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새로운 도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한 그룹을 이끈 리더의 자리에서였다면, 그 무게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두바이에 있었던 시절, 사립학교 교육청은 매년 학교를 찾아와 일주일 동안 수업을 관찰하고 교직원과 학생을 만나며 학교의 모든 것을 평가했다. 결과는 곧 순위로 매겨졌고, 학교의 명운이 달린 순간이었다.
리더로서 처음 맞이한 감사에서 나는 선생님들과 밤낮을 다해 준비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회의가 끝난 교무실은 고요했다. 고개 숙인 선생님들, 깊은 한숨만이 남은 공간.
그 순간, 실패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라 나를 믿고 따라준 선생님들의 얼굴로 남았다.
그러나 교육은 단기 성과로만 증명되지 않는다. 방향은 옳았고, 시간이 필요했다. 그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에 2년 후, 우리는 두바이 교육청으로부터 ‘가장 많은 분야를 향상한 학교’로 선정되었다. 실패와 인내 끝에 맺은 결실이었다. 그 순간 선생님들과의 신뢰는 더 단단해졌고, 나는 깨달았다. 진정한 리더십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너머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라는 걸.
그 무렵, 나의 동료이자 리더였던 크리스틴은 푸자이라 왕가의 초청을 받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 나에게 물었다.
“혹시, 이번에도 함께하지 않겠어요?”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가겠습니다.”
또 다른 배움의 길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바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푸자이라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다. 푸른 바다와 웅장한 산맥이 맞닿은 곳, 현지인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휴양지다.
두바이에서 푸자이라로 가는 길은 사막과 돌산이 끝없이 이어지며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한 풍경을 펼쳐낸다. 불빛이 넘실대던 두바이의 빌딩 숲을 뒤로하고, 붉은 흙빛과 잿빛이 뒤섞인 산맥을 지나 푸자이라에 들어섰을 때,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UAE에 이런 얼굴도 있었구나.”
내가 일하게 된 곳은 푸자이라에서 유일하게 미국식 커리큘럼을 따르는 학교였다. 규모도 크고 왕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명성도 있었기에, 크리스틴의 추천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정식 절차를 따라 HR 디렉터와 교장단, 교감과 차례로 인터뷰를 보았다. 긴장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에 대한 설렘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푸자이라에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게 되었다.
규모가 크고 변화가 많은 학교였던 만큼 매일이 숨 가쁘게 흘러갔다. 그러나 돌아보면, 2019년 여름 푸자이라로의 옮김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두바이 국제학교에서 일하며 세계적인 감각을 익혔지만, 그곳엔 에미라티 학생들이 거의 없었다. 나는 늘 UAE를 떠나기 전, 이 땅의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그 소망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외국인 학생들은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땅의 아이들은 이곳에 남는다. 그들에게 남긴 가르침은 세대를 이어가는 작은 유산이 된다.
내 멘토가 가는 학교라는 이유와 단순히 에미라티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 선택은 내 삶을 성장과 보람, 그리고 변화를 향해 이끌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앞으로 이어질 푸자이라의 이야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깊고 의미 있는 장이 될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