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문미순, 나무옆의자
참 인간적인 소설을 한 권 읽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에 쭉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권을 다 읽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책에는 2명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모두 치매 노인을 홀로 돌보는 가족이면서 동시에 옆집에 살고 있는 사이였죠. 70대 후반의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는 50대 여성 명주, 60대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모시는 20대 남성 준성. 어느 날 명주가 밤 늦게 귀가합니다. 그 밤 명주가 마주한 것은 거실에 쓰러져 이미 숨을 거둔 엄마의 모습이었습니다. 소설은 명주와 죽은 명주의 어머니가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 시작합니다. 명주는 준성이 다가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불안해합니다. 반면 준성은 명주의 어머니와 김장도 하며 잘 지내던 추억에 자꾸만 여성에게 다가가 소식을 묻곤 합니다.
죽은 어머니와 한집에서 살아가는 명주에게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는 죄책감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더 큰 현실적 문제와 본인이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명주는 본인이 만든 상황에 매우 불안해하며 종종 죄책감을 드러내고 맙니다.
준성 역시 어린 학생 때부터 홀로 아버지의 간병을 도맡아 살아왔습니다. 대리운전으로 간신히 생활을 영위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습니다. 간혹 아버지와의 마찰이 생길 때면 준성은 마음 속에서 크게 요동치는 생각들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무엇 때문에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 아버지를 때려죽이고 싶다는 마음마저 일렁이는 것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불의의 사고를 겪게 되는 준성과, 그의 아버지마저 온몸에 화상을 입어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준성에게는 도저히 빛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기 시작합니다. 명주는 준성에게 준성은 명주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의 끈을 조금씩 내려놓을 준비를 합니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요.
명주와 준성은 꿈이 있었고 힘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들의 부모가 치매가 아니었다면, 간병인의 삶이 아니었다면 아니 어쩌면 본인 인생의 시작이 처음부터 평탄했다면 지금의 인생이 달라졌을까요. 만약 정말 만약 우리가 명주라면 혹은 준성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