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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끝없이 매력적인 여정의 끝

여행의 끝, 다시 날개를 접는다

by 김종섭

■2023년 12월 24일 수요일- 여행 12일 차

이탈리아 로마→밴쿠버 공항→ (13시간 반)


새벽 4시, 시차에 관계없이 눈을 떠버렸다. 눈을 뜨자마자 떠오른 것은 12일간의 이탈리아 여행에서 담아낸 수많은 기억들, 그중 눈과 마음에 새겨졌던 순간들이다. 이번 여행길은 마치 내 삶의 한 페이지처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세상은 참으로 넓고, 사람의 능력은 위대하다는 결론을 얻으면서, 나는 이 여행이 내게 주었던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끝난다는 사실은 어딘지 애절하게 다가왔다. 12일간의 이탈리아 여정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호텔에서 짐을 챙기고 공항버스를 타고 로마 공항으로 향했다. 로마 공항에서 밴쿠버로 가는 직행 비행 편이 없어, 우리 부부는 경유지인 몬트리올행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사실, 밴쿠버에서 이탈리아로 올 때는 토론토를 경유했지만, 이번에는 몬트리올을 거쳐야 했다. 같은 캐나다의 도시이지만, 몬트리올과 밴쿠버는 이렇게 먼 거리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몬트리올에서 밴쿠버까지의 비행시간이 무려 5시간 반이나 걸린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서울에서 제주까지 1시간 30분 정도를 날아가는 거리와 비교해 보니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떠나면 이렇게 긴 시간을 다시 돌아오는구나'하는 쓸쓸한 느낌이 함께 밀려왔다.


로마 공항에서의 마지막 이별, 큰 아들과의 작별은 우리 부부 마음에 더 큰 아픔을 남겼다. 아들은 한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행선지가 달라서 로마에서 다시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공항에서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우리 부부는 먼저 탑승해야 했고, 큰 아들은 공항에서 무려 8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아들을 두고 떠나는 그 순간, 마음 한편이 무겁고 아쉬웠다. 그가 남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 아이가 이렇게 멀리 떠나는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려왔다. 큰 아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의 떠남을 이해했지만, 우리 부부 마음속에는 끝내 떨쳐낼 수 없는 그리움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최종 도착지인 밴쿠버 공항에서 작은 아들과의 만남은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 부부를 작은 아들이 공항에서 마중해 준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가 내게 한마디 던지며 나를 반갑게 맞이한 "아빠, 작은 아들이 공항 마중도 나오고 좋지요?"라는 말에, 내 마음은 그 어떤 말보다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이번 여행지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중요한 순간, 이탈리아의 순백의 눈 속에서 내가 남긴 첫 발자국을 떠올린다. 하얀 눈이 덮인 거리에서 첫 발을 내디딜 때의 그 느낌은 마치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첫 발자국은 세상 어디에도 나와 같은 사람이 다시는 남기지 못할 독특한 흔적이었고, 그 순간이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 알 수 없었다. 그 발자국을 통해 나는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남이 지나간 길과는 다른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며, 모든 것이 새롭고 신비롭게 다가왔다.


큰 아들과의 아쉬운 이별을 뒤로하고, 작은 아들의 마중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 12일간의 여행을 마친 기분은 그 어떤 여행의 끝보다도 더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 여행이 내게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주었던 수많은 감동과 깨달음,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 순간까지 여전히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2023년의 크리스마스이브, 밴쿠버에 도착했을 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던 감동은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 속에 아련히 남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그 모든 시간이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했고, 그래서 더 애절하게 느껴졌다. 이 여행의 끝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이제 다시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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