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안 하는데 바쁘기만 한 동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 바쁜 보인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특히 스스로가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서는 빠르게 일처리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오히려 주변에서 '저 사람 너무 바빠 보인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일처리도 빠르고 일도 잘한다. 그리고 괜찮냐고 물어보면 '바쁘긴 한데 괜찮다'라고 하거나, 정말 숨도 못 쉬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만 '요새 좀 바쁘네요'라고 대답을 한다.
도대체 일도 제대로 처리 안 하는 사람들은 뭘 하느라 그리 바쁘다고 이야기를 하는 걸까.
입으로만 바쁜 사람들은 업무의 블랙홀이다. 일단 업무를 받으면 절대 즉시 처리하지 않는다. 아무리 급한일이라고 닦달을 해도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다가 기한이 코앞에 다가와서야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미 끝났어야 할 일을 붙들고 있으면서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다면서 한숨을 하염없이 내쉰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속이 터지고 있는데 아랑곳도 안 한다.
그 사람들에게 일이 들어가면 업무는 처리돼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한번 말해서 처리되는 경우가 없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놓다가 결국 처리해야 하는 그 시기가 겹치면 일이 몰린 것처럼 보이게 되고, 그때부터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한숨 파티를 벌인다. 급하게 처리하다 보니 꼼꼼하지도 못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잘 기억하지도 못해서 후에 비슷한 업무가 들어와도 처리 속도는 늘지 않는다. 너무너무 급해지면 결국 같은 팀원이 구세주로 투입되는데 자신의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어도 그들은 절대 고마운지 모른다. 오히려 '내 업무는 너무 많아서 한 사람이 처리할 분량이 아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대부분의 블랙홀들은 업무시간에 딴짓을 하염없이 하거나 한 시간에 두세 번씩 담배를 피우러 나가는 등 자리를 끊임없이 비운다. 심지어 그들은 바쁜 와중에도 약간의 틈만 나면 바로 딴짓을 시작하거나 자리를 비운다. 그러나 내가 본 최고의 업무 블랙홀은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을 보면서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아서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업무가 전달되어도 관련 파일을 켜 둔 채 똑같은 자료를 몇 시간이고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처리되었냐고 물어보면 '자료 아직 보고 있어요' 정도의 대답뿐이었다. 자리를 잘 비우지도 않고 핸드폰을 잘 보지도 않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다들 적응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메일 하나 쓰는 일도 바로 하지 않고 메일 화면을 켜 둔 채 몇 시간씩 앉아 있었다. '아직도 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네'라는 대답이 끝.
따로 설명을 해주어도 걸리는 시간은 똑같았고, 하는 행동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면서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다. 결국 답답한 상사가 그 사람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고, 그렇게 한번 '도움'을 받은 일은 본인의 업무가 아니라고 계속 미루기 바빴다. 딴짓을 하는 것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멍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따로 불러서 지적을 하기도 애매했다. 업무가 바빠서 한 명을 더 충원했으나 기존 팀원들이 그대로 업무를 진행해야 했다.
업무의 블랙홀들은 자신이 팀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모른다. 그들은 정말 바쁘게 일을 하기 싫기 때문에 오히려 하염없이 바쁜 척을 한다. 빠르게 일을 처리해주고 쉬는 것보다 최대한 미루고 일을 적게 받는 쪽이 더 현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을 바로 처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바로 처리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핑계로 '바쁘다'라는 말을 달고 있는 것뿐이다.
이런 사람을 팀원으로 만나면 정말 노답. 포기하고 내업 무에 피해 안 가는 선에서 적당히 선을 긋는 방법밖에 없다. 저렇게 몇 시간씩 멍 때리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니까. 다만 정말 정말 바쁠 때는 옆에서 바쁜 '척'이라도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일을 못하는 사람이 바쁘다는 이야기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