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는 AI를 유치원부터 가르친다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by Hannah

올해 봄, 조지아에서 열린 리더십 컨퍼런스. 발표자는 숨바꼭질과 관련된 한 장의 이미지를 띄우며 물었다.
“이 장면이 교육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고, 발표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교육 현장은 AI와 숨바꼭질 중입니다. 교사는 AI를 사용하는 학생을 찾아내려 하고, 학생은 그것을 감추려 숨어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죠.”

그는 실제 교실에서 있었던 사례 하나를 덧붙였다.


한 학생이 과학 리포트를 제출했는데, 선생님은 단번에 알아챘다.
“네가 직접 쓴 게 아니구나. AI가 대신했지? 이건 점수를 줄 수 없어.”

하지만 선생님은 다시 기회를 주었다.

학생은 이번에는 AI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중학교 3학년 수준으로, 적당히 실수를 섞어서 써 줘.”
그리고 새로 제출한 과제는 통과됐다. 선생님은 “이번엔 네가 쓴 게 맞다”며 점수를 준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AI는 이미 교실 안에 들어와 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사용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기준과 태도로 활용할 것인지 배우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UAE가 내린 답

그런데 UAE라는 나라는 이미 답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그것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파격적으로. 2025년부터 공립학교에서는 네 살부터 인공지능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친다. 네 살이면 아직 글자도 서툰 나이 아닌가.

처음엔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라는 현실이다. 어차피 AI와 함께 살아갈 세대라면, 일찍부터 친숙해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UAE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명확하다. 석유에 의존하던 나라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것. 구호가 아니라, 교실에서 실제로 실행하고 있다.


영어로 배우는 수학과 과학의 비밀

더 놀라운 건 수학과 과학을 영어로 가르친다는 점이다. 모국어로도 어려운 과목을 영어로? 처음엔 무리처럼 보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략이 있었다.

STEAM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로봇을 만들며 수학 공식을 익히고, 3D 프린팅으로 물리 법칙을 체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다.

즉, 단순히 교과서를 외우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삶과 연결된 살아 있는 배움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지식을 익히는 동시에,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사고하고 표현하며 미래의 경쟁력까지 키워가고 있었다.
교실은 시험지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세계와 연결되는 실험실로 바뀌고 있었다.


그런데 인성교육도 놓치지 않았다

여기서 UAE의 진짜 지혜가 드러난다. 최첨단 기술 교육과 동시에 도덕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2016년부터 이어진 도덕 교육은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인격과 도덕성, 개인과 공동체, 문화 연구, 시민 교육. 그 목표는 ‘정직하고, 관용적이며, 회복력 있고 인내심 있는 개인’을 기르는 것이다.

200개가 넘는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이제, AI 시대를 맞이한 교육 현장은 도덕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단순한 기술 사용법을 넘어, AI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UAE의 교육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들은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교육을 재구성하는 나라라는 점을.

AI를 배우되, 그것을 단순한 답안지가 아니라 삶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수학과 과학을 배우되, 시험 점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 사람.
기술을 익히면서도 정직과 배려를 지켜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모국어의 뿌리 깊은 사랑과 배움을 기본으로 하되, 글로벌 언어인 영어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힘을 갖춘 사람.

바로 그런 인재를 키우는 것이, ‘현재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일 것이다.

사막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허브로 성장한 나라답게, 교육에서도 남다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건 우리다.
우리는 그 변화를 두려워할 것인가, 주도할 것인가.

숨바꼭질은 언젠가 끝난다.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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