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우리를 키우신 그대로
나는 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작고 마른 딸아이는 자주 아팠다. 아비와 어미는 아이에게 사과와 배를 먹였다.
"이 배 값이 얼마요?"
"너희 키울 때, 참 그런 일도 다 있었다. 너를 업고 시장엘 갔지 않니. 이리저리 다니면서 호박도 들어 보고 고등어 살도 눌러 보고 시장을 다 봐서 집에 왔는데, 글쎄 니 손에 니 머리만한 배 한 알이 들려 있는 거야. 이게 웬일인가 생각해 보니 내가 과일 전에서 과일을 좀 사볼까 하고 허리를 굽히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그냥 돌아왔는데 아마도 그때 네가 손을 뻗어 그 배를 집어 들었던 모양이야. 배 하나 가격을 생각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너를 내려 놓고 다시 그 과일 가게에 갔다.
- 이 배 값이 얼마요, 우리 애가 내 등에 업혀서 시장 구경을 왔다가 이 배를 집어 들은 모양이오. 아이가 들고 왔으니 물릴 수도 없고, 값을 쳐 드려야겠소.
지금도 네가 그 조그만 손으로 그 큰 배를 어찌 집어 갖고 집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야. 그래도 내 자식 도둑으로 키울 수 없어서 그 배 값을 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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