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한 협업자
회사에서 같은 파트의 업무를 나눠서 하는 팀원도 있지만, 함께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협업을 하는 동료들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경력이 좀 쌓이게 되면 우리 부서 외에 다른 부서에서도 일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눈에 보이게 된다. 일을 할 때 팀원이 일을 못하는 경우보다 협업하는 사람이 일을 못하는 경우가 더 힘들 때가 많다.
팀원이 일을 못하는 경우 짜증은 나긴 해도, 내가 아는 업무 내용이므로 급한 대로 대신 처리를 하거나 혹은 팀장에게 미루어 버리면 되지만 다른 팀인 경우 내가 직접 처리할 수도 그 팀의 팀장에게 직접 이야기하기도 애매해지는 때가 많다. 특히 상대가 꽤나 멍청하고 게으른 데다 고지식하기 까지 하면, 일처리가 느린 것은 물론이고, 항상 무엇인가가 부족한 상태의 정보를 전달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옆에서 보기만 해도 속이 터지는 이런 동료를 옆에 두면 손 쓸 방법이 없어서 한숨만 나온다.
함께 일 했던 동료 중에서 젊고 경력이 없음에도 정말 고지식하고 '나만 옳다'는 마인드로 일을 하는 동료를 둔적이 있는데, 정말 답답 그 자체였다.
이 사람은 일단 모든 일을 자신이 '확인'해야 했다. 이 말만 들으면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게 도대체 무엇이 문제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처음에 업무를 함께 하게 되었을 때 직접 모두 확인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꽤나 꼼꼼한 사람인가 보다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항을 이야기해줘도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보는데 수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제는 꼭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그 사항을 그대로 듣지 않고 확인해 본다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미 전달받은 모든 사항을 그것도 회사마다의 특색이 있는 업무들을 '인터넷'에서 서칭 하는 것으로 확인을 하고 나서는 '다른 회사에서는 이렇게 하는 거 같은데'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회사마다 업무 처리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면 또다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업무 경력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계자 또는 선배들에게 업무를 배우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인계자의 말도 믿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되어 나오지 않는 업무들은 'FM'으로 처리되는 업무가 아니라고 치부했다. 자신은 'FM'인 사람이기 때문에 찾아서 나오지 않는 회사의 방식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문서의 양식의 이름과 양식을 작성하는 법도 몰랐으며, 실제 스스로 찾아보면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버텼다. 그러면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다는 이유로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상급자에게 '컨펌'을 받으려 했다. 자신이 작성한 문서에 적힌 날짜까지도 상급자의 대답을 듣고서야 적어 넣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업무를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옳고 그름과 업무방식을 모조리 자신의 판단에만 맡겼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내용이 있으면 '무조건 상급자에게 물어보고' 그러한 상급자의 말을 듣고 직접 '인터넷'에 확인한 후에 업무를 하고 있었다. 즉, 남의 이야기는 전혀 안 듣고 자신만 맞다는 방식이 이상하게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은 업무 처리 속도가 느린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모든 업무 상황을 상급자나 협업자가 처리해야 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상급자가 쓴소리라도 할 때면, '가르쳐준 것도 없으면서'라는 불평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틈만 나면 자리를 비웠다. 실제 다른 사람과 공유해 주어야 하는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면서 남의 업무에 대해서는 시시콜콜 캐물었다.
대부분의 고지식한 사람은 오직 자신의 힘으로만 일을 하거나 혹은 전부 남이 시키는 대로만 진행하려고 하는데, 이 사람은 함께 일하기에 답답한 꽤나 특이한 유형으로 상급자도 협업자도 피를 말리는 사람이었다. 말귀도 굉장히 느려서 설명을 해주어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무엇인가 찾아보더라도 두 번 세 번을 읽고 확인을 하지 않으면 빠르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사람과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이런 복합적인 고지식한 타입의 사람은 많이 흔하지 않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혹시라도 이런 사람과 만나 협업을 하게 된다면 '정확하게' 업무를 나눠서 최대한 혼자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업무가 섞여 있는 것 같다면 전부 나에게 미루거나, 나에게 물어볼 것이고 대답을 들은 모든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내 말이 맞는지 틀린 지 검증하는 시간을 전부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상급자로서 업무지시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아니면 '내 말대로' 했으니 직접 책임지라는 식으로 말이다.
최대한 업무를 분리해서 이것은 너의 일이고 나는 모르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자른다면, 한숨을 잔뜩 내쉬면서 인터넷을 찾다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다. 나 대신 다른 사람이 희생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저 사람과 협업하기 싫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