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Can I get a Grande iced latte with non-fat milk?
(그란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무지방으로 한 잔 주실래요?)
점원: (..)Anything else?(뭐 더 필요하세요?)
나:No,thank you. I'm all set. (아뇨 괜찮아요. 다 준비됐어요^^)
오늘의 에피소드: 주문하러 기다리는 마음이 흡사 인터뷰 보는 심정-
안녕하세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오후 3시에 독자님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글을 씁니다.오늘도 외부에서 브런치 독서 모임이 있었는데요, 주문하기 전부터 메뉴판을 정독하고 갔습니다.
사실 저는 하루도 커피 없이는 못 사는 사람입니다. 회사 다닐 때에는 무조건 모닝커피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미팅하면서 또 한 잔.. 어느 날은 정말 6-7잔씩 마셔서 의식적으로 커피를 줄여야 할 정도였습니다.
위의 영어 문장은 제가 미국 와서 제일 많이 쓴 표현일 것입니다. 캔 아이 겟-?
그리고 마지막에 늘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보실 때 enough나 that's ok 말고 적절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궁리하다가, I'm all set이라는 좋은 구문을 배우게 되어 거의 매일 써 먹고 있습니다.
뉴욕 여행가서도 커피 한 잔-!
한국이었으면 별 생각 없었을 주문이지만, 미국에 오니 영어로 주문하는 것도 얼마나 떨리는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어느날은 아이스 커피를 시켰는데 따뜻한 커피가 나오질 않나, 무지방으로 시켰는데 레귤러 밀크가 나오거나 저지방이 나오거나.. 잘못된 커피를 받아들기도 부지기수입니다.
제 말을 잘 못 알아듣는듯한 점원 표정만 보면, 왜 이렇게 위축될까요?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면 되는데, 꾸역꾸역 나온대로 마시는 저 입니다. 실은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게 더 맛있는 조합을 발견하기도 하고, 뽑기를 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나름 언어를 전공하면서, linguistic (언어학)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문득 떠오릅니다.
언어학 시간에는 주로 구강 구조를 그려두고 해당 언어를 발음할 때 어떤 부분의 신체기관을 사용하여 소리를 내는지, 발화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공부하곤 했습니다. 영어를 공부함에 있어서도 그간 체득했던 한국어의 발화와는 전혀 다른 발음들이나 강세를 두어야할 때 그 차이점을 느끼지 못해 몹시 애를 먹고 있습니다.
분명히 주문할 때 맞는 영어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왜 못 알아들을까? 하면서요. 아마 제 강세나 영어 발음이 이질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자신있게 한 마디로 더 내뱉어야 늘지 않을까, 원어민들이 알아서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영어로 너무 위축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곤 합니다.
미국에 와 보니 오히려 스타벅스 가격이 나쁘지 않아보일 정도로 매일 드는 커피값은 저같은 주부에게 부담이 되곤 합니다. 커피머신을 사서 열심히 집에서 내려 마시고 있습니다. 빽다방, 메가커피 등 어딜 가든 존재하는 한국의 1,900원짜리 저가커피가 몹시 그립다고나 할까요. 막상 있을 때는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어디에든 카페가 있고,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음료 메뉴에 같이 커피를 팔 정도로 커피문화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밥 먹고 커피 한 잔'이라는 말처럼 바쁜 하루 속에서 커피타임은 잠시동안의 휴식이 되어주기도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커피 한 잔'은 피곤한 몸을 구석구석 깨우고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게 해주는 자양강장제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언제 커피나 차 한 잔 하자' 라는 말은 고맙고 좋은 사람들과의 다음을 약속하는 인삿말이 되기도 하고요.
이 글을 읽어주실 브런치 독자님들께, 향긋한 커피향을 맡으실 여유가 있는 오늘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자신있게 외쳐봅니다. "We are all set for today!"오늘 하루 준비완료!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