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죄책감에 빠지지 맙시다
새벽 5시 반 알람이 울렸다. 한 번에 벌떡 일어나면 좋겠지만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이 들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아내가 틀어 놓은 유튜브 삼프로 TV 소리를 듣고 다시 어설프게 깼다. 하지만 5분만 더를 외치고 또 잠이 들었다. 결국 아내가 출근한 후 8시가 되어서야 일어나 버리고 말았다.
8시에 일어날 만 했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전날 홍천까지 왕복 6시간 운전을 했고, 홍천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10시 조금 넘어서 서울에 올라와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금세 12시가 되어 버렸다. 자정을 넘기고 잠이 들었기에 몸이 말을 안들은 건 당연했다. 몸이 알아서 나를 쉬게 만들어 준 셈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몸의 반응 덕분에 충분히 회복했건만, 나는 일어나 시계를 보는 순간 깊은 한숨부터 내고 말았다. 왜 그렇게 늦게 일어났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였다. 나 스스로에게 충실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아침에 겪은 일이지만 비단 어제의 일만은 아니다. 요즘 반복된 일상이기도 하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최근들어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다.
얼마 전에 예산 여행을 갈 때도 새벽부터 움직이려 했건만 늦게 가는 바람에 시간을 낭비해 버리고 말았다. 5시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7시 전에만 일어나자 다짐하건만 그게 잘 안된다. 4년전부터 새벽을 즐기고자 일찍 일어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새벽 기상은 넘지 못할 장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났느냐가 아니다. 더 심각한 건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나서 내 마음이 급격히 무너진다는 사실이다. 충분히 늦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늦잠을 자게 되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왜 그렇게까지 못했느냐며 타박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내가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 같아 괜시리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마음이 좋지 않다. 나 스스로를 조율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을 떨구기 어렵다. 이게 다 자기계발서 탓이라고 원망도 해봤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마치 "옳은 것"인 양 사람들이 이야기 하다 보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선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악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생각이 내 머릿속에 박혀 버린 것 같다며.
책 <내 마음과 거리두기>를 읽다 보면 자기 마음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야 감정을 다스릴 수 있고, 부정적 감정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드론이 되어서 감정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감정이 몰입하면 진짜 마음을 알 수 없기에 멀리 떨어져서 나의 마음을 조망해야 한다고 한다.
드론을 띄운다는 마음으로 멀리서 나의 마음을 바라봤다. 그렇게 보니 내 문제는 단순히 시간 관리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속 마음을 들여다 보니 그 속에 "불안감"이 보였다. 프리랜서가 되면서 자주 올라오는 감정이다. 직장이라는 안전판이 없어지니 당연히 따라오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런 불안함이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을 잘 못 쓰는 것에 대해 자책까지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감정이 꼭 부정적인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불안함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이다. 게다가 불안함이라는 감정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될 때도 있다. 더 분발하게 만들고 새로운 것들을 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적당한 불안함은 나를 단련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뭐든 과도한 게 문제다. 그리고 그 과도한 감정이 뒤로 숨어 있으면서 다른 감정으로 변질되는 것도 문제다. 나 스스로 불안하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으로 포장하고, 그런 미안함이 스스로를 떳떳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감정을 읽으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 스스로 나를 향한 응원이었다. 불안해 하지 말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게 필요해 보였다. 쓸데 없는 죄책감으로 자신을 갉아 먹기 보다는 쿨하게 몸을 보살피라고 나에게 응원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낼은 일찍 일어나야지~~~"여기까지만 자책은 노노노
얼마 전 늦잠을 잔 것에 대해 자책하며 변실모 단톡방에 글을 올렸더니 한 분께서 나에게 박카스 사진을 주면서 남겨준 글이다. 덕분에 심심한 위로가 됐다. 그리고 이 말을 계속 보다 보니 진짜 중요한 게 보였다.
그것은 바로 "내일"에 대한 다짐이다. 일찍 일어나고 싶은데 못 일어났다면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마음 먹는 것, 그것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못했다면 그것은 그냥 과거의 일로 여기고 쿨하게 넘기고 다음부터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스스로 잘 하고 있다고 믿는 것 또한 필요하다. 단지 하루 실수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자기 위안이고 합리화일수도 있겠지만 수시로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 자책으로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더 이 상 "노노노"다라고 재차 삼차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