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이 가사를 아는 당신, 나랑 같은 세대임을 인증... 하하하
아주 어릴 때 가수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를 참 좋아라 했다. 음... 그렇다. 나는 70년대 태생... 일곱 살이나 여덟 살 무렵에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았다. 남 앞에서는 부른 적은 없고 혼자 있을 때, 왠지 모르게 센치할 때 이 노래를 종종 불렀다. 어린 꼬마도 멜랑콜리할 때 가 있고 그런 제 심사를 위로할 노래 한 곡 정도는 마음에 품고 사는 법이니까. 제목부터 얼마나 인상적인가. 사랑의 미로.
어린 꼬마도 본능적으로 사랑은 출구 없는 미로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피 끓는 청춘들은 말해 무엇할까.
요즘 가벼운 로코물 웹소설에 도전하고 있다. 하루는 도무지 청춘 느낌으로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아 유튜브에서 에픽하이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서 들은 적이 있다. 세 시간 동안 노래를 주욱 들으며 왜 방탄소년단이 그토록 에픽하이를 존경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가사가 주옥같거든.
내가 들은 플레이리스트는 주로 사랑과 이별의 아픔이 주제인 노래들인데 특히 기억나는 가사가 한때는 죽고 못살던 서로가 지금은 헤어지기 위해 만날 만큼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상대가 되었다는 쓰디쓴 현실을 반영한 노래였다. 연인과 헤어진 사람이 노래를 들었더라면 가슴을 헤집어 놓을, 공감되는 가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중년의 아줌마인 나는 공감보다는 솔직하게 부러움이 더 컸다.
사랑에 울고, 사랑에 웃고... 그 사람 때문에 미친 듯이 행복했다가 죽을 듯이 괴롭다가... 천국에 사는 것 같았다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밤을 새우며 떠나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그런 고통의 시간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청춘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는 걸 청춘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나이가 들면 그런 감정의 격변은 잘 오지 않는다. 아, 육아할 때는 빼고...
그런데 이런 사랑의 고뇌를 색다르게 비튼 노래가 있다. 바로 BTS의 Love Maze. 즉, 방탄식의 사랑의 미로라고나 할까.
사랑에 대한 80년대식 최진희의 고찰은 화자가 사랑에 대해 수동적이고 운명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미로처럼 알 수 없는 것이며 상처받기도 쉽다, 그러니 나를 사랑한다는 그대는 나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2018년식 BTS의 사랑의 미로는 확실히 노선이 다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그럴 땐 내게 집중해
어둠 속에선 우리면 충분해
덧없는 거짓 속에서
우리가 함께면 끝이 없는 미로조차 낙원
사랑하는 연인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상처 주지 말라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당당하게 내 손을 놓지 말라고 말한다. 거짓된 세상 속에서 우리를 서로 믿으면, 우리가 함께 한다면 미로조차 낙원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미로는 둘 만의 여행이 될 것이라고도 한다. 연인의 잡은 두 손은 여행을 위한 지도가 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해법인가.
난 늘 생각해 영원은 어렵대도
해보고 싶다고 그래 영원해 보자고
둘만의 산, 둘만의 climb
둘만의 세계의 축, 둘만의 마음
출구를 향한 travel
잡은 두 손이 지도가 되어
나는 가급적 '라테는 말이야'를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꼰대로 보이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요즘 세대들이 어떤 면에서 우리 세대보다 훨씬 현명하다고 자주 느끼기 때문이다. 사춘기 큰 아이만 해도 내가 그 나이 때는 생각도 못한 통찰력을 보여줄 때가 많아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 아이가 특별하다기보다는 20년, 30년 전의 십 대보다 지금의 십 대들이 더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자기 자신을 믿어 보길 바란다. 그래서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기를 마음껏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길 바란다. 비록 미로와 같은 사랑일 찌라도 나와 상대에게 확신을 줄 수 있다면 BTS의 노래처럼 미로도 낙원이 될 테니 말이다.
BTS, Love Maze MV(출처: 방탄 유튜브 공식 채널)
Cuz I'll be in love maze
Cuz I'll be in love maze
Cuz I'll be in love maze
Cuz I'll be in love maze
선택의 미로 속에 갇혀 (갇혀)
막다른 혼돈 속에 지쳐 (지쳐)
우린 정답을 찾아 헤맸었지만
Lost in the maze, in the darkness
끝없이 길을 달리고 달려봐도
저 수많은 거짓 아우성들이
우릴 갈라놓을 수 있어
정말인 걸 baby
우린 우리만 믿어야 해
두 손 놓치면 안 돼
영원히 함께여야 해 (야 해)
남들은 얘기해
이럼 너만 바보 돼 eh
But I don't wanna use my head
I don't wanna calculate
Love ain't a business
Rather like a fitness
머리 쓰며 사랑한 적 없기에
추울 걸 알아 겨울처럼 말야
그래도 난 부딪치고 싶어 ayy
니가 밀면 넘어질게 날 일으켜줘 yeah
내가 당겨도 오지 않아도 돼
Let them be them
Let us be us
Love is a maze damn
But you is amaze yeah
Take my ay ay hand 손을 놓지 마
Lie ay ay 미로 속에서
My ay ay 절대 날 놓치면 안돼
In love maze
Take my ay ay hand 손을 놓지 마
My ay ay 더 가까이 와
My ay ay 절대 엇갈리면 안돼
In love maze
Eh 남들이 뭐라던 듣지 말자
Just let'em talk 누가 뭐라건
그럴 수록 난 더 확신이 생겨
Yeah yeah yeah
Yeah yeah yeah
Can't you hear me 날 믿어야 해
Baby just don't give a damn
Promise 내게 약속해 (속해)
사방이 막혀있는 미로 속 막다른 길
이 심연 속을 우린 거닐고 있지 yeah
저기 가느다란 빛
그 낙원을 향해 헤매고 있기를
명심해 때론 거짓은 우리 사일 가르려 하니
(Ya, ya, ya, ya) 시련은 우릴 속이려 하지 but
그럴 땐 내게 집중해
어둠 속에선 우리면 충분해
덧없는 거짓 속에서
우리가 함께면 끝이 없는 미로조차 낙원
Take my ay ay hand 손을 놓지 마
Lie ay ay 미로 속에서
My ay ay 절대 날 놓치면 안돼
In love maze
뭐 어쩌겠어 우린 공식대로 와 있고
그래 어쩌겠어 그 법에 맞춰 맞닿아있어
방황하는 이 미로도
미지수의 그 기로도
서로를 위한 섭리 중 하나인걸
난 늘 생각해 영원은 어렵대도
해보고 싶다고 그래 영원해 보자고
둘만의 산, 둘만의 climb
둘만의 세계의 축, 둘만의 마음
출구를 향한 travel
잡은 두 손이 지도가 되어
Take my ay ay hand 손을 놓지 마
Lie ay ay 미로 속에서
My ay ay 절대 날 놓치면 안돼
In love maze
Take my ay ay hand 손을 놓지 마
My ay ay 더 가까이 와
My ay ay 절대 엇갈리면 안돼
In love ma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