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셀러브리티>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유명인이 되고 유명인을 넘어 소위 말하는 셀럽이 되는지, 욕망과 어두운 이면들을 흥미 있게 잘 그려낸 작품인데 욕설이 난무하고 마약까지 나와 좀 놀라긴 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BTS <Pied Piper>. 우리말로 피리 부는 사나이이다. 송창식이 부른 <피리 부는 사나이>의 요즘식 버전이려나.
독일의 동화이기도 한 <피리 부는 사나이>는 자세히 읽어보면 꽤 섬찟한 이야기이다. 쥐가 창궐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어느 도시에 한 사나이가 나타나 자신이 그 쥐를 물리쳐 줄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별 뾰족한 수가 없었던 시장은 금화 50냥을 주기로 덥석 약속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나이가 피리를 불어 도시 곳곳에 있던 쥐들을 불로 모아 스스로 물에 빠지도록 만든다. 시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날 밤 피리를 불어 그 도시의 아이들을 불러 낸 후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아이들에게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든 이야기인 것 같은데 어른이 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입장이 되지 이 이야기가 꼭 호러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벽과 경계가 없어진 요즘에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참 많아진 기분이다.
요즘의 피리 부는 사나이라 하면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소위 셀러브리티들이 아닐까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가 몇백만, 몇천만, 몇억이 되는 셀럽들의 일상, 의상, 화장품과 더불어 그들이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대중들에 의해 어마어마하게 소비된다. 하지만 그들은 교묘하다. 그들이 전시하는 것은 상품이 아니다. 욕망이다. 욕망만큼 잘 팔리는 것이 없는 세상이기에.
그렇기에 BTS가 자신들 스스로를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칭한 것이 꽤 놀라웠다. 마치 자진납세, 자진신고 같달까.
피리소릴 따라와 이 노래를 따라와
조금 위험해도 나 참 달잖아
널 구하러 온 거야 널 망치러 온 거야
네가 날 부른 거야 봐 달잖아
피리소릴 따라와
그러니까 이 노래는 자신들에게 지나치게 중독된 아미들에 대한 경고이면서 헌사이기도 하다. 이 노래에는 이율배반적이면서 배타적인 감정이 함께 담겨 있다. '널 구하러 온 거야, 널 망치로 온 거야'
나쁜 거라 더 좋은 거야
속으론 알고 있잖아
이젠 멈춰지지 않는 거야 (You can’t stop)
좀 더 솔직해져 봐
벌 받는 건 아니잖아
이리 와 난 너의 paradise
너의 일상을 마비시킬 만큼 채우는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러면서도 또 얼마나 달콤한 지, 너를 이끌어내지만 종국에는 물에 빠트려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치명적인 피리 부는 사나이라고 이토록 솔직하게 가사를 쓴 이들의 자신감에 나는 진심으로 리스펙트를 보낸다.
이 가사는 상당히 메타인지적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된 노래이다. 팬들에게 경고하면서도 그들의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에 동시에 또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옴므파탈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셀럽들이 자신들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욕망을 부추길 뿐이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도, 그 피리에 이끌리는 어린아이도 되고 싶지 않다. 다만, BTS 아미인 걸 보면 피리 부는 사나이 쪽은 아니란 것이 학계의 정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