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 I'm gonna run some errands
안녕하세요. 직장인 9년 차에 퇴사하고 미국 온 "장엠디"입니다.
우선, 독자님들께 메리크리스마스-! 인사를 드립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이곳 텍사스는 12.25 성탄절 오후 3시입니다. 한국 시간은 성탄이 하루 지난 26일 새벽이겠네요.
우선 얼떨떨하지만, 요즘 뜨는 브런치북 2위에 제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브런치를 제대로 다시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친정아버지 때문입니다. 세 자매 중 맏딸로 늘 끈끈했던 가족이었는데, 결혼하고 훌쩍 타지로 떠나 생활을 시작한 큰 딸이 많이 보고 싶고 걱정도 되셨나 봐요. 심지어 출국 전에 사위가 쓰러지기도 하고 큰 일을 겪고 갔었다 보니, 많이 신경이 쓰이신 모양입니다. 저희에게 연락을 자주 하면 부담스러울까 봐 브런치로 제 근황을 확인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글을 자주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각설하고 오늘의 영어표현 문장입니다.
오늘의 문장은 미국인들이 자주 쓰는 회화 표현이라고 하여, 미국에 오자마자 배워서 스몰톡 시 쏠쏠히 잘 쓰고 있는 문장입니다. errand은 "심부름"이라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심부름을 도와주는 사환, 심부름 소년을 애런 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스몰톡 천국인 미국인지라, 너 이 모임 끝나면 어디 가? 너 주말에 무슨 일정 있어? 오늘 뭐 해? 등등 물어볼 때가 많더라고요. 나 은행, 병원 등등 볼일이 좀 있어..라고 얼버무릴 때 정말 자주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errand n. 심부름 /run errand v. 심부름하다)
오늘의 미국 생활 에피소드는 스몰톡에 관련된 것입니다. 미국은 짧게라도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어떻게든 공통점을 찾는 스몰톡이 일상적 문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장이 잘 안 들리는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누가 어떻게 말을 걸 지 몰라 스몰톡에 대한 공포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몇 달 지내고 보니 이 또한 사람 사는 곳인지라 스몰톡으로 훈훈했던 일화들이 있어 소개코자 합니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온 동반비자 신분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아무리 남편 mba친구들 모임에 같이 어울려도, 결국 제 친구들이 아니고 제 직장 동료가 아니다 보니 주체적인 교류가 어렵습니다. 처음엔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여기 와서, 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또한 제가 선택한 길이니, 저 스스로 모임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한인주부독서모임"에 가입하게 되었답니다-! 총 6명 정도의 소규모 독서그룹으로, 한 달에 한 권 목표로 책을 선정하고 매주 책을 읽은 뒤 금요일에 모입니다. 모여서 점심을 먹으며 짧게 독서 토론을 진행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저의 모임"이자,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모임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양한 삶의 편린들을 보고 듣고, 다양한 가치관과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며 참 많이 배우는 보석 같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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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날, 그날도 독서 모임을 위해 금요일 점심에 꽤 유명하다는 바비큐 전문 식당에서 모인 날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지 겨우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이제 겨우 시차 적응이 되었을 때였고요. (텍사스하면 바비큐, 일 정도로 텍사스 인들의 바비큐 자부심은 어마어마한데 그만큼 참 맛있습니다.)
예쁜 풍경들을 보며 기분 좋게 브리스킷 플레이트를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미국인 분들이
"오 너희도 그 책 읽니? 오 마이갓, 나 그 책 너무 좋아해!"라고 해주셔서 반갑게 미소를 지었던 찰나였습니다.
저는 순간 혹시 우리 테이블이 너무 시끄러운가?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테이블이 한국인만 6명이라서 눈에 띄나? 짧은 순간에 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그런데 오셔서 해주시는 말씀,
그전까지는 이 식당에 갔어도 받아본 적도 기대도 한 적도 없었던 서비스라니요, 덕분에 즐겁게 바나나푸딩까지 서비스로 받아 잘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독서모임을 할 때, 비단 이 책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식당에서도 몇 번이나 "오 그 책은 제가 고등학생 때 읽었던 책인데 내용이 참 슬프죠?"라든가, 관심을 가지며 스몰톡을 걸어주시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문학의 가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감동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 있는 동안 한 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문학에 열광할까? 문학이라는 게, 그리고 제가 전공했던 인문학이라는 게 참 지극히 인간보편적인 것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한번 느꼈어요.
나이도 국적도 성별도 불문하고 오로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게 서로 이야기를 걸고, 때로는 서비스를 주기도 하고, 책 내용에 대한 소회를 짧게 나눌 수 있는 것. 왠지 모를 감동을 느꼈던 하루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공통의 주제도 찾아보아야지 다짐하게 되었답니다. 독자님들은 요즘 어떤 책을 읽고 계신가요? 그리고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이 글을 읽어주신 독자님들께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묻게 됩니다. 모두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