 한국과는 다르게, 미리 많이 구워 놓아 수분이 거의 빠져 있어 씹을 때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군밤장수는 일단 맛보다는 군밤을 많이 팔기 위한 판매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비치어졌다.


이곳 군밤대로의 특색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지만, 여전히 한국 군밤과 비교하면 그 맛과 풍미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군밤의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느낌이었고, 그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맛의 깊이나 풍미에서 한국 군밤만큼의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군밤은 생각했던 기대만큼의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잊고 있던 군밤의 추억을 얻어 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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