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 너무 안 좋은 팀.
회사의 사이즈가 조금이라도 커지게 되면 회사는 팀을 나눈다.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열명이 넘어가는 형태로 팀을 이루게 되는데, 이렇게 팀 단위로 업무를 할 때는 팀끼리의 협업뿐만 아니라 팀원들 간의 협업도 꽤 중요하다.
보통 팀의 성격은 각 팀의 업무성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영업팀의 경우 성격이 서클 서클 하고 좋게 말하는 사람이 많으나 실수를 해도 그냥저냥 넘어가려고 하거나 위치가 확실하게 '갑'이라고 생각되는 경우에 거만하게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팀은 조용조용하지만 고집이 센 경우가 많으며, 회계팀은 팀 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며 타 팀에게는 차갑게 응대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회사의 업종이나 회사 내에서 어느 파트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팀별 성향도 조금씩 다르지만 왠지 사람을 대할 때 '아 역시'라고 느껴지는 팀의 분위기들이 있는 편이다.
대부분 팀원들끼리는 타 팀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서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팀끼리 업무를 하다 보면 일을 좀 못하거나 성격이 지나치게 까칠한 사람은 타 팀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도 팀원들끼리는 그 팀원을 감싸주거나 도와가면서 최대한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이유는 별것 아니다. 바로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면서 부딪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팀의 분위기가 매우 어색해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을 조금 못하는 사람은 평소에 좀 더 성격 좋게 행동하거나 성격이 까칠한 사람은 업무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등 다들 자기 나름대로 팀 내에서 잘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간다. 회사의 분위기가 아무리 좋아도 팀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지거나 불편해지면 서로서로 힘들기 때문이다.
종종 회사는 나쁘지 않은데 팀 내 갈등이 심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일했던 팀 중 하나도 팀원들 간의 사이가 너무 좋지 않아서 업무 하는 내내 가시 방석에 앉은 듯한 곳이 있었다. 사내의 모든 부서도 전부 ' 이 팀은 팀원들끼리 사이가 안 좋다'라는 사실을 알정도로 서로가 개인적이고 날이 서 있었다.
팀원끼리 사이가 안 좋을 때는 대부분 근원이 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두 명 또는 세명이 사이가 심하게 안 좋은 경우 팀 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의외로 한쪽 사람이 정말 '별로'인 이상한 사람이면 팀 내 갈등이 생각보다 심해지지 않는다. 문제는 둘 다 개인 적으로 보았을 때 나쁘지 않고, 일도 곧잘 하는 사람일 경우면 팀 내 갈등이 매우 심각해지는데 이 팀은 불행히도 후자였다.
팀원들 간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은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었다. 일단 팀 내에 특히 사이가 안 좋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대화를 이메일로 했다. 간단히 '이것 좀 해주세요'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말도 팀원과 팀장을 참조 걸어서 업무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중간에 끼인 사람들은 이쪽 사람에게 한번, 저쪽 사람에게 한 번씩 불려 가 상대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대부분 개인별로 분담된 업무라 업무적으로 부딪힐 일이 최소화되어 있는 팀이었지만 그럼에도 서로 함께 해야 하는 업무가 발생하는 경우는 나노 단위로 나눠서 역할을 분담했다. 그렇게 분담이 되면 자신의 분담 내의 업무가 아닌 경우 상대의 것은 말 그대로 틀린 글자 하나도 절대 수정하지 않았다. 서로가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리뷰를 보고 있는 경우 보고서를 내야 하는 시간이 코앞 이어도 절대 직접 하지 않고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여 수정하게 만들었다.
두 사람이 직접적으로 대화 형태를 띤 이야기를 할 때는 무엇인가 상대방의 실수 같은 것이 나왔을 때였다. 상대의 실수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라고 하면 큰소리로 '이것 틀렸는데 확인하세요!'라고 이야기를 했고, 상대가 정말 실수한 경우는 조용히 수정하고 아닌 경우는 '너의 지적이 잘못되었다'라는 장문의 메일이 발송되었다.
두 사람이 만들어 놓은 팀 분위기는 점점 더 개인적으로 변해갔다. 사실 말이 '개인적인 분위기'였을 뿐 서로의 날 선 행동에 지친 다른 팀원들도 최대한 서로서로 부딪히지 않게 노력했으며, 그런 분위기가 점점 '다른 사람의 일은 내가 해주면 손해'라는 인식으로 흘러갔다.
누군가가 휴가를 가있는 경우 다른 부서에서 업무를 요청해도 팀장님의 직접 지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그 사람의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진행해 주지 않았다. 팀에 팩스가 여러 장 와있는 경우 팩스를 확인하고 자신의 것만 가져간 뒤 나머지는 다시 팩스 함에 넣어두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상대가 서있어도 절대 먼저 건네주거나 상대에게 '자료가 도착했다'라는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 아픈 팀원이 있어도 걱정하거나 위로를 하기는커녕, 자신이 불필요하게 업무를 대신해야 할까 걱정하거나 화를 내서 결국 팀장이 팀원의 일을 대신해주어야 했다.
나와 마주치는 다른 팀의 팀원들은 종종 '도대체 그 부서는 뭐가 문제냐'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담당자가 없으면 팀원들이 조금이라도 도와주지 않아서 급한 경우 발만 동동 구를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일을 못하거나 문제가 되는 사람도 없는데 도대체 '왜' 라면서 다들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이 곳에서 일하는 동안 정말 숨이 막혔다.
한번 악화된 팀 분위기는 정말 되돌리기가 어렵다. 최대한 더 나빠지기 전에 서로서로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편 가르기 형태로 변하거나 그저 알아서 해결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분위기는 절대 좋아지지가 않는다. 이런 팀에서 일하는 것은 정말 지옥과 같다. 웃기겠지만 이런 팀에서 일을 한다면 같은 회사 내의 다른 팀을 보면서 부러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팀이 걸리면 답이 없다. 빠르게 다른 팀 혹은 다른 회사로 가거나 아니면 내 한 몸 희생해서 이쪽저쪽 사이를 조율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결국 나도 팀 분위기에 적응해서 '개인적인 성향'의 팀원이 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