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이용하는 상급자 (상)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부서의 상급자 또는 같은 부서 내의 상급자들과 친하게 지내야 할 때가 있다. 아무리 회사가 정해진 룰을 지킨다 하더라도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결국 상급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서로 협업을 많이 해야 하는 부서들의 실무자들과 상급자들은 서로서로 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서 업무에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실무자들은 상대 부서가 실수를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직접 거절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타 팀의 상급자에게 해당 상황을 잘 '마무리'해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반대로 상급자들은 자신의 팀원들이 실수하거나 혹은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탁을 하게 될 때 상대 부서의 실무자들을 찾게 된다. 서로 필요한 만큼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의 친밀성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 종종 작은 간식이나 커피를 한잔 사는 등의 작은 '호의'를 미리 베풀어 놓기도 하며, 가끔 간단하게 식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즉 회사 내에서 팀 간 '접대'를 하는 셈이다.
대부분은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정도이고, 식사를 요청하는 경우는 크게 무리한 부탁을 한 적이 있거나 곧 무리한 부탁을 할 확률이 높은 경우이다. 그리고 대화의 대부분은 '모자란' 자신의 팀원을 미리 부탁하거나 혹은 무리한 부탁을 하는 팀원을 자제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종종 이 팀 저 팀을 다니면서 '사람 좋은' 듯 행동하고 다니다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후 행동을 애매모호하게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업무적인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은 당황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실무자 중 이성의 실무자에게 유독 친근하게 행동을 하며, 하염없는 개인사를 이야기를 하는데 특히 자신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늘어놓는다는 점이다. 평소에는 사람 좋게 보이는 행동을 많이 하고 동성의 직원들에게도 나쁘게 대하지 않아, 이성의 실무자들이 안심하고 커피를 한잔하거나 간단한 식사 요청에 응하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경우 어느 순간 자신의 개인사를 줄줄 읊어 대면서 '사실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다' 던가 '요새 외롭다' 또는 '그냥 말이 통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같은 뜻도 모를 이상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타 팀이던 같은 팀이던 상급자가 실무자에게 이런 행동을 하게 되면 별 뜻 없이 하소연이나 하려고 시간을 냈던 실무자들은 곤란해지게 된다. 특히 다음 날 회사에서 만나게 되면 '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어색한 기분이 생긴다. 그러나 회사 내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여전히 사람 좋아 보이므로 조금 지내다 보면 왠지 '내가 과민했나' 싶은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고민 끝에 그 사람과 함께 일했던 다른 실무자들에게 물어본다면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것에 놀라게 된다. 그 사람은 회사 내에서 늘 호인의 인상으로 다니기 때문에 다들 겉으로는 그 사람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또다시 그런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적절히 선을 긋고 피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다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라고 하면서 뒤에서 어떻게 하고 다니는 지를 이야기해준다.
자신의 가정사의 '불행'을 다른 이성에게 읊어 대는 사람들의 목적은 바로 사내에서 '이성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가정에서 별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가정적'인 사람인지를 끝없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성과 단둘이 있게 되면, ' 사실은 남에게 이야기 못하지만'으로 시작하며 자신은 '외로운 사람'이며 친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종종 상급자 외 동급자들도 적절히 친해지면 자신의 '외로움'을 지나치게 털어놓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의 목적도 비슷하다. 동급자가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협업을 하고 있을 때이다. 즉 상대가 업무적으로 나와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황일 때를 노려 상대를 떠본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을 드러낼 때는 대부분 자신이 회사 내에서 이미지가 나쁘지 않으며, 업무적으로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할 때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상황은 보기 힘들다.
이렇게 영악하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는 저런 타입의 사람들이 의외로 회사에 많다. 이들은 사람 좋은 듯 행동하며 대놓고 자신의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다. 평소에는 신사 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신고를 당할만한 요소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은' 여지'가 있는 사람이고, 언제든지 가까워질 수 있음을 틈틈이 드러내 주는 것뿐이다.
상급자의 과도한 친절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좋다. 그리고 사내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마치 고민을 털어놓는 척 자신이 배우자와 사이가 안 좋다고 떠들거나 외롭다는 등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무조건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 나에게 업무 이외의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포장해야 회사 내에서 좋게 보이는지를 잘 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어떻게 이용해야 상대가 약해질 수 있는지도 잘 안다. 따라서 우연히 마음에 맞는 한 명을 만나 바람을 피우다 걸리거나, 혹은 그 대상자와 헤어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절대 자신에게 피해가 갈 행동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은 그런 사람보다 위에 있는 위치기 때문에 이미지를 커버하기도 쉽고 쉽게 퇴사하지도 않는다. 결국 안 좋은 상황에 몰려서 퇴사하게 되는 것은 자신보다 낮은 지위의 직원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착하고 순진한 직원들 중에는 종종 이런 사람을 안쓰럽게 여기다가 최악의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종종 '이 사람은 사실 마음이 여리고 집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힘들어하더라'와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그 마음을 이용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객관적으로 보지 않으면 언제 누가 어떻게 희생양이 될지는 모르는 법.
만약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최대한 거리를 벌리고 따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안 된다. 사내의 기피 대상 1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이 사람들은 회사 내에서는 좋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는 절대 마음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못한다. 부득이하게 둘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탁 트인 곳에서 최대한 빠르게 업무이야기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설마 저런 일이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사 복이 많은 사람이다. 의외로 주변을 둘러보면 말도 안 되는 이런저런 일로 꼬여서 퇴사하는 사람이 꽤 많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