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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엠디 Dec 11. 2024

미국에서의 월세살이, 아랫집에서 편지가 왔다

Day 1. Can I ask you something? 

안녕하세요, 잘 다니던 9년차 대기업 훌쩍 퇴사해버리고 남편 따라 미국 온 인생 2막 주부 장엠디입니다.

벌써 미국에 온 지도 반 년이 되어가네요. 첫 미국 살이인지라 가장 위축되고 자신 없는 게 영어입니다. 한없이 게을러지는 겨울, 마음을 다 잡고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해보기 위해 매일 하나씩 몸소 처절히 배운 생존영어표현을 브런치에서 독자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아침 출근 길에, 또는 퇴근 길에 저와 같이 영어로 한 문장 공부하시며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ouston 가던 날, 다소 흐리지만 구름이 예뻐 찍어보았다. 


[오늘의 문장]

Can I ask you something? (캔 아이 에스큐 썸띵?= 뭐 좀 물어봐도 돼?) 친한 사이에 상의할 떄

Excuse me, can you help me? 길을 묻는 등 도움을 요청할 때 


can i ask you something? 이라는 문장을 저는 도움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했습니다. 서로 가까운 사이에만 사용하는 지 몰랐어요. 음식점에 가서 카드가 잘 안될 때 등 help가 필요한 상황들이었죠. 그런데 왠지 모르게 점원 분들이 당황하시더라고요. 알고보니, 길을 찾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excuse me, can you help me?" 정도만 사용하면 되더라고요. 


can i ask you something은 "가까운 사이"에서 고민 상담이나 상의 등에 주로 사용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예로 저희집에서 housewarming party를 할 때, 미국인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웃다가도 누군가가 저렇게 말한다면

일순간 진지한 분위기가 되면서 다들 그 사람의 고민을 경청해 주겠지요?

***

그러나 미국에 와서 놀란 것이, 실은 can i ask you something? 해도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0년, 20년 이민 오신 분들도 구애받지 않고 표현을 사용하시더라고요. 만약 제가 좀 어색한 표현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원어민 친구들은 제가 먼저 고쳐달라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먼저 얘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저의 영어를 존중하고, 원어민으로서 상황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어색하지 않게 영어를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제 입을 더 꽉 닫아버렸던 것 같아요. 


지금, 달달한 아이스크림 쉐이크를 마시며 이 글을 작성하며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의 에피소드입니다:

얼마전 11월 말 Thanksgiving day 즈음이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특히 엄마아빠가 너무 보고팠지만 꾹 참고 남편과 둘이 조촐히 파티라도 하려고 칠면조 한 마리 사서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너무 놀라고 기뻐서 바로 사진부터 찍었다. 현관 앞에 편지와 초콜릿이!! 

그런데 현관 앞에 왠 편지와 초콜릿이 있는 거에요. 저희 부부는 동네에 아는 미국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도 이 곳에 없는데... 산타에게 선물을 받은 어린 아이 심정이 되어 후다닥 집에 들어와 편지를 뜯어보았습니다.


감동적인 편지. 아랫집 부부가 두고 갔다. 


저희 아파트는 전형적인 임대 아파트로, 윗집과 아랫집 2층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아랫집에는 저희 또래의 30대인 듯 한 젊은 부부와 귀여운 꼬마숙녀 아기가 살고 있습니다. 그 집에서 편지를 두고 갔어요.


[편지 내용]

이렇게 친절한 이웃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맛있는 치즈 케잌 정말 고맙고, 맛있게 먹었어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거나 와인이나 커피나 차를 한 잔 할 수 있게 우리 연락처를 남깁니다:

와이프이름과 전화번호

남편이름과 전화번호


 이야기의 전말은.. 한국에서 이삿짐이 들어오는 날, 하루종일 가구며 전자제품이 해외이사로 오는 날인지라 몹시 시끄러울 게 예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미국은 목조주택인지라 아랫집에 많이 소리가 울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저희 둘은 그리 넉넉한 형편의 유학생은 아니지만 치즈케잌팩토리에 가서 맛있어 보이는 케잌을 하나 골랐습니다. 띵동-하고 아랫집에 벨을 누르고, 안되는 영어로 더듬더듬 이삿짐 들어오느라 시끄러울텐데 미리 죄송하다고 케잌을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감동하시면서, 오히려 평소에 애기가 울어 시끄러워 죄송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훈훈하게 인사를 주고 받은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때인데, 잊지 않고 저렇게 먼 타국에서 온 저희 둘을 챙겨서 땡스기빙 편지와 선물을 주신 거였어요. 심지어 무슨 일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도록 컨택 연락처까지.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싶었습니다.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이웃 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어디든 통하는구나 감동 받았답니다. Can i ask you something? 할 수 있는 행복한 이웃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오늘 하루 독자님들도 행복하고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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