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소통이 어려운 아이들 2(공부에 대한 입장 차이)
영수 엄마는 영수가 엄마와 대화하려 하지 않고,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으며 무기력하다고 학교 상담실로 전화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큰 상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상담을 통해 만난 영수의 모습은 엄마의 걱정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영수는 학교생활을 잘 해내고 있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했습니다. 영수는 엄마와의 관계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영수는 “이제는 원하지 않는 일은 억지로 하지 않기로 했어요. 엄마가 말하는 대로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결정이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결정 이후로는 엄마가 정해주는 방향대로 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영수 엄마는 영수가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공부하길 바랐습니다. 영수의 공부를 위해서 학원 설명회에 열심히 참석했고, 영수가 다닐 학원이나 공부 방법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권유했습니다. 엄마는 영수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영수는 아무리 좋은 조언을 해도 “내가 알아서 할게”라며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알아서 한다고 해놓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오자 엄마도 영수에게 화를 내게 되고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영수는 엄마와의 대화 자체를 피하려고만 하게 되었습니다.
김주환 교수는 [그릿]에서 “부모들은 아이가 일류 대학에 들어가기를 원한다. 일류 대학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자발적으로 열심히 해야만 가능하다. 중학교 1, 2학년 때 까지야 어떻게든 강제로 시킬 수 있겠지만, 고3 때까지 계속 강제로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공부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자기 스스로 해 나가야 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는 것은 아이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은 즉문즉설에서 “부모는 ‘아이에게 내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면, 안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거다.”라고 조언하십니다.
부모님 역시 지금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녀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자녀는 자신이 부모에게 온전히 존중받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자녀의 의사는 무시한 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강요할 때, 자녀들은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부모가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다면, 먼저 자녀를 믿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나의 기대에 맞추어 살아가길 바라는 비현실적인 바람을 내려놓고, 자녀의 존재 자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부모도 자녀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자녀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응원하는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