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만한 제 연봉이 그렇게 아까우신가요?

자신의 몫만 챙기려는 대표.

by For reira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연봉 협상에 어려움을 표한다. 큰 회사들의 경우는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어서 연봉협상의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으나, 작은 회사들의 경우는 연봉 협상이 실제 나의 연봉을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연봉이라는 것은 회사에서의 내 가치를 보여주는 가장 큰 지표가 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예민할 수밖에 없다.


연봉협상 시기는 대부분 1년에 한 번이고 이때 결정된 사항이 일 년 내내 유효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다들 예민해진다. 회사는 회사대로 최대한 적은 인상으로 최대 효율을 내려고 눈치를 보고 직원들은 최대한의 인상률을 얻기 위해 눈치를 본다. 실제로 나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나 다른 파트의 사람들이 얼마나 받고 있는지 또는 회사가 나에게 어떤 가치를 두고 얼마나 올려주려고 하는지를 아는 것은 연봉협상에 꽤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연봉협상 때가 되면 서로서로 탐색전을 하거나 회사의 상황을 알려고 하는 움직임이 평소보다 더 많아진다. 그래서 그런지 연봉협상이 끝나고 나면 어떤 결과던 간에 '한숨 돌린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대표들은 회사 돈이 곧 자신의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직원들의 월급을 매우 아까워한다. 그러다 보니 연봉협상과정에서 서로 마음이 상하게 되고 그 결과가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연봉에서 백만 원, 이백만 원은 1년으로 나눠 봤을 때 별 금액은 아니지만 협상과정에서 본인의 희망연봉에서 그만큼 깎이면 직원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현명한 대표는 직원의 제안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경우 직원이 원하는 선에 맞춰서 협상을 조율해주려고 한다.


대부분의 대표들이 직원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 하지만, 자신에게는 매우 관대하다. 그리고 직원들도 '그래도 대표니까'라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묵인하고 넘어간다. 특히 이러한 마음은 대표가 직원에게 돈을 아끼는 모습을 적게 보일수록 더 커진다. 실제로 자주자주 직원들에게 작은 무엇인가를 사주거나, 혹은 자주 베풀지 않아도 한번 통 크게 무엇인가를 직원들을 위해서 쓰는 경우 직원들의 애사심이나 대표를 생각하는 마음이 올라간다.


함께 일했던 대표 중 한 명은 직원들에게 '잘 사 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직원들이 간식을 사달라고 이야기하면 전 직원이 먹고 남을 정도의 피자를 돌리곤 했으며, 점심을 사주는 경우 음식을 너무 풍족하게 시켜서 오히려 직원들이 나서서 돈을 아껴주려고 하곤 했다. 이 회사의 경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연봉협상 기간에 직원들이 원하는 만큼의 연봉 인상을 해주지 못했었는데 직원들이 아쉬워하기는 해도 회사의 사정을 잘 이해해주었다. 평소 대표의 행적을 봤을 때 어느 정도 자금에 여유가 있을 때는 당연히 직원들을 잘 챙겨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가 월급을 많이 받아가거나 종종 '편애하는' 직원에게 상여를 크게 주는 경우가 생겨도 - 당연히 반색하지는 않지만 - 원래 '잘 쓰는 사람이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 속하는 대표들은 직원들에게 전혀 지지받지 못한다. 평소에도 직원에게 쓰는 것을 아끼고 자신의 배만 불리고 하는 대표를 직원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러다 보면 '내 월급은 얼마나 챙겨주려나 보자'와 같은 마음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연봉협상을 맞이하면 좋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평소에도 직원들을 생각해주지 않는 대표들은 연봉도 적게 올려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모습에 더욱 실망하고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본 최악의 대표는 정말 자신의 이익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자신 외에 누구에게도 쓰는 돈을 다 아까워했다. 입으로는 '직원을 위한 복지를 위해 힘쓰겠다' 또는 '말만 하면 원하는 만큼 연봉을 올려주겠다'라는 식의 말을 했으나, 행동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말로는 마음껏 회식하라고 이야기했으나 막상 팀 회식을 하는 경우 다음 날 회식 참석자가 누구인지 캐물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사정이 좀 어려워지자 그것을 기회 삼아 직원들의 연봉을 강제로 동결시키거나, 일을 잘하지만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직원의 경우 편하게 감봉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연봉은 꼬박꼬박 인상했다.


회사의 자금 형편이 괜찮아지자 직원들은 당연하게 연봉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나중에 인센티브를 주겠다' '아직 그렇게 여유로운 것이 아니다'와 같은 말로 직원들을 속여가며 연봉 인상을 최대한 적게 유지했다. 상황을 잘 알고 있어서 강하게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에게는 '회사에서 큰돈을 벌어가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큰돈을 벌려면 사업을 하거나 투기를 해야 한다' 라며, '연봉 백만 원, 이백만 원은 푼돈'이니 그런 것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막상 대표는 자금 사정이 좋아지자마자 연봉협상 기간과 상관없이 몇천만 원씩 연봉을 인상해 갔다.


직원들의 불만이 많아지자 자신도 '연봉'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 사람이라면서 그래도 직원의 사기를 위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인센티브조차 자신을 포함한 지인 몇 명에게 지급했다. 회사의 인건비 상승률은 엄청나게 높았으나 일반 직원 중 누구도 높은 연봉 상승률을 갖지는 못했다. 결국 직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고 꽤 많은 수의 직원이 한 번에 빠져나갔다.


직원들이 이렇게 빠져나가자 상황의 심각성을 각 '팀장들의 무능함'으로 돌렸다. 자신은 직원들을 많이 챙겨주려고 노력해 왔으며, 스스로도 정당하게 '월급'만 챙겨간다고 말하면서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은 관리를 잘 못하는 팀장의 무능력함 때문이라고 했다. 연봉에 대한 불만을 전달하면 연봉은 '생활비' 수준이면 되는데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오래 다니는 직원을 선호하지만 이 회사는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오래 다니는 경우 계속 연봉을 인상해서 지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 년도 안된 '저가'의 직원이 나가는 것은 겁을 내지만 4년 이상 오래 다니던 일을 잘하는 직원이 회사에 실망하고 나가는 것은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는 점점 일을 잘하는 직원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 회사는 대부분 사람들이 2년에서 3년 이내에 이직을 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재밌는 점은 이런 대표가 있는 중소기업이 이곳 한 군데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 실제로 꽤 많은 대표들이 똑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대표들에게 나의 쥐꼬리만 한 연봉은 너무 큰돈이고 자신이 올려가는 몇천만 원은 너무 작은 돈이다. 그들에게는 직원을 위해서 쓰는 만원은 너무 커서 망설여지고 자신이 법인카드로 사용하는 백만 원은 '이 정도쯤이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작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기가 찬다. 그렇게 내 연봉이 지급하기 아까울 정도로 크면 자신이 내 연봉을 받고 나한테 자신의 '작은' 연봉을 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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