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던 시간보다 가는 시간이 길었던 나들이
어제는 지난주에 못다한 외출을 꼭 성공하기 위헤
치밀하게 날씨예보를 체크한 다음
12시가 되기 좀 전에 성수동으로 향했다.
지난 주의 좌절을 한 주 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제발 비가 오더라도 갈 때만큼은 오지 않기를 간절히 원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이모티콘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과 함께 가기로 하고 나섰다.
3시 이후부터 비가 온다고 해서
그 전에 다시 집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겠노라고 다짐하고.
생각보다 전시회에 작가님을 뵈러 온 사람들이 많아서
도슨트는 아쉽게도 듣지 못했다.
전시장에 도착해서 남편과 천천히 하려던 관람은
사람들 틈에 조금 밀려서 속도를 좀 빠르게 됐다.
그렇지만 수줍게 들고 간 작가님이 출간하신 책을 들고가서
싸인을 받고, 작가님과 아주 짧은 대화를 나눈 채
셀카도 한 장 찍은 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전시장을 나왔다.
친절하게 작가님께서 핸드폰을 들고 각도를 잘 잡아주셔서인가
습기를 머금은 나의 얼굴은 미소를 띄게 되었다.
물론 작가님께서 전시를 잘보셨냐고 말씀하셨을 땐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스스로 아주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그림이 인상적이었냐고 물어봐주셨을 땐
작품 제목이 생각이 안나서 그만 사회초년생 때 면접을 망친 것과
같은 격으로 대답을 잡스럽게 한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나와 남편을 비롯해 전시장에 온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비슷했다.
습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눈이 초롱초롱 빛났었다.
다행히도 지하철을 무사히 타고, 내려서
출구로 나오자마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출발할 때 챙겼던 우산 두 개를 나란히 펴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살짝 축축해진 우산을 잘 마르라고 거실 구석에 펴놓은 다음,
매콤한 고추장불고기에 살짝 알싸한 마늘을 썰고,
쌈채소를 씻어서 빗소리를 배경삼아 쌈을 맛있게 싸먹었다.
집에 있고 싶었을 집돌이 남편이 용기를 내줘서 고마웠다.
여보! 오늘 저녁은 비도 오는데 얼큰한 수제비나 끓여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