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감정이 되는 순간

슬픈 생각이 날 때, 내 감정이 슬픔이 된다.

by 여신갱이

깊은 우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웃음이 많고, 행복이 많고, 행운이 많고, 사람이 많고, 즐거운 일이 많은 나였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그 말들이, 내가 포장하며 살아온 길지 않은 삶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부정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의 상황. 나의 모든 일상.


과거의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나다. 과거도 내가 그린 세계 속에서 조금은 각색이 되어있긴 하나, 크게 내가 느낀 생각에 행복, 그리움, 즐거움이 뒤섞여있다.

그 속에 아주 커다란 힘듦, 슬픔, 고통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감춘 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꺼내 놓는 사람들마다 잠깐의 감정으로 나를 이해하는 듯 하지만 그때뿐, 내 감정을 오로시 이해하는 사람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내 속이야기를 꺼내놓고 떠나간 사람들이 더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내가 밀어내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혼자 있는 때는 어김없이 슬픔이 찾아온다. 그래서 자꾸 무언가를 했다. 지금 나는 만족하고 행복해하면서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그 슬픈 생각이 아직 내 감정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단 한 번도 이겨보적이 없다. 생각이 감정이 되는 순간을 지니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하나씩 꺼내 놓는 깊은 우울의 우물의 깊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그 모든 감정이 폭파해 언젠가 내가 생각이 감정을 휘젓고, 그 감정이 나를 휘젓는 날이 오겠구나 무서운 나날이었다.


지금, 이러한 생각은 잠시 접어놓았다.


언젠가 터질지 모르는 마그마처럼 활화산이 되기 전에 많이 나의 행복을, 나의 일상을, 나를 사랑을 해야 한다. 깊은 우울이라는 건, 내가 그 깊은 감정 속에서 나와야 하는데, 생각이 많은 나는 절대 나올 수 없음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슬픈 생각을 온전히 적어 내려 간다. 그 감정이 속에서 터져버려 내 심신을 해칠까 두려운 마음에서다. 그래서 이 모든 감정에 하나씩 이유를 달기 어렵고, 때로는 일관성 없는 태도가 보이기도 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 달지만, 그것 또한 괴로운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깊은 우울은 더 깊은 곳을 향해간다.


심리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 감정을 어떤 이름으로 정의하기 어려우나, 나는 내 생각이 감정을 지배하고 있고, 그 감정으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내가 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억지로라도 나오기를 해야 한다고, 억지로라도 감정을 말하라고, 억지로라도 타인을 배려하지 말라고, 억지로라도 살라고,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말고 억지로 살아가라고, 당신의 고통스러움에 가슴 아파할 많은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라고 그러니 그들을 위해서 살아가라고, 살아가다 보면 당신도 나처럼 감정을 글로 적든, 일로 두각을 나타내든, 부로 축적을 하든 다른 무언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이 감정이 되는 순간마다 글을 적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위로받길 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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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 김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