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Can I ask you something?
안녕하세요, 잘 다니던 9년차 대기업 훌쩍 퇴사해버리고 남편 따라 미국 온 인생 2막 주부 장엠디입니다.
벌써 미국에 온 지도 반 년이 되어가네요. 첫 미국 살이인지라 가장 위축되고 자신 없는 게 영어입니다. 한없이 게을러지는 겨울, 마음을 다 잡고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해보기 위해 매일 하나씩 몸소 처절히 배운 생존영어표현을 브런치에서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아침 출근 길에, 또는 퇴근 길에 저와 같이 영어로 한 문장 공부하시며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an I ask you something? (캔 아이 에스큐 썸띵?= 뭐 좀 물어봐도 돼?) 친한 사이에 상의할 떄
Excuse me, can you help me? 길을 묻는 등 도움을 요청할 때
can i ask you something? 이라는 문장을 저는 도움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했습니다. 서로 가까운 사이에만 사용하는 지 몰랐어요. 음식점에 가서 카드가 잘 안될 때 등 help가 필요한 상황들이었죠. 그런데 왠지 모르게 점원 분들이 당황하시더라고요. 알고보니, 길을 찾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excuse me, can you help me?" 정도만 사용하면 되더라고요.
can i ask you something은 "가까운 사이"에서 고민 상담이나 상의 등에 주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예로 저희집에서 housewarming party를 할 때, 미국인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웃다가도 누군가가 저렇게 말한다면
일순간 진지한 분위기가 되면서 다들 그 사람의 고민을 경청해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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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에 와서 놀란 것이, 실은 can i ask you something? 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0년, 20년 이민 오신 분들도 구애받지 않고 표현을 사용하시더라고요. 만약 제가 좀 어색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원어민 친구들은 제가 먼저 고쳐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얘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저의 영어를 존중하고, 원어민으로서 상황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어색하지 않게 영어를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제 입을 더 꽉 닫아버렸던 것 같아요.
오늘의 에피소드입니다:
얼마전 11월 말 Thanksgiving day 즈음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특히 엄마아빠가 너무 보고팠지만 꾹 참고 남편과 둘이 조촐히 파티라도 하려고 칠면조 한 마리 사서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현관 앞에 왠 편지와 초콜릿이 있는 거에요. 저희 부부는 동네에 아는 미국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도 이 곳에 없는데... 산타에게 선물을 받은 어린 아이 심정이 되어 후다닥 집에 들어와 편지를 뜯어보았습니다.
저희 아파트는 전형적인 임대 아파트로, 윗집과 아랫집 2층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아랫집에는 저희 또래의 30대인 듯 한 젊은 부부와 귀여운 꼬마숙녀 아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 집에서 편지를 두고 갔어요.
[편지 내용]
이렇게 친절한 이웃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맛있는 치즈 케잌 정말 고맙고, 맛있게 먹었어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거나 와인이나 커피나 차를 한 잔 할 수 있게 우리 연락처를 남깁니다:
와이프이름과 전화번호
남편이름과 전화번호
이야기의 전말은.. 한국에서 이삿짐이 들어오는 날, 하루종일 가구며 전자제품이 해외이사로 오는 날인지라 몹시 시끄러울 게 예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목조주택인지라 아랫집에 많이 소리가 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저희 둘은 그리 넉넉한 형편의 유학생은 아니지만 치즈케잌팩토리에 가서 맛있어 보이는 케잌을 하나 골랐습니다. 띵동-하고 아랫집에 벨을 누르고, 안되는 영어로 더듬더듬 이삿짐 들어오느라 시끄러울텐데 미리 죄송하다고 케잌을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감동하시면서, 오히려 평소에 애기가 울어 시끄러워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훈훈하게 인사를 주고 받은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인데, 잊지 않고 저렇게 먼 타국에서 온 저희 둘을 챙겨서 땡스기빙 편지와 선물을 주신 거였어요. 심지어 무슨 일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도록 컨택 연락처까지.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었습니다.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이웃 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디든 통하는구나 감동 받았답니다. Can i ask you something? 할 수 있는 행복한 이웃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 하루 독자님들도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