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 없이 똑같이 대해달라는 부탁
"왕자와 공주가 다니는 학교라면 어떤 모습일까?"
동화 속에서만 보던 인물들이 실제 내 학생이라면, 그 교실은 어떤 풍경일까. 우리 학교는 푸자이라 왕가의 비전에서 시작됐다.
왕가 자녀들의 올바른 성장과, 푸자이라 모든 아이들에게 글로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는 숭고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 달리, 시간이 흐르며 학교 운영은 본래 정신에서 멀어졌다. 개인의 이익이 우선시되었고, 감사에서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왕가는 학교를 다시 세우기 위해 정직하고 헌신적인 리더를 찾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크리스틴을 불러냈다.
내가 처음 도착한 학교는 전환기의 혼란 속에 있었다.
리더십 교체로 학부모들은 실망했고, 교사들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지러워했다. 아이들마저 불안한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복도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웃음소리는 사라져 있었다. 교무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것이 내가 처음 마주한 학교의 풍경이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왕가와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 어떤 의전을 지켜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실례를 범하면 어쩌지?"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작은 몸짓 하나, 고개 숙임의 각도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특히 UAE는 이슬람 문화권이라 남녀 간 악수가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사해야 할까? 미소와 함께 "Hello, Your Highness"라고 말하는 게 맞을까?
마침 학교 첫날, 왕세자 부부가 유치원에 입학하는 자녀와 함께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나는 생애 첫 왕가와의 만남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입 안은 바싹 말랐다. 하지만 왕세자 부부는 생각과 완전히 달랐다.
위엄보다는 따뜻함이 먼저 다가왔다. 인상 좋은 미소와 함께 눈빛으로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다.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되나요?"
"혹시 다른 반이 더 어울리지는 않을까요?"
그들의 물음은 왕세자와 왕비가 아닌, 그저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진심 어린 관심이었다.
나는 모든 선생님들이 훌륭하시고, 이미 받은 반 배정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말씀드렸다.
아이들을 특별 대우하지 않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다행히 왕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들은 뜻밖의 부탁을 했다.
"왕자와 공주의 이름 앞에 붙는 Sheikh, Sheikha 호칭은 빼고, 그저 이름만 불러주세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세요."
그 순간 마음속 긴장이 스르르 풀렸다. 굳어 있던 어깨가 저절로 내려앉았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모든 선생님들이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절차가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이라는 것을.
왕자와 공주이기 전에, 그들은 배움의 길을 걷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교사의 역할은 어디에서나, 누구를 가르치든 다르지 않았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왕자와 공주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바라보던 푸자이라 왕세자 부부의 자애로운 눈빛이었다.
그 눈빛 속에는 품위보다 따뜻함이, 권위보다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날의 장면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 교직의 길을 걸어가는 나를 지켜주는 작은 등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