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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우아맘 Aug 12. 2024

7살 아들이 알려준, 미국학교에서 살아남는 법

미국학교가 재미있다고?

드디어 막내아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오후 4시에 집에 돌아왔다. 미국에서 첫 등교를, 그리고 아이 생애 첫 초등학교 등교를 미국에서 혼자 스쿨버스를 타고 한 것이다. 아이는 학교 놀이터도 좋고 런치도 좋다며 엄청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해줬다. 무엇보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 좋다는데, 세상 감사하다. 워낙에 친구들을 좋아하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잘하겠거니 믿었지만, 아이의 미국 학교 첫날 소감은 나에게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이게 말이 돼? 영어를 한 마디 할 줄 모르는데, 학교가 재미있다고?' 아무튼. 일단.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기특했다.


막내아들 미국 학교에 완전히 적응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1학년 시간표를 보니, 쉬는 타임 없이 Reading, Math, Writing 시간이 이어져 있었다. 난 한국 정규 교육만 받은 한국엄마인지라, 1학년인데 쉬는 시간이 없다는 게 괜찮을까 싶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쉬는 시간이 없는데 힘들지 않아?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땐 어떻게 하니?" 하고 물었다. 막내는 천진난만하게 "학교에 쉬는 시간은 없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데요. 그리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는 손들고 말하고 가면 돼요. 우리 반 친구들 다 그렇게 해요." 하고 쿨하게 말해준다. 어쩌면 막내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 보니 쉬는 시간이 없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와는 달리.






"I'm proud of myself."

막내아들이 미국 학교에 등교한 지 몇 주가 지났고, 아이는 너무 잘 적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궁금한  투성이었다. 난 아들에게 "영어를 잘 모르는데 학교에서 불편하지 않아?" 하고 물었다. 아들이 나에게 "엄마, 여기 미국 친구들은 영어만 할 줄 알잖아요. 난 한국말은 엄청 잘하고 영어도 좀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대단한 거 아니에요? 그래서 오늘은 내 미국 친구 Oliver한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 좀 알려줬어요. 잘 따라 하던데요" 말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팔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I'm proud of myself."라고 외쳤다. 자신이 잘했을 때는 자기도 자기 자신을 칭찬해줘야 한다고 했다. 미국 학교에서 배웠단다.


순간  '아차!' 싶었다. 역시 막내아들은 자존감이 높은 아이다. '자존감으로 가득하구나!' 걱정과 궁금증은 항상 나, 엄마의 몫일뿐이다.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는데 말이다. 지나고 보니 다 기우였구나 싶다. 어른인 내가 보는 세상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 다르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미국에 와서 영어로 인해 자신감도 잃어가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있는 나와는 달리,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주변의 새로운 환경도 영어라는 또 다른 언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난 미국에 온 처음 3개월이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자꾸 부족한 나만 바라보게 됐다. 그러니 한없이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지나고 보니 나름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했던 나를 안다. 그런 나를 이제는 칭찬해주고 싶다. 두 팔로 내 어제를 감싸며, 나도 조용히 "I'm proud of myself."라고 말해본다. 좀 부끄럽지만, 내 마음이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다. 난 이렇게 막내아들에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미국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의 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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