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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y 12. 2022

하늘은 스스로 돕는 프리랜서를 도와줄까?

도와준다고 믿어보고 끝까지 두드려 보자.

불쑥 찾아온 코로나


3월의 어느날, 코로나가 내게 찾아왔다. 조심한다고 했지만 강력한 전파력에 나의 면역력이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 코로나가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가진 않았다는 점이다. 같이 지내는 아내도 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결국 아내도 내가 격리가 해제될 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내에게 코로나가 번질까봐 철저한 격리 생활을 했다. 방에서 일주일간을 홀로 보냈다.당시 나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이었다. 1월과 2월 이어져 오던 강의와 워크숍이 3월부터 뚝 끊겼다. 2월 말 예정되었던 모 기업체와의 워크숍도 무슨 연유인디 취소되었다. 게다가 코로나가 걸린 상태에서 진행한 온라인 워크숍도 인터넷 연결 상태가 이상해 폭망하고 말았다. 그런 상황에 옴짝달짝 못하고 격리되어 있으니 답답함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코로나로 크게 아프진 않았다. 아프지 않고 쉬이 넘어간  감사할 일이었지만 덕분에 머릿속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자꾸만 부정적으로만 흘러갔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만 하고 한숨만 쉬게 됐다. 맘껏 책이나 읽고 싶었는데, 책이 눈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새로운 걸 만들어 볼까요?


걱정만 하고 있는 내게 카톡이 한 통 왔다.


“새로운 거 혹시 고민해 보셨어요?”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기업에 연결해 주는 플랫폼 대표였는데, 버킷리스트 워크숍과 별도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고민해 봤냐는 연락이었다. 갑작스레 무슨 질문인가 싶었는데 예전에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해 잠깐 이야기 했던 것을 기억하고 물어보신 듯 했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나는 대충 대답을 뭉개고 말았다. 대표는 밍기적 거리는 나에게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던져 주었다.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변형한 아이디어도 있었고, 버킷리스트 워크숍과 비슷한 결이지만 조금 다른 형태의 제안도 주셨다.


대표의 아이디어를 받고 대표에게 고마웠지만 별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예의상” 잘 고민해보겠다고 답은 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이 명확하지 않았다. 다시 걱정모드로 돌아갔다.


며칠 뒤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예전에 지인과 함께 만들었던 “필살기 워크숍”을 조금 틀어서 장점을 바탕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보는 워크숍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한 번 해봤던 워크숍이었고,워크숍에서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던 터라 조금 변형해서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잠이 확 깨버힌 나는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휘리릭 기획서를 써서 플랫폼 대표에게 보냈다. 그리고 나의 기획안을 긍정적으로 받아준 덕분에 플랫폼에 버킷리스트 워크숍 외에 다른 워크숍을 새롭게 오픈할 수 있었다.


물론 오픈한 워크숍이 당장의 “실적”으로 연결된 건 아니지만 새로운 걸 만들고 나니 뭔가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기대감이 올라오니 자연스레 걱정이 사그라 들었다.


1일 1제안을 해보자


물꼬를 튼다라는 말이 있다. 물꼬는 논에 물이 들어오거나 나가게 하는 좁은 통로를 일컫는데, 물꼬를 트다는 통로를 연다는 의미로 어떤 일의 시작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나는 이렇게 물꼬를 트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로만 잘 열어 두면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기획한 워크숍은 나의 에너지의 물꼬를 틀어 주었다. 뭐든 시도하면 뭐라도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긍정적인 마음의 물꼬를.


기획서를 보내고 이런 저런 사이트를 뒤져 보았다. 각종 사이트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추렴해 보았다. 어디가 됐든, 어떤 형태가 됐든, 제안할 수 있는 꺼리가 보이는 곳을 정리했다. 그리고 하나씩 제안을 해보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4월 한 달동안 하루에 한 군데씩 매일 제안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되면 좋겠다는 마음보다는 되면 좋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매일 메일을 보냈다. 격리 해제가 풀리고 나서는  근처에 있는 청년 교육센터에 직접 찾아가 인사도 드리고 제안도  보았다. 도서관에 전화도 걸어 간단히 소개도 드리고 제안서도 보냈다. 하루에 하나씩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여기저기에 나라는 존재를 알렸다.



그렇게 열심히 제안을 한 덕에 일이 많이 들어왔다라는 결론을 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제안한 곳 중 제대로 일로 연결된 것 하나도 없었다. 비록 몇 개는 진행 중이긴 하지만 좀 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신기한 건, 제안한 곳에서 연락은 안왔지만 제안하지 않은 곳에서 하나 둘 연락이 온다는 점이었다. 하늘에서 뭔가 불쌍히 여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제안을 주셔서 워크숍도 하고, 강연도 진행할 수 있었다.


나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하고 나니 스스로 뿌듯했다. 내가 긍정적으로 나의 길을 개척한다는 착각같은 것도 들어서 나 스스로가 괜찮아 보였다. 제안을 할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뭐가 됐든 움직이는 것이 멍하니 앉아 걱정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감정이 요동칠 때는 그냥 하자


삶의 역경과 고난을 이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 첫번째는, 머릿속으로 고민하기 보다 우선 정직하게 몸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p.98


얼마 전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가 쓴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책을 보면서 지난 4월 한 달동안 꾸준히 제안을 보냈던 때가 생각났다. 머릿속으로 고민하기 보다는 정직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비단 축구에만 유효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됐든 고민보다는 하나라도 해보는 게 중요하다. 비록 그것이 아직 결과물로 연결되진 않더라도 좋은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걸로도 충분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 다는 말마따나 하늘이 됐든 우주의 기운이 됐든 움직이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법이니  적극적으로 노력해 련다. 뭐가 됐든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아니 좋은 결과가 있을 때까지 해보면 되는  아닐까? 비록  하는 짓인가라는 회의감이  때도 있지만 그냥 정직하게 제안을 해봐야겠다. 적어도 하는 동안에는 뭐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 니까. 5월에도 나의 제안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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