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좀 넓게 쓰시죠 대표님.

겉과 속이 다른 대표.

by For reira

회사의 대표들은 대부분 욕을 먹는다. 직원이 한 명 한 명 늘어갈수록 모든 사람과 다 맞을 수는 없기 때문에 불만이 생기는 직원이 있기 마련이다. 생각하는 것도 전부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다들 평점이 중간 정도 되면 '엄청 좋은 회사'라고 이야기를 한다.


회사가 작을수록 대표의 성향이나 성격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불만은 사실 대표에 대한 불만이라고 봐도 된다. 대부분의 대표들은 어려운 시절에는 '함께'를 강조하다가 어느 순간 좋은 시절이 되면 '함께'가 사라진다. 대부분 회사가 조금씩 성장해 나가면 그동안 함께 해온 직원보다 자신의 고생이 더 눈에 들어오게 되고 눈에 많이 띄지 않는 한 스스로에게 혜택을 많이 주게 된다. 기업이 작을수록 눈치를 봐야 하는 이사진들이 없기 때문에 대표는 더욱더 맘대로 할 수 있다.


회사 내의 의사결정을 자기 멋대로 바꾸고 알게 모르게 직원들을 차별하거나 낙하산을 보내기도 하고 자신의 주머니부터 채우는 대표들은 너무 흔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러려니'하고 넘어가기도 한다. 물론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고 그 상황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니 하면서 참고 지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적절히 경력을 쌓고 나면 그래도 여기보다 낫은 데가 있겠지 라는 심정으로 회사를 떠난다.


내가 만났던 대표들 중에는 '정말 너무 치사하지 않아?'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 사람은 직원들에게 복지를 해주는 것을 너무너무 아까워했다. 규모가 그리 작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모든 직원들은 '대표가 통이 너무 작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 큰 자식이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직원들에게 틈틈이 못할 소리를 하고 돌아다니며 직원들이 항의하면 '나쁜 뜻이 아니다'라고 무마시키기 일수였다.


한 번은 두 팀이 조인하여 번개 회식을 하러 가기로 했다. 당연히 회식비는 회사에서 나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자비로 2만 원씩 내서 고기를 먹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나가는 길에 문 앞에서 대표와 마주쳤다. 2개의 팀이 함께 뭉쳐서 가는 것을 보고 어린 직원들 이과 놀고 싶었던 대표가 따라나섰다. 그러나 회식비를 내기 싫었던 대표는 1차로 간 고깃집에서 실컷 놀고 자리가 파하기 전에 자신의 회비 2만 원을 내고 사라졌다. 젊은 직원들끼리 재밌게 놀려던 회식 분위기는 대표로 인해 불편해졌고 심지어 회식비도 기존대로 개인이 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분위기는 금세 식었고 직원들은 1차를 끝으로 전부 돌아갔다.


그리고 만난 또 한 명의 대표도 매우 속이 좁았다. 그러나 이 사람의 문제는 사람들에게는 통 크게 보이고 싶어 하고 쿨하게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모든 직원들 앞에서 자신은 외국 벤처 기업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한다고 떠들었으나, 팀 회식을 하거나 작은 미팅을 할 때는 자신은 직원들에게 '대표'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을 이야기했다.


야근이 많아서 불만이 생기자 야근수당을 만들었으나 기껏해야 두 시간에 만원 정도 하는 수당이었고, 그마저도 수당 신청하는 팀의 팀장에게 '왜 신청이 많냐'라며 닦달했다. 표면적으로 야근을 지양하기 때문이라고 말은 하나, 자신은 원래 회사에서 놀면서 일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다면서 회사에서 빨리 가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디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즉 말로는 모든 좋은 것들을 이야기 하지만 속으로는 전형적이 꼰대였다. 직원 모두 앞에서는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팀장이나 관리팀에게는 '너네가 꼰대 짓 해줘'라고 닦달하는 전형적인 타입.


회식 때 소고기 먹는 회사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만 돈을 많이 쓰고 싶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식당을 찾아 제일 저렴한 메뉴를 미리 잔뜩 주문을 시켜 놓기도 하고, 휴가나 상여 등의 복지를 '자신만 포함될 수 있는'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후 다음 해에는 그 복지나 상여를 없앳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다른 직원과 똑같이 '회사의 룰'에 따라 모든 지원을 받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을 했다.


능력도 없는 가까운 지인들을 회사에 불러들여 비싼 월급을 주며 '호의'를 베풀었고, 무능력한 직원에 대한 불만은 모른 척했다. 뿐만 아니라 여유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자신의 연봉을 올려서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바빴다. 바른 소리를 하는 직원이 있으면 다른 직원에게 그 직원의 흉을 보기도 하고, 함께 술 마시러 가주거나 아양을 떠는 직원이 있으면 일을 잘하지 않아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 바꾸기나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꽤나 자주 하는 편이어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일 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대표의 그런 모습을 눈치챘다. 직원들은 당연히 그 대표를 존경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고, 직원들의 그런 태도에 대해서 '나는 마음을 줬지만 직원들은 모른다'는 식으로 상처 받은 듯이 행동을 했다.


대표들은 다 이상하다고 하고 대부분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사람 좋은 척하면서 속이 좁은 사람은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런 회사는 처음에는 그래도 다른 직원들끼리 뭉치는 힘으로 버티지만, 사람의 드나드는 정도가 크기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안정적이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회사 내에서는 알게 모르게 공유되는 일들이 많으므로 이것저것 다 듣다 보면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회사를 다니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에 점점 속이 쓰려온다.


종종 직원들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존경을 강요하는 대표'가 아닌 '존경할 만한 대표'를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다들 사업을 하면 이렇게 변하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런 사람들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좋은 대표를 만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네.

keyword
이전 10화그러고도 팀장님이라고 불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