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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Nov 09. 2023

많이 차여봐서 알아요. 괜찮아요.

그러게 말이에요.


집근처 10분 거리 음식점 홀서빙 파트타임 일을 시작한지 오늘로 3주 차.



오늘은 점장님과 동료 한 분이 쉬시는 날이어서

예정대로라면 본사 부장님, 동료분 다섯, 그리고 나까지

일곱명이 근무를 하는 것이 맞았지만


이틀 전부터 출근한 동료 한 명은 오늘부로 안나왔고,

오늘부터 출근한 한 명은 갑자기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안나오셨다. (아마도 일을 배워보니 힘들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일찍 가버린 케이스로 추정을 해본다)


이로서 내가 출근한 이래로 다섯명이 이틀 내로 그만뒀다.

또 다른 사람들은 두시간 정도 하다가 중간에 말도 없이 가버렸으며...

(이하생략)




나와 근무한지 비슷한 시점이 된 동료 한 명이 

나에게 넌지시와서 말했다.


"저 많이 차여봐서 알아요. 괜찮아요"

이어서 의도를 파악한 나 역시 대답했다.

"그럼요 저도 많이 차여봐서 알아요. 괜찮습니다."

동료가 다시 말했다.

"자 파이팅하시죠. 파이팅!"

나도 응답했다. "네 파이팅! 좀 덜 힘들겠죠 파이팅하시죠!"




다행히도 비가 온다는 예보 탓인지

어제보다는 살짝 손님이 덜해서 부족한 인원으로도 버텨냈지만

그래도 역과 회사들이 몰려있는 동네 근처라 손님들은 물밀듯이 이어졌다. 

음식과 반찬 리필을 해야 될 자잘자잘한 부분들이 많았던지라

좀 더 버거웠던 하루였긴 하다.



술을 잘 즐기지는 않지만 무언가 사람들이 안 해보고 가버리는 것이

좀 아쉽긴해서 남편과 맥주 한 캔 하자고 할까 했는데,

동료들과 한 잔 하고 들어온다고 해서 못내 아쉬우나

대신 콜드브루에 얼음을 가득 채워서 한 잔하며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점장님을 필두로 동료가 힘들거나 바쁘면 

내가 좀 더 일을 도맡아 하려는 사람들로 포진돼있다. 

그래서 모든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보통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을 제외한 정직원들은 돌아가면서 한 명씩 휴무인데

오늘은 인원이 충원이 됐으니 특별히 두 명이 휴무인데, 보통 다들 이런 날에

꼭 무슨 일이 터진다며 헛웃음을 지은 뒤 더 빠르게 많은 고객들을 응대했다.




사실 오늘은 브레이크 타임 전에 또 다른 동료가 와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 하루다.

"말씀도 재밌게 하시고, 표현이 풍부하신 것 같은데

작가나 글쓰는 일도 한 번 해보세요"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예전에 작가일도 좀 오래했었고, 기자일도 잠시 했었어요.

아줌마의 과거였답니다"


그러니 동료가 다시 말했다.

"아줌마여도 끝난 것은 아니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말에 많은 생각이 고마우면서도 뒤죽박죽 엉켜서, 퇴근하고 집좀 치운 뒤에

오랜만에 꼭 브런치에 오늘 인생의 짤막한 이야기들을 글을 쓰겠노라고 다짐한 그런 하루였다.


사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체력을 요하는 일을 하다보니

글쓰기를 자꾸 잊는 모습을 보이는 스스로에게 부쩍 속상한 상태였었다.


이제야 일이 좀 적응이 됐고, 머리보다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시기가 됐으며,

오픈 매장에 새로 직원들이 들어오면 알바지만 더 편하고 쉽게 일하는 방법이나 일의 순서를

알려주고 있는 입장이 됐다.


오늘은 기를 쓰고 꼭 글을 쓰겠노라고 수백번을 다짐하면서 퇴근했는데

지켜낸 것 같아서 묵은 때를 민 것처럼 후련하다.




이틀 뒤면 상술이 가득한 빼빼로데이다.

유일한 기혼자이자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으로서, 

소소하지만 빼빼로와 초코송이를 조금 만들어봤다.


내일 점장님과 동료들의 당충전은 내가 책임져볼 생각이며,

나는 체력이 닿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일할 생각이다.




바람이 꽤 차가워져서, 잠시 잠깐하는 창문의 환기가 다소 부담스러운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도 건강을 잘 챙기시고, 화이팅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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