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잡문집 14화

콘택트

by 김정은

나는 우주를 배경으로 만든 SF 영화를 참 좋아한다.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는 <마션>,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등이 있는데 세 영화 모두 수작이었다.


<마션(리들리 스콧 감독, 맷 데이먼 주연, 2015)>은 화성 기지에서 농업학자가 홀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꽤 현실적으로 그려져서인지 화성에서도 인류가 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산드라 블록 주연, 2013)>는 허블망원경 수리를 위해 파견된 박사가 우주 공간에서 조난을 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긴박감과 막막한 우주에서의 고독감을 잘 그려냈다.


<인터스텔라(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주연, 2014)>는 환경의 파괴로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된 인류가 새로이 정착하기 위한 행성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주인공들과 가족 이야기가 잘 버무려진 작품이다. 세 영화는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작품들이다.





그래도 여전히 내게 가장 최고의 SF 영화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하고 조디 포스터와 매튜 맥커너히가 주연한 1997년 작품 <콘택트>이다. (그러고 보니 매튜 맥커너히는 인터스텔라와 콘택트 두 영화에서 주연을 했다.)

이 영화의 원작자는 <코스모스>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 묘사하는 과학 기술이나 종교와 과학 간의 대립, 순수한 과학적 열망이 언론과 정치에 이용되는 모습들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계인의 존재를 확신하는 천체물리학자(조디 포스터)가 외계로부터 보내온 시그널을 발견하고 급기야 해석에 성공하는데 그 시그널은 바로 외계인과 만날 수 있는 행성 간 워프 게이트의 설계도였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게이트를 만들게 되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박사는 드디어 외계인과의 조우를 시도하게 된다. 그녀는 18시간 동안 외계인과 만나 대화하고 귀환하지만 지구에서는 눈 깜짝할 순간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두 남녀 주인공을 통해 대변하는데 마지막에 두 사람은 화해하고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아마도 종교와 과학이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희망이 담겨있던 것이리라.

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정치 싸움에 휘말려 결국 묻혀버리게 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낸다.


대부분의 SF영화는 지구인들의 시선에서 그려지지만 <콘택트>에서는 작가가 외계인의 관점으로 상상해서인지 워프게이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3차원의 지구에서 사는 인류가 보다 고차원에 사는 또 다른 미지의 생명체와 조우하려면 분명 다른 차원을 이어주는 매개체나 통로가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또 설계도를 보내온 외계인은 자신들도 다른 존재로부터 설계도를 받고 접촉하여 현재의 기술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자신들도 시그널을 보냈다고 하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인류는 사실 오래전부터 외계에 사는 존재와 알게 모르게 접촉해 왔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개미가 한 공간에 있다고 가정 한다면, 사람은 개미보다 몸집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개미의 입장에서 사람의 정확한 생김새는 물론 사람의 눈, 코, 입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더더욱 읽을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내 길을 가로막는 어떤 물체나 장벽으로 막연하게나마 인지할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보다 더 높은 차원(4차원이나 그 이상)에서 사는 존재가 바로 옆에 있어도 인간은 그 존재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도, 그 존재의 생각을 전혀 알 수도 없다. 다만, 개미처럼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모든 종교가 믿는 신에 대해 없다고 부정하지 않는다. 또 초자연적인 현상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턱대고 믿지 않더라도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나의 이성과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들로 여전히 가득하기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 품어 안으라고 우주가 내게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가장 최악의 영화는 모튼 틸덤이 감독하고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주연한 2016년 개봉한 <패신저스>였다. 배경만 우주 공간일 뿐 스톡홀름 증후군을 연상시키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우주가 가르쳐 준 이해심에도 불구하고 가끔 그러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히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우주에게 배울 것이 많은 듯 하다...ㅎㅎㅎ




커버 이미지: BTS의 노래 DNA 뮤직비디오중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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