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다문화 교실 이야기

말은 달라도 마음은 통한다

by Hannah

"쟤는 한국말도 제대로 못해."

"부모님이 외국인이라서 그래."
한국의 곳곳의 교실에서 여전히 들리는 말들이다. 다문화 가정 학생 수가 19만 명을 넘어선 지금, 우리는 과연 ‘다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레지오 에밀리아의 평범한 기적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에서 열린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컨퍼런스와 함께 현지 학교들을 직접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한 교실에 들어선 순간, 아이들의 집중력에 압도됐다. 각자의 프로젝트에 몰두하거나 친구들과 협력하는 모습이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교실의 구성이었다.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진 아이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모두 같은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었다.

차별이나 편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평화롭고 조화로운 분위기만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관찰 후 교사들과의 대화 시간. 한 참가자가 질문했다.
“이탈리아어가 모국어가 아닌 아이들은 어떻게 가르치시나요?”

이탈리아 교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온다는 건 큰 강점입니다. 반 친구들에게도 엄청난 도움이 되죠. 우리의 역할은 아이들이 그 다양성 속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 말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었다. 그들의 교육 철학 그 자체였다.


한국의 현실, 그리고 가능성

한국에서도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교실에서 ‘다름’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통계상으로는 다문화 가정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일반 학교에서는 여전히 동질적인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


반면, 진정한 다문화 환경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두바이에서 만난 일상 속 다문화

두바이의 한 국제학교 교실. 25명 중 10~15개국 출신 학생들이 모여 있는 것이 일상이다. 교사들 역시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지고 있어, 수업 자체가 자연스러운 다문화 교육의 장이 된다.

특히 ‘인터내셔널 데이’는 그 다양성이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이들과 교사들은 각국의 전통 의상을 입고 커다란 국기를 들고 행진한다. 마치 올림픽 개막식처럼 교정을 가득 채우는 그 모습은 장관이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국의 전통 음식을 준비하고, 문화유산과 사진을 전시해 작은 엑스포를 만든다. 그 자리에는 자부심과 열정이 넘친다. 아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당당하게 표현하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며 배운다.


다양성의 이면을 보는 눈

그러나 두바이가 보여주는 모습이 늘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매일 땀 흘리며 도시를 지탱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국적과 학력, 언어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직종과 급여.

빛나는 고층 아파트와 빌라의 그림자에는, 노동자들의 숙소 ‘레이버 캠프’가 존재한다.”

관광객은 이면을 보지 못한 채 화려함만 담아가지만,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양면을 함께 마주한다. 아이들 역시 이런 현실을 보고 듣고 느끼며 자란다. 다양성이 주는 아름다움뿐 아니라, 사회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위계와 불평등의 구조도 배우게 된다.

그것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또한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교사가 만드는 차이

레지오 에밀리아의 교사들이 보여준 것처럼, 다문화는 특별한 과제가 아니다.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자연스러움’이어야 한다.

교사의 태도와 시선에 따라 아이들은 다름을 자랑으로 여길 수도, 부끄러움으로 여길 수도 있다.
“너는 다르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가 아니라
“너의 다름이 우리 모두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줘”
이 한 문장의 차이가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다문화 교육을 밝히는 사람들

최근 한국에서도 다문화 교육의 가치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소식이 있었다. 가수 인순이 씨가 펄 벅 인터내셔널(Perl Buck International)에서 수여하는 ‘글로벌 여성 리더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무려 12년 동안 사비를 들여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해왔다.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넘어, 다문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헌신해온 이 발걸음은 다름을 존중하는 교육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교사와 학교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름을 존중하고 포용할 때, 진정한 다문화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시작은 인식의 전환

이탈리아와 두바이에서 본 교실들이 내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달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이들이 서로 다른 배경을 자산으로 받아들이고, 다양성 속에서 자신감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다문화 교육의 출발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교사 한 사람, 학부모 한 사람의 인식 변화. 그 작은 변화가 모여 교실을 바꾸고, 결국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다름은 문제가 아니라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그 선물을 자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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