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일요일,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쇼핑을 나섰다. 밴쿠버 인근에 위치한 트와슨(Tsawwassen Mills) 아울렛은 연말연시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끝난 직후라 한가할 줄 알았지만, 쇼핑객들로 북적였다.
아내의 생일에 아들이 선물한 팔찌를 이곳 아울렛에서 시계로 교환한 뒤, 우리는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이곳은 200개 이상의 매장을 자랑하는 대형 쇼핑몰로, 매장들이 양옆으로 펼쳐져 있어 한눈에 다 볼 수 없는 규모를 자랑했다.
아울렛에서 쇼핑을 즐기던 도중 눈길을 끈 것이 하나있었다.'일본 라멘'이라는 매장이다.이곳 아울렛을 수차례방문했지만, 이번 쇼핑은 일 년 만에 처음이다. 그 당시에는일본 라멘 매장이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일년의 공백기간 동안에 새로 생겨난 것이 분명하다.
일본 라멘 매장
매장이 이니라 일본 라멘 홍보관 내지는 라멘 박물관에 온 느낌이 든다.매장 외벽에는서울 별마당 도서관의 책 진열장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으로, 벽면을 가득 채운 컵라면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컵라면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생산되는 컵라면 종류가 많지만, 이 정도 많은 종류는 안될 것 같다.
컵라면의 유래는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닛신식품의 창업주인 안도 모모후쿠가 1971년에 최초로 컵라면을 출시했다고 한다. 그 후 빠르게 컵라면은 전 세계에 간편식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 안에는 컵라면으로 가득했다.진열된 봉지라면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매장의 콘셉이 컵라면 위주로 매장을 꾸민 것 같다. 매장 진열대에 한국 라면 일부 진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라면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라멘 매장에서 한국 컵라면을 진열한 동기가 무엇일까?, 아마도 요즘 북미에서 한국라면 열풍이 한참인 것을 인식한 행동은 아니었을까,마치,찬조출연한 느낌이 든다.
한국 라면이 진열된 모습은 반가움과 신선한 충격을 동시에 줬다. 마치 타국에서 고향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밴쿠버에는 T&T라는 대형 중국 마트가 있다. 그곳에서도 라면 진열대 전체를 한국 라면으로 채워진 것을 어느날 사진에 담아 놓았던 것이다.
바쁜 세상에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컵 라면은 단순한 간편식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라면의 만남은 고향의 맛을 만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한국의 라면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 또한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 라면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이 점점 더 많아진다는 것은 우리의 음식과 문화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증거임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