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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nderland Nov 19. 2021

텃밭 수확 작물로 2021 김장 뽀개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바야흐로 2021년 8월 말.

텃밭 여름 작물을 다 수확하고 빈 땅에 가을 작물을 심었다.

-TIMELINE -

여름 작물들 뽑기

퇴비 뿌리기

삽으로 땅 뒤집기

곡괭이로 땅 고르기

상추 모종 12개 심기

부추 모종 3개 심기

무 씨앗 파종

배추 모종 15개 심기

대파 모종 100개 심기


이 작은 싹들이 정말 자라긴 할까?




일주일이 흘러 다시 찾은 텃밭.

일주일 새 갸녀렸던 새싹들이 조금 굵어져 있었다. 대파도 힘을 받아 꼿꼿했고.



지난 주 심지 못했던 알타리 모종을 심고, 갓 씨앗 파종도 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얘네들 성장속도가 장난 아니다!

텃밭을 하면할수록 생명의 위대함, 신비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무는 어느새 굵직하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배추는 푸른 잎들이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했다.

열무, 무들이 서로 더 잘 자랄 수 있게 일부 싹들을 솎아주었다.

남편은 아깝다고 왜 뽑냐며...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는 도시 남자다 ㅋㅋ

난 농사를 지어보진 않았지만 솎아 주는게 서로를 위해 좋은 거라는 거 정도는 안다.


아무튼 열심히 싹들을 솎아주던 와중에 텃밭 관리분께서 우리 텃밭을 지나가시다가

"그런거 솎아 줘야해요. 잘하고 있네요. 그걸로 김치 담궈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앗? 이걸 먹을 수 있다고!!!?


그러게. 난 왜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남편도 그제야 아까운 마음이 사라졌는지 오늘 집에 가져가서 당장 김치를 담궈보자고 열정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탄생한, 진짜 김장에 앞선 'Semi-김장'

따로 양념 재료를 사진 않고 집에 있는 것들을 긁어 모아 대충 만들었는데도 꽤 그럴싸 했다.

우리 부부는 우리가 김치를 스스로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

다행히 아이도 맛있다며 잘 먹어줬다.



이렇게 여름을 보내고 11월.

텃밭을 찾은 우리의 옷차림은 반팔티에서 어느새 패딩이 되었다.

특이하게 유일하게 이 무 딱 한개만 이렇게 붉은 무였다.

내 팔목보다 더 굵어진 기특한 무!


이게 정녕 우리가 심었던, 그 작았던 새싹이 맞다고?

경이롭다.


대파는 의도와는 달리 덜 자라준 덕분에 쪽파와 동일한 크기를 자랑했다.

짜잔! 우리가 텃밭에서 수확한 작물들!


쪽파처럼 자란 대파,

갓,

알타리,

배추!



텃밭에 가면 늘 친정 엄마에게 이만큼 자랐다며 자랑을 하곤 했다.

엄마가 이번 년도엔 김장을 하지 않기로 하셨는데 우리의 텃밭이 기특했는지 도와주시겠다며 손수 양념을 가지고 우리 집으로 와주셨다.

얼마 없는 알타리부터 무쳐무쳐!

색깔 곱다.

알타리도 알이 크지 않아 먹기 편할 것 같다.


드디어 가장 중요한 배추!

사실 중간중간 비료도 주며 보살펴야 했는데, 초보 농부+게으른 농부라 그것까진 신경 쓰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알이 꽉찬 배추는 별로 없고 대부분이 빈약하게 자랐다.ㅎㅎ


무 농사는 이번에 매우 성공적이였고,


무채를 만들기 시작


우리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는 양이 부족해서 (우리 집은 김치 마니아들이 모임 ㅋㅋ)

절임배추도 추가로 구매했다.

이건 우리 텃밭 배추. 엄마가 절이는 것까지 직접 해주셨다.ㅠㅠ


8살 딸은 당연히 김장의 조물조물 타임을 놓칠 리가 없다.

김장인지 촉감놀이인지   없는 조물조물 타임을 가졌다.

드디어 김치 속을 넣는 시간.

우리 텃밭 배추는 아까도 말했지만 속이 꽉찬 배추는 보기가 드물다 ㅋㅋㅋㅋ

그래서 저렇게 퍼~~~~~런 잎이 많다.

나에겐 마냥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울 엄마 왈,

"초록잎이 많으면 비타민이 더 많아. 더 좋은거야."


울 아빠 왈,

"이런 배추가 더 맛있는겨."


난 정말 배추가 작았어도 괜찮았는데...  이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데...

두 분은 내가 속상할꺼라 생각하셨는지 나에게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네신다.  ㅋㅋ


짜잔!!!!!!!!!!!!!!!!!!!!!

양념을 제외하고 100% 모두 우리 텃밭에서 자란 작물들로 만들어진 2021 김치 완성!

이렇게 뿌듯할 수가!!!!

진짜 우리가 기른 채소로 김장을 만들게 되었다니.

매년 김장은 그 자체로도 뿌듯했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흔한 김장날의 풍경

김장날에 빠질 수 없는건?


바로 수육.

우리 집안 공식 요리사 제부가 손수 만든 수육.

고기를 어쩜 이렇게 야들야들 부드럽게 잘도 삶아냈는지. 역시 우리집안 공식 쉐프 답다.


그리고 .....

대망의......

2021 우리집 김치.

수육용으로 엄마가 참기름, 참깨 등을 더 넣고 겉절이를 만들어 주셨다.




알고 있어서 더 먹고 싶은 그 맛.

김장날 먹는 김장 김치와 수육




내년에도 텃밭을 할 예정인데, 배추와 무를 심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일이 더 많아지는 건 단점이지만

내새끼처럼 키운 작물들을 1년을 함께 할 김치로 만든다는 건 완전 의미 있는 일이니까.


혹시라도 다시 김장 작물들을 심게 된다면,

그땐 꼭! 중간중간 비료도 잘 주며 알찬 배추로 키워볼 생각이다.


2021 김치야, 우리 가족의 1년 밥상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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