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알바생님 : 제발 모르면 질문을 해주세요
어느 덧 지금 매장에서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는 넉달을 살짝 돌파했다.
매장오픈준비, 홀서빙, 손님안내, 설거지, 테이블세팅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나의 사회생활과 직업?은
마케팅팀 인턴을 시작으로 프리랜서작가, 기자, 다시 시나리오작가를 거쳐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후 도시락 집에서 1년 가까운 풀타임 아르바이트,
결혼 후 현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간단요약을 해볼 수 있겠다.
지난 2주간은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나와 함께 매장 오픈 멤버 겸, 같은 타임을 일하던 스물 두 살의 남자 알바생이
복학을 앞두고 있어 그만두게 됐다.
점장님은 그 알바생의 마지막근무날에 짬킹(가장 근무가 오래된)의 퇴장이라고 했었다.
그 뒤를 이어 이제 내가 그 짬킹의 자리에 등극했다.
바로 이어 새롭게 함께 일할 서른 넷의 여자분이 들어왔는데
그 분의 활약과 상황들이 매서운 상황이다.
나는 선배 알바생 정도이지만 혹여나 점장님, 매니저, 정직원도 아니기 때문에 지나친 업무 분배나
방법 전수 등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출근 전에는 늘 자기검열을 하고 출근 중에 있다.
새로오신 분은 생각보다 엄청난 긴장을 하고 계신 상태며, 현재까지의 활약으로는....
네 다섯 번 정도 물어봐야 대답하기, 시키지 않은 서빙하기, 이해가 어렵거나 흡수가 안된 것은
질문하지 않기, 관리자들이 팁을 알려주더라도 자기의 팁을 고집하기......
손님들과 아이컨택을 하지 않고 말하기, 속사포 랩처럼 말하기 등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지난 주는 B직원의 오더를 받고 준비를 했는데 잘못 이해를 해서 다른 준비를 했는데,
이것을 A직원이 내린 오더 그대로 한 것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A직원이 그 알바생에게
"제가 시키지 않은 것을 이야기해서 왜 오해를 만드냐, 있는 일만 이야기 합시다"라고만 말했는데
갑자기 그 알바생이 무언가 억울했는지 울기 시작하더니 두 시간 가까이를 울어서
그 사람이 해야하는 업무까지 떠안았던 일도 있었다. 어찌하였든 제시간에 퇴근은 해야했기에...
(당시 다른 직원들은 각자 업무 중이었고, 주방에서 목격한 사람은 나 한 명이었다.)
결국 잠시 부재를 했던 매니저님의 귀까지 들어갔는데 본의 아니게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A직원은 있지도 않은 말을 꾸며낸 사람이 될 수 있었어서, 제가 당시에 있었다고 증언 아닌
증언도 하게 됐다.
그 상황이 있고나서 나를 포함한 직원들은 그 분이 혹여 또 울거나 그럴까봐
이상한 눈치 아닌 눈치도 보고 있는 중이다.
혹자가 나에게 "당신은 처음부터 일이 능숙했던 것이 아닐텐데 너무 하지 않습니까"의 말을 해온다면
이런 말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저 역시도 초보의 시절이 있었고, 본사 직원들에게 일을 배우던 보름 간은
그 날 배운 것만큼은 까먹지 않고, 혹시라도 잊더라도 바로바로 물어보고, 메모하고
매장, 동료, 고객에게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게 노력해왔습니다."
나는 그래도 변명을 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고 비난만 한 사람은 아니기에
고민끝에 브런치에라도 털어 놓게 됐다.
결국 최근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새로 온 알바생이 퇴근을 한 것을 확인하고
지난 금요일 퇴근 길에 점장, 매니저, 정직원들에게 건의사항이 있다며 조심스럽게
정리해온 의견을 전달했다.
당일에 그 분의 말투가 너무 빨라서 이해하지 못했다는 손님의 컴플레인을 받은 것과,
내가 다시 가서 설명 후 사과 및 양해를 구한 것도 차분하게 말씀을 드렸다.
(물론 당일, 다음날에는 당사자께는 최대 정중하게 사실을 전달드렸다.)
현재 나는 이 분이 들어오시기 전보다 1.5배 정도 일이 더 빨라진 것 같은 상황이다.
점장님은 "관리자는 저와 매니저이니까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바로바로 이야기를 해주시고,
신입 알바생께 많은 팁과 방법을 잘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빠른 피드백은 감사했지만, 적어도 상반기까지 일할 계획이 있는 나로서는,
그 알바생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면 누적되는 스트레스는 더할나위없이
만리장성을 돌파할 것 같은 상황에 직면해있다.
신기하게 그 분이 오고 이틀 뒤부터 무릎 뒤인 오금이 전기가 찌릿하듯이 아프기 시작해서
한의원에서 침과 부황치료를 하고, 집에서도 조심조심 다니는 중이다.
적어도 나는 텃새를 부리거나, 불친절하게 말하거나, 무언가 물어오면 차근차근 대답을 해주며,
그 알바생이 질문이 고민스러워 그냥 두리번거리거나 머뭇거리는걸 보면
"혹시 궁금한거 있으세요? 아니면 어떤 것이 어려우세요?"하고 먼저 질문을 하는 중인데,
문득 나의 화법이나 톤앤 매너에 문제가 있었나 점검을 해보게 된다.
근데 아무래도, 내가 더 할 수 있는 최선은 없는 것 같아서,
그 분이 그만두지 않는 한은 이대로 갈까 하는데, 계속 더 다니실지가 궁금하기도 하고.
후후. 다소 피곤하고 어려운 시간들이지만, 나는 나대로 방법을 찾아야겠다.
적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그 몫과 고통은 동료들의 몫이라는 것을
그 분이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모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