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2. 07 침대 야간열차에 대한 기대
방콕에서 기차타고 치앙마이 가기
2024. 02. 07-08. 침대 야간열차에 대한 기대
드디어 오늘 저녁 치앙마이행 침대 기차를 탄다. 치앙마이는 두 달 전에 패키지로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데 또 간다고? 치앙마이가 그렇게 좋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뭐 또 가야 할 정도는 아니다. 좀 낭비적인 느낌이 없지도 않다.
치앙마이를 다시 가는 것은 매우 단순한 이유인데, 침대 기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승진이 되어 대전에서 강원도 황지로 발령이 나셨다. 그때 난 침대 기차를 타고 간 것으로 기억한다. 나이가 들면서, 정말 내가 침대 기차를 타고 갔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난 아버지를 좋아했고, 아버지와 함께한 황지를 난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에게 강원도 황지의 산야를 틈틈이 데리고 다니시며 다래도 따고, 강에서 고기도 잡으며 마음껏 뛰어놀게 하셨고, 다른 아이들 보다 소심하고 순수한 나에게 대전 아이들보다 훨씬 더 순박한 강원도 황지 친구들은 내가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벗이 되어 주었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간직한 황지를, 언젠가 큰 언니는 황지에 대해 말하는데 냇가에 시꺼먼 석탄 물이 흘렀다는 것이다. 황지에 시커먼 석탄 물이라니, 그건 내 오랜 믿음을 깨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럼, 나의 아름다운 황지가 내 멋대로의 상상으로 하나의 이상세계를 만들어 냈던 걸까?
맑다고 생각한 시냇물과 침대 기차를 타고 황지로 간 것까지? 모두 내 상상력이 만들어 낸 허상일까? 정말로 침대 기차를 타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에서 나는 하루종일 침대 기차를 타고 멀고 먼 황지로 갔다.
방콕의 방수 역에서 치앙마이행 열차에 올랐다. 저녁에 치앙마이행 기차를 타면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한다. 기차 안은 에어컨이 강해서 춥다. 얇은 긴소매만 가져왔는데 걱정이 되었다. 어떤 블로그에서 한 여행자가 “기차의 에어컨이 강하니 신문지를 가져와서 막으라.”고 한 걸 읽었다. 신문지 대신 비닐봉지를 가져왔었는데, 막상보니 이건 막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에어컨이 크기도 하고 여러 명이 타고 있는 기차의 에어컨을 내 마음대로 막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손도 닿지 않는다.
저녁밥과 간식을 파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창밖의 황혼은 점점 짙어지더니 사그라졌다. 창밖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승무원들이 의자를 침대로 바꾸어 나갔다. 침대는 창문이 있는 아래층과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위층이 있다. 우린 위층이다.
치앙마이에 기차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차표 예매에 들어갔을 때 이미, 아래층은 다 팔린 상태였다. 위층도 그리 호락호락 쉽게 예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남편과 나는 각자의 침대로 들어가서 커튼을 쳤다. 커튼을 치니 다행히 에어컨의 냉기가 많이 들어오진 않았다.
내 사진 친구는 여행 유튜브를 즐겨 본다. 그녀가 본 기차여행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한 여행 유튜버가 침대 기차를 탔는데, 주변에서 “Where are you from?”하고 물었다. 그 유튜버는 “I’m from Korea.”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Where are you from?” 그래서 또 “ I’m from Korea.”라고 했는데, 또 다른 사람이 묻길래, 그 유튜버“는 이렇게 소리쳤단다.” Everybody Listen, I’m a Korean.“
이렇게 기차 안에서 뭔가 오가는 것이, 어떤 추억거리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모두 커튼을 다 치고 잠을 자는지, 핸드폰을 보는지, 기차 안은 조용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