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3년 전의 일 같다. 내가 살던 도시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별로 크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은 중소도시에서 말이다.
차를 몰고 15분 거리에 있는 이마트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늘 오고 가는 길이라 그날은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인 기다란 터널을 통과하다가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로 향하는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 그만 출구를 놓쳐 버렸다.
그 후로 그 터널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이웃 동네로 이어지다가 공사 중인 곳에서 끝이 나 버렸다. 돌아오는 큰 도로를 타는 길목이 공사 때문에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농로로 이어지는 샛길로 들어섰다. 내비게이션 없이 눈대중으로 운전하고 가는 길은 큰 도로 이전에 사용되던 지방도 같았다.
큰 도로를 타고 매번 지나가면서도 옆에 이런 지방도로가 있는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논과 밭을 지나가다 보니 의외로 소풍 온 기분이었다. 외진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가다 너무나 예쁜 브런치 가게와 제법 맛집으로 보이는 소고기 정육 식당을 발견했다. 그 식당들을 보자마자 주말에 가족과 꼭 들러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식당을 찾은 기쁨은 잠시, 늘 큰 도로만 운전해서 이런 샛길이 있는 줄도, 그 샛길을 따라 예쁜 식당들이 있는 것도 몇 년을 살면서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단시간 내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때로는 내 눈을 가릴 수 있구나... 목적과 목표에만 매몰되면 때로는 천천히 갈 때 더 많은 소소한 행복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망각하고 살아왔구나... 길을 잃고 나니 비로소 또 다른 샛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로구나...
이러한 깨달음은 평생을 살아가며 되풀이하는 것 같다. 분명 천천히 가야 길가에 핀 들꽃도 보이고, 함께 가는 사람과 눈도 맞출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속도에 나를 맞추고 왜 좀 더 빨리 가지 못하느냐고 채근하면서 그럼에도 왜 나는 점점 더 불행해질까...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모두 이 길이라고 할 때 가끔은 내가 선택한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그 길을 걸을 때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나는 40대의 나이에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잠시 중단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왔다. 모아 둔 돈을 하염없이 지출하면서... 지금 하는 이 공부와 경험이 당장의 생계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 번은 걸어보고 싶었던 길이었기에 선택했고 가끔은 불안하기도 하다.
사람들의 비난과 질타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 결국 글로벌 슈퍼스타가 된 어느 아이돌이 있다. 바로 BTS이다. 데뷔할 때 힙합을 접목했던 방탄소년단은 데뷔 후로 몇 년간 아이돌 그룹에서도, 힙합 그룹에서도 꽤나 거센 무시를 받았다. 일부 대중들도 그룹의 이름과 외모로 이들을 조롱했다.
대중의 반응과 사랑을 먹고사는 가수들로써 얼마나 고뇌하고 힘들었을지 조금 짐작이 된다. 대학도 포기하고 선택한 가수의 길. 하루 스무 시간씩 연습실에서 춤과 노래를 연습하면서 과연 자신들이 성공하고,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왜 두렵지 않았을까. 미래를 담보로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이 왜 힘들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렇게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