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의 투자와 삶의 선택 - 정답을 따라왔지만, 답은 없었다.
도윤은 어느덧 열 번째 월급날을 맞이했다.
매월 통장에 급여가 들어오는 것도 이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월급은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다할 수가 있는 수준이었다.
대학교 시절, 그는 ‘취업’만을 보고 달려왔다. 얼른 돈을 벌고 싶었고, 일찍 사회에 나가기를 원했다.
고등학생 시절 과외 선생님의 조언으로 전자공학 전공을 희망하였고 재수를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원하는 학교는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만족스럽지 못하였지만, 다행히 전공 공부와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즐거웠다.
특히나 만족스럽지 못했고 공허했던 마음을 채우기 위해 학교 밖으로 일찍이 눈을 돌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이후 정말 24시간이 모자란 날들이었다. 공부와 부업을 동시에 했고 대외활동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평일 4일 동안은 전공 공부와 과제에 시간을 투자했고, 금요일 오후부터는 쉴 틈 없이 일을 했고 다른 경험을 쌓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만들어낸 결과는 도윤에게 자존감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미래를 위해 젊음을 투자하는 쪽을 선택했던 것이다.
친구들은 여유 있게 당구도 치고 PC방을 다니며 대학생활을 보냈었다.
당시 친구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고 꿈을 꾸는 과정도 나름대로 행복했다.
하지만 차를 타고 다니는 친구가 부러웠다. 유명 브랜드 옷도 사 입고 싶었다. 남들이 가는 해외여행이나 체험도 궁금했다.
가장 친했던 친구는 도윤에게 없던 것을 다 가지고 있었다. 어려울 때 그 친구가 데리고 가준 칵테일바에서 마신 블랙러시안의 맛은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고마움과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도윤에게 있어서 직장은 스스로를 증명하는 결과이자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통로였다.
그만큼 결핍은 간절함을 자극했고, 한 가지 목표에 집중하도록 도움을 줬다.
이러한 경험과 생각들은 그에게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선택‘을 ‘익숙하게 만드는 훈련‘이 되었다.
그는 마침내 국내 시가총액 Top 5 안에 드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성공한 친구”로 불렸고, 부모님의 자랑이 되었다.
첫해 받은 성과급으로 그토록 바라던 차를 구매했다.
흰색의 중형 SUV는 언제든지 그가 가고 싶은 곳으로 바래다주는 발이 되었다.
군대 시절 동기 형이 ‘남자는 기동력‘이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물론 장롱면허라 운전은 아직 자신 없었지만, 그조차 신나는 변화였다.
그는 서울에 입성하길 바랐지만, 배정된 근무지는 경기도의 한 공업지대였다.
학생 때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겠지만, 퇴근 후 맞이하는 낯선 동네는 어딘가 생경했다.
도윤은 지방 국립대학교를 다니면서 서울 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대기업에서 운영한 대외활동에서 만났던 서울 친구들은 그가 낯선 것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대하는 느낌이었다.
서울에는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있었고 공연이나 문화생활도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경험에 대한 질의 차이를 기대한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급여를 지급받는 어른의 삶이 시작되고 있었다.
도윤은 회사 생활이 버겁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회의실, 보고서, 엑셀, 상사의 말투, 점심시간, 회식, 야근.
하나하나가 새로운 세상 같았다. 동시에, 자신의 실력이 생각보다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했다.
야근을 하고 돌아와선 영어 단어를 외우고, 사진 강의를 듣고, 혼자 와인을 마시며 메모를 남기곤 했다.
그동안 낯설었던 것을 익숙하게 만들고 싶었다.
술을 배우고 싶었고, 사람을 알고 싶었고, 여행을 가고 싶었다. 세상이 궁금했다.
이게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월급이 들어와도, 누구에게 인정을 받아도, 속은 허전했다.
“이게 다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특히나,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해보거나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학교나 선배들을 통해서 ‘어떻게 취업하는가’까지는 배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사실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도윤은 결심했다.
입사 첫해, 뭐든 다 해보자고.
일도, 공부도, 낯선 것도, 철없는 것도.
그 안에서 그는 삶의 흐름을 배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