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성과 스틸러.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각자의 업무 능력의 차이가 보인다. 똑같은 업무도 처리하는 방식과 이해능력에 따라 빠르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고, 한없이 늘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팀 내의 상급자들은 이러한 업무능력의 개인차를 빠르게 알아차린다. 그리고 업무 지시할 일이 발생하면 업무능력이 빠른 사람에게 지시를 하게 된다. 결국 똑같은 직급에서 똑같이 업무를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순간에는 업무를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일이 몰려서 좀 힘들더라도 자신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후에 좋은 연봉과 승진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사실 그러한 점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경력과 직급이 되면 그 사람에게 후임이 생길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업무를 재분배하게 되면서 자신에게 몰리던 업무를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무 능력자들은 그러한 상황을 기대하면서 자신에게 몰려있는 업무를 묵묵하게 처리해 나간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의 상급자 또는 동기 중에 업무성과 스틸러가 있을 때 발생한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를 분배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해놓은 업무 성과를 자신의 것처럼 가지고 간다. 이러한 업무성과 스틸러들은 막상 스스로 업무를 처리한 능력은 되지 않으나, 자신의 업무를 도와줄 사람과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자를 알아보는 매의 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업무를 전달받은 후에 빠른 속도로 자신의 일을 같이 해 줄 사람을 찾는다. 이들은 누가 빠르게 업무를 할 수 있고, 그중에 누가 자신을 쉽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받으면 그들에게 접근하여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다.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은 처음에는 쉽게 업무를 도와주게 된다. 그러나 그 도움이 점점 도움의 수준이 아닌 업무를 직접 전부 처리하는 수준으로 바뀌게 된다.
업무 지시를 받은 사람은 업무성과 스틸러 이기 때문에 보고도 이들이 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업무를 도와준 사람을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도와준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고생을 알아주는 것 같은 마음에 안심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모든 업무를 자신이 알아서 처리한 듯이 보고를 한다. 결국 도와준 사람은 업무는 두배로 하고 자신이 한 고생은 점점 묻히게 된다. 어느 순간 그런 부분을 불합리하게 느껴서 상대에게 이야기를 해도 상대는 애매한 태도를 취할 뿐이며, 상급자에게 이러한 상황을 이야기를 해도 특별한 제재가 내려오지 않는다. 상급자의 입장에서는 업무가 '처리되었는가'만 중요하기 때문에 누가 어떻게 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더 억울한 것은 그렇게 해서 동기를 돕지 않아 그 업무의 성과가 별로인 경우, 상급자에게는 같이 한소리를 듣게 되는 점이다. 상급자들은 함께 '도와가면서' 빨리 일을 처리하도록 하지 않았다는 것을 문제 삼아, 그동안 함께 같이 해왔듯이 하라고 지시하게 된다. 결국 업무 성과만 보란 듯이 남에게 주고, 일은 전부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러한 스틸러들이 동기 내에 있는 것보다 더 괴로울 때가 바로 상급자가 업무성과를 훔쳐 갈 때이다. 이러한 일은 아이디어 싸움을 하는 부서에게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이들은 자신의 팀원들의 여러 업무성과를 포함하여 보고를 하면서, 그중에 뛰어난 것은 마치 자신의 지시사항인 것처럼 포함을 한다.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당연하게 팀원들의 탓으로 돌린다.
동기가 스틸 러일 때는 그래도 팀장이 자신의 고생을 알아주고, 조금이라도 반영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지만 팀장이 스틸러 일 때는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나의 아이디어나 업무능력을 최소한으로 보여주면서 자리를 보전하는 방법밖에는.
종종 팀장의 불합리한 점에 불복하여, 그 윗선에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팀장을 데리고 일하는 회사들은 그러한 불합리한 점을 고칠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오히려 이러한 '스틸 능력'도 팀장의 '능력'이라고 치하한다. 즉 누가 성과를 내느냐 보다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냈다는 점만을 중요시 여긴다. 이러한 회사에서 올바른 성과평가를 받고 성장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업무성과 스틸러들의 먹잇감은 대부분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열정이 넘치는 사원들이다. 초반에 한두 번 정도 자신의 능력껏 업무를 하고 나서 별다른 성과평가를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면, 또는 누군가가 지나치게 자신의 업무능력을 빼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나의 업무능력을 백 프로 발휘하지 말고 조금은 지켜보는 것이 좋다. 괜히 혼자 고생하면서 속상해하지 말자. 답이 없는 회사라면 굳이 나의 모든 능력을 발휘할 필요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