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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희 Sep 15. 2020

이토록 사랑스러운 꽝시폭포

자연과 사람의 완벽한 조화


우아한 그 이름, 루앙프라방


라오스는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가장 순수하고 착한 땅으로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라오스의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은 독보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는 곳이다. 루앙프라방이라니. 글자로 봐도, 발음을 해도 어쩐지 우아하게 느껴지는 그 이름. 도시의 모습은 그러한 이름과 똑 닮아 있었다.    


루앙프라방은 ‘조화’의 도시다.    


중국에서 시작돼 태국 치앙라이를 통해 흘러온 거대한 메콩강과 ‘기어가는 강’이라는 뜻을 가진 남칸강이 만나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데, 그 두 개의 강 사이에 형성된 도시가 바로 루앙프라방이다.     


가로로 흐르는 넓은 강이 메콩. 세로의 작은 강이 남칸.


동남아시아의 젖줄이자 거대한 수자원을 품고 있는 메콩강. 그리고 느리게 흐르면서 묵묵히 도시를 지키고 아이들의 수영장이 되어주는 남칸강. 출신부터 흘러온 환경, 역할까지 다른 이 두 개의 강이 조금의 어긋남 없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조화의 도시 루앙프라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루앙프라방은 동서양의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도시 곳곳에 수많은 황금빛 사원들이 자리하고 있으면서 식민 시대에 지어진 프랑스식 건물들이 강을 따라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는 모습. 오래전부터 당연히 그래 왔다는 듯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나 된 풍경은 독특함을 자아내는데, 마치 라오스 속 제3국을 거닐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오랜 시간에 거쳐 도시에 흘러들어온 수많은 자연과 문명을 기꺼이 받아 녹여낸 동시에 자신만의 모습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그 얼굴이 도도하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루앙프라방 맛보기.


사랑스러움의 극치, 꽝시폭포


루앙프라방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에 첫 번째로 꼽히는 곳이 바로 ‘꽝시폭포’다. 루앙프라방 시내와 30km 떨어진 산간에 위치해 있는데, 여러 개의 작은 폭포가 층층이 흐르고 폭포수가 만들어낸 옥빛의 천연 수영장이 있어 풍경과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곳이라 했다.    


야시장에서 잃어버린 휴대폰을 되찾고 쇼핑을 한 뒤 밤늦게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갔다. 다행히 프런트에 아직 직원이 있어서 다음 날 꽝시폭포에 가는 투어 미니밴을 예약해달라고 부탁했다. 라오스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관광지로 가는 수단으로는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밴과 라오스의 택시인 툭툭이가 있는데, 인원이 적으면 밴을 타는 게, 많으면 툭툭이를 타는 게 이득이다. 운전에 능숙하다면 스쿠터를 대여하는 방법도 있는데, 길이 좋지 않으니 이왕이면 밴을 타는 걸 추천한다.    


다음 날, 숙소로 픽업 온 미니밴을 타고 꽝시폭포로 향했다. 50분이라는 시간을 쪼개서 창밖을 구경하고 부족한 잠도 조금이나마 채웠다. 입구에 도착 후 주차된 우리 차의 번호를 확실하게 기억해두고 폭포를 향해 걸어갔다. 다시 밴을 타고 가야 하는 시스템으로 자유시간은 2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 왠지 마음이 급해져 걸음을 재촉했다.    


꽝시폭포의 매표소를 지나면 가장 먼저 울창한 숲이 나타난다. 이 숲을 조금 걸어가야 하는데, 가는 길 도중에는 곰 보호소를 만날 수 있다. 다치거나 엄마를 잃은 20마리의 곰들을 보호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만난 곰들조차도 유유자적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던 건 아마도 기분 탓일까.    


행복하니..?


그리고 드디어 눈앞에 옥빛 물이 펼쳐졌다.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청량한 그 물빛 위로 수영을 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었지만, 일단 산책로를 따라 폭포의 전체를 한번 둘러보기로 했다.    


사람의 발자취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오솔길을 걷는 게 기분 좋았다. 걸어 오를수록 새로운 모습의 폭포가 하나씩 자취를 드러냈는데, 같지만 다른 여러 폭포수의 모습에 어느덧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어느 폭포는 잔잔하게, 어느 폭포는 여러 갈래로, 어느 폭포는 직선으로, 또 어느 폭포는 겹겹이 쌓인 계단식으로.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이 없어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다. 폭포라고 하면 응당 떠오르는 웅장한 모습은 아니지만, 요란하지 않은 물소리와 은은한 물빛. 꽝시는 그만의 사랑스러움이 깃든 곳이었다.            


다양한 물빛.


사람마저 풍경의 일부가 되는 곳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모든 폭포를 다 본 다음 맥주를 사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조금 더 자세히 그 풍경을 들여다보니, 꽝시의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사람’이었다. 메인 풀장처럼 보이는 몇 군데에는 특히 물놀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들마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조화를 이룬다.    


방비엥의 블루라군이나 남송강에 열렬한 청춘들이 있었다면, 꽝시에는 그저 옥빛 물을 유영하는 여유가 있었다. 여행자들이 조금 더 성숙한 에티켓을 가진 것인지 잔잔한 그 분위기에 압도되어 그런 건지, 물에 떠 다니는 쓰레기도 없었고 어딘지 모르게 질서 정연하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라 정신없을 법도 한데, 그 어느 것도 인위적이지 않았다. 두 강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동서양이 만나 새로운 개성을 만들어낸 것처럼, 자연과 (그것도 각국의) 사람이 하나 되어 조화를 이루는 곳. 그곳은 루앙프라방이었다.    


흔히 요정들이 사는 계곡이라 불리는 꽝시폭포. 내가 그곳에서 만난 요정들은 각자 피부색이 달랐고 잠시 휴업을 하며 라오스를 여행하는 중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 모두 요정이었다. 흥이 많은 요정들의 미소가 오후 햇살과 함께 옥빛 물 위로 반짝반짝 빛났다.


어느새 나도 겉옷을 벗어던지고 그 풍경 속으로 뛰어들었다.


신남 최대치. 나는 여행 한정 흥순이다.




※ 이 여행기는 2019년 11월, 누구나 마음껏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가깝지만 먼 과거의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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