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날'로 정했다. 아등바등 정신없이 사는 때에 집에서 빈둥빈둥 내가 원하는 걸 하며 보내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정신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그냥 당기는 대로 하루를 보낸다. 중국요리가 먹고 싶으면 시켜 먹고 시간이 없어 방치하던 원두도 꺼내 내려먹는다. 보고 싶지만 아껴두던 영화도 보고 책장에 쌓인 책 중 먼지를 털어내고 읽고 싶은 책을 펼쳐본다.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순간들이다.
《 마음대로 하는 것의 특별함》
클래식 피아니스트에게 A piacere (악보에서, 마음대로 또는 임의로 연주하라는 말) 대로 연주 하라고 하면 각양각색의 반응이 나올 것이다. 클래식 피아니스트에겐 마음대로 연주하는 순간이 잘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A piacere 가 주는 음악적 아이디어를 펼쳐놓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작곡가가 맞춰놓은 규격에서 벗어나 어느 한 부분을 연주자가 원하는 대로
구사하는 것은 기대감을 주는 일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오히려 원하는 감정과 소리를 빚어낼 수가 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마음대로 살아가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즉흥연주처럼 순간순간 원하는 게 생기거나 무의식의 흐름대로 자신을 맡기게 될 수도 있다.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여러 번 그런 시간을 살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마음대로 하는 것의 기대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