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기울던 순간, 기회는 조용히 다가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코로나 첫 확진자가 뉴스에 등장했을 때, 도윤은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런 일은 늘 있었잖아.”
머릿속에는 메르스, 사스, 신종플루 같은 이름들이 스쳐 갔다. 그때마다 잠깐의 공포와 변동성은 있었지만 결국 시장은 회복했다. 과거 경험이 만들어놓은 그 ‘패턴’이 도윤에게 일종의 안도감을 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공항이 닫히고, 국경이 봉쇄되고, 일상이 하나씩 멈춰 섰다. 그날 이후 주가 그래프는 마치 줄 하나가 끊어진 듯 끝도 없이 아래로만 달려갔다.
폭포수처럼 쏟아진 주가, 하루하루가 공포였다
스마트폰 주가창을 열 때마다 손끝이 떨렸다. 화면 가득 -5%, -8%, -10% 같은 붉은 숫자들이 깜박였다. 주가는 연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회사 화장실, 점심시간 식당, 퇴근길 지하철 안. 도윤은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고 차트를 봤다. 그래프는 매일 수직으로 내려갔다. 하루 만에 수개월 치 상승분이 사라졌고, 코스피는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환율은 폭등했고, 유가는 끝도 없이 곤두박질쳤다. 마이너스 유가라는 뉴스까지 나왔을 때는 현실감조차 없었다.
“이건 진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한편으론 알았다. 이런 혼돈의 순간에야말로 누군가는 기회를 잡는다는 걸. 문제는 이게 끝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다.
도윤은 다시 차트를 꺼냈다.
주말 이틀 동안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본인에게 몰입하기로 결정했다. 온몸의 집중력과 감각이 깨어난 기분이었다. 이건 4년 전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촉의 발동 같았다.
그는 예전에 정리해 두었던 폴더를 열었다. 거기엔 과거 위기 때 기록해 둔 데이터와 기사들이 있었다.
• 두 차례의 세계 대전
• 1929년 대공황
• 1970년대 오일 쇼크
• 1997년 IMF 외환위기
• 2000년 닷컴버블 붕괴
•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인류는 이 모든 재앙 속에서도 결국 회복했다. 도윤은 잠을 줄여가며 주가 흐름, 반등 시점, 회복 속도, 금리 정책, 환율 변동까지 모조리 다시 꺼내봤다. 당시 공포 속에서 매수 버튼을 눌렀던 사람들의 인터뷰도 찾아 읽었다.
그 과정에서 도윤의 머릿속에 한 문장이 반복됐다.
“공포는 지나간다. 그러나 공포 속에서 내린 선택은 평생을 바꾼다.”
통화 스와프, 그리고 하루 반등과 재하락
그러던 어느 날, 미국과 한국이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다는 뉴스가 떴다. 스마트폰 화면에 긴급 속보가 뜨는 순간, 도윤은 숨을 멈추었다.
그날 시장은 드디어 반등했다. 마치 세상이 안도하는 듯, 붉었던 차트가 하루 만에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다음 날, 주가는 또다시 거짓말처럼 곤두박질쳤다. 잠깐의 희망 뒤에 찾아온 재하락이었다.
도윤은 스마트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바닥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선택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 주가창을 열어보면서 도윤은 생각했다.
“이게 끝일까? 아니면 더 깊은 지옥이 남아 있는 걸까?”
차트의 기울기, 환율의 흐름, 거래량의 변화. 그는 며칠 동안 모은 데이터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 과거 위기와 현재를 겹쳐 보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세상은 무너질까? 아니면 또다시 극복할까?”
인류의 역사를 믿기로 했다
세계 대전도, 대공황도, 금융위기도, 바이러스도 인간은 끝내 극복했다. 그 과정에서 두려움 속에 매수 버튼을 눌렀던 사람들은 새로운 역사의 출발선에 서게 되었다.
도윤은 그날 밤 후배에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주가는 대문자 W를 그릴 거야. 그리고 나이키 로고처럼 우상향 할 거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독과 공감으로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