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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Feb 15. 2024

 2024.02.03. 왓 아룬과의 해후


24. 2.3 왓 아룬과의 해후


카오산에서 조금 나가면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짜뚜짝 시장을 가려면 509번 버스를 타라고 숙소 직원이 말한다. 509번이 왔고 짜뚜짝 시장 가냐고 물어보니 안 간다고 한다. 버스 승강장에서 젊은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44번이 간단다. 또 다른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44번 이란다. 자기도 거기 간다고 한다. 미얀마 청년인데 일하러 왔단다. 북한 사람처럼 옷을 입은 그의 눈은 초롱초롱하다.


더위를 피해 허겁지겁 버스에 타니 자리도 넓고 안락하다. 버스비가 1인당 20바트(800원)인데 청년의 말에 의하면 빨간색 버스는 에어컨이 없으며 9바트(360원)라고 한다.


약 20분 후에 짜뚜짝 시장에 도착했다. 방콕 최대 시장인 그곳은 없는 것이 없다. 방콕은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방콕은 공항에서부터 인산인해를 이루더니 여기도 그렇다. 남편과는 달리 난 시장 구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빨리 사서 나올 뿐 이것저것 눈여겨보지 않는다.


교통수단을 익히자며 버스, 지상철도, 지하철도에 도전했다. 타싸톤 선착장에서 보트도 탔다. 1 시간 타는데 인당 500바트란다. 무척 비쌌지만 (인당 2만 원) 둘이 1천 바트를 냈다. (비싸기만 하고  탈 필요 없었다. 내가 탄 건 수상보트였고, 수상택버스를 타면 배도 훨씬 좋고 싸다.)


 가다 보니, 짜오프라야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왓 아룬과 같은 여러 사원들, 아이콘 시암과 같은 핫한 쇼핑몰이 있다. 보트 투어는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지만 왓 아룬을 보고는 도중에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왓아룬은 태국 동전 1바트에 새겨질 정도로 멋지다. 7,8년 전쯤에 태국을 3박 5일 패키지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도 보트를 탔었는데, 가이드분이 멀리서  보이는 사원을 가리키며 저쪽에 보이는 것이 새벽사원이라고 하였다. 그때 그 모습이 얼마나 신비하던지 언제 한번 다시 와서 직접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아직 어디가 어딘지 감을 못 잡고 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왓아룬과의 해후는 나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왓아룬 선착장에는 수상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인파와 나가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눈앞에 펼쳐진 갖가지 색의 자기와 조개껍질로 입혀진 반짝반짝 빛나는 왓아룬의 아름다움과 위용에 감탄하고, 시간을 돌아 돌아 다시 만난 것에 감사하고, 그 시대의 예술가, 그 당시의 노역자, 왓 아룬을 처음으로 계획하고 설계한 이의 생각을 헤아려 보며 인류의 유산이 지금 나에게 까지 전해져 과거의 시간을 대면하고 있다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자유여행을 왔으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냥 그 시간을 즐긴다. 아리따운 청춘들은 태국전통 의상을 빌려 입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전문 사진사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사진사는 이들을 포토존으로 데리고 다니며 땡볕아래서 열심히 찍어준다.


나도 이곳에 왔으니 사진을 몇 장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찍어준 나의 펑퍼짐한 모습에 실망하며 이제 그만 찍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왓아룬에서 나와 길도 물어볼 겸 강 반대쪽 도로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통통하게 생긴 새까만 소년이 쌀국수를 끓여 주었다. 지금까지의 맛 중 최고다. 신맛이 다른 곳보다 강한데, 내 입맛을 사로잡는다. 별로 손님도 없고 허름한 곳이었다. 식사를 하고 짧은 단어와 바디 랭귀지로 카오산 가는 버스 정류장을 물어보았다. 구글 번역기와 행인과 남편과 나의 인내  끝에 내린 결정은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 왔던 길 그대로 수상버스를 타는 거다.


수상버스를 타고 카오산 인근에서 내려 20분을 걸었다. 카오산의 모습을 오늘 드디어 보게 되었다. 관광객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밤새도록 광란의 외침으로 들썩인다. 마사지 호객군들이 졸졸 따라다닌다. 1시간에 200바트 (8천원)라 하여 따라 들어갔다. 밖은 후덥지근하데 실내는 에어컨이 있다. 옆구리를 마사지받다가 아이코 소리가 났다. 뭔가 부러지는 느낌이 나며 아팠다. 곧 괜찮아졌다. 몸을 뒤집어 또 옆구리를 만졌을 때 또 아이코 했다.


생각해 보니 전에도 갈비뼈 근처가 아팠던 것 같다.

계속 아플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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