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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아서 할게요

부모와 소통이 어려운 아이들 1(생활습관의 충돌)

by 친절한 상담쌤

자녀가 사춘기임을 실감하는 순간은 아이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때입니다. 부모님들은 “사춘기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하려고 하지만 말을 걸어도 단답만 하거나,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대화를 피하는 자녀의 모습에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학교 상담실에서 학생들은 “부모님이 제 말을 안 들어줘요”. “말을 하면 싸우게 되니까, 아예 안 해요”라고 말합니다. 부모님들은 “도대체 아이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학교 상담실에서는 말을 하나요?”라고 질문합니다. 이처럼 부모 자녀 간의 소통은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어려운 숙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생활 습관의 충돌


지영이 엄마는 ‘착한 딸’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엄마 뜻을 따르는 것이 당연했고, 자신의 딸 지영이도 그렇게 자라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릴 때는 엄마의 말을 잘 따르던 지영이었는데 자라면서 자신의 의견이 생겼고, 모녀간의 대화가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지영이는 답답한 마음에 자꾸만 눈물이 나오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학부모 상담으로 지영이 엄마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교육방식이 아이에게는 큰 고통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BS 다큐프라임 [마더 쇼크]는 이런 사례를 ‘모성의 대물림’이라 말합니다. 최성애 박사는 “영유아기나 성장기 때 엄마로부터 받은 모든 경험은 무의식과 의식에 각각 각인되어 가치관에 영향을 준다. 그런 후 자신이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아이에게 대물림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지영이 엄마가 엄마의 방식대로 지영이를 키웠던 것도 이러한 모성의 되물림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지영이 엄마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라 엄마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더 쇼크]에서는 엄마의 역할을 보호자(~ 생후 1년), 양육자(만 1~3세), 훈육자(만 4~7세), 격려자(만 7~12세), 상담자(만 12~20세)로 나눕니다. 고등학생인 지영이는 상담자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부모는 ‘무조건 내 말을 따라야 해’가 아니라, ‘아이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조언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영이 엄마는 여전히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가리키는 훈육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인 지영이는 일주일간의 시험이 끝난 당일 오후에도 엄마의 반대 때문에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갈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후 반나절쯤은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의견은 묵살되었습니다 대신 바로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다음 시험을 위한 계획을 세워서 엄마에게 제출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모녀 사이의 갈등이 생겼던 것입니다. 지영이 엄마는 지영이가 엄마와는 다르게 전문직 여성으로 성장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지영이의 생활 습관을 하나하나 엄격하게 관리하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것입니다.

법률 스님은 [엄마 수업]에서 첫 번째 사랑은 아이가 어릴 때는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는 것이고, 두 번째 사랑은 사춘기 아이들을 간섭하고 싶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면서 지켜봐 주는 것이고 세 번째 사랑은 부모가 자기 마음을 억제해서 자식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학부모 상담에서 저는 종종 이런 질문을 드립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스스로 우산을 들고 걷던 모습을 기억하세요?” 얼른 달려가서 우산을 다시 잡아주고 싶을 만큼 위태롭게 걸어가는 아이를 보는 심정이 사춘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님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요? 하지만 언제까지 부모가 자녀를 따라다니면서 우산을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우산을 들고 걸어가야 되는 아이를 위해 아직은 서툴러 보여도 아이가 스스로 해나가는 것을 지켜봐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부모님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웁니다. 부모님께서 말로 삶의 지혜를 직접 전달해주지 않아도 부모님의 행동을 참고하면서 아이는 스스로 성장해 갑니다. 부모는 ‘말로 가르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을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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