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장애물을 꿀꺽 삼켜버리는 일이다
그 어떤 과제도 이르거나 혹은 늦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이의 호흡에 엄마가 맞추면 그만이다. 이 생존 리얼리티 쇼의 카메라는 모두에게 공평히 제공되어 있으며 제각각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모두 이 쇼를 기획한 신의 아름다운 계획이다.
아이가 알약을 삼킨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생의 쓴맛을 삼켜보는 커다란 경험이었다.
너 말이야, 한 수저 밥 떠먹는 것 생각해 봐. 알약은 겨우 밥알 두세 개 크기밖에 안 된다.
그래도 싫어. 목에 걸릴 것 같단 말이야.
밥도 한 수저 꿀꺽 삼키면서 이 작은 알약이 왜 안 넘어가겠어. 그러면 가루약 먹어야 돼.
너무 맛이 없어. 왜 몸에 좋은 건 다 쓰고 맛이 없는 거야?
그럼, 이거 먼저 삼켜 보는 연습을 해 보면 어때. 이건 삼키지 못하고 입안에 남아도 달콤하잖아.
아... 그럴까? 그러겠지? 그럼 줘 봐.
엄마, 이거 되네. 하나도 안 힘들었어.
거봐, 니 목구멍이 생각보다 엄청 크고 넓다니까. 절대 안 걸려. 아니, 걸려도 다시 물로 삼키면 돼.
이제 다시 과제는 좀 더 구체화된다. 유재석 씨가 무한도전에서 놀면 뭐하니로 멋지게 넘어 왔듯이, 우리 아이가 주인공인 생존 리얼리티 예능의 과제도 점점 정교화된다. 그것을 통과하면 아이는 어느새 더 자라 있을 것이다.
약 뭐로 지어 달라고 할까? 알약 괜찮겠어?
음, 너무 크지만 않으면 알약이 좋아. 쓰지도 않고, 삼킬 만해.
저, 알약으로 주세요. 근데 엄마가 먹는 비타민같이 크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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