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소통이 어려운 아이들 3(진로 갈등)
담임선생님이 고3인 미진이가 중간고사 기간에 무단결석을 하였다고 상담 의뢰를 했습니다. 시험기간임에도 무단결석을 했다는 사실에 많은 걱정을 안고 미진이를 만났습니다.
미진이는 조향사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조향사 학원을 등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미진이의 생각은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무조건 대학은 꼭 가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미진이는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자신의 진로 의지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일부러 중간고사를 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조향사라는 직업에 대한 미진이의 확신은 강했습니다. 이미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등록할 학원까지 알아본 상태였습니다. 저는 미진이에게 조향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원을 다니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조향 관련학과에서 진학하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미진이는 대학에 조향 관련학과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다음 상담까지 미진이는 전국에 있는 조향 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을 조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미리 알았다면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텐데... 4년제 대학교에 지원할 성적이 되지 않아요”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다행히 미진이의 성적으로 지원 가능한 전문대학이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을 바라셨던 부모님도 미진이의 선택에 만족하셨고 미진이도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미진이와 부모님이 모두 만족하는 결과를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갈등이 커지기 전에 서로 대화를 통해서 생각을 나누었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일이는 체육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입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체육을 전공해서는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살지 못한다고 반대하십니다. 그래서 우일이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시거나 대화를 피하십니다. 우일이는 점점 매사에 흥미가 없고 무기력해졌습니다. 이후 부모님과는 진로 이외의 사소한 일로도 자주 부딪히다가 결국 가출까지 하게 되어 담임선생님이 상담을 의뢰했습니다. 우일이는 학교 상담실에서 실시하는 문장완성 검사에서 “내가 만일 진로에 관심이 있는 다른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우일이가 느끼는 막막함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습니다.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야. 엄마가 가라고 해서 갔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내 방식대로 추구한 게 아니라 성공할 만한 것을 부모와 주변의 말만 믿고 우르르 쫓아갔다가 낭패를 보면 서로가 억울하다. 그러니 이제는 과거와 현재의 단서만으로 미래를 단정 지어 진로와 교육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사회변화와 다가올 미래를 제대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라고 제안합니다.
영화 [아이스 프린세스]에서 스케이트를 선택하려고 하버드 면접을 포기한 딸에게 엄마가 “꿈을 포기한 거냐”라고 화를 내자 딸이 말합니다. “엄마의 꿈을 포기한 거지. 이젠 내 꿈을 쫓아갈 거야”라고요.
자녀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부모가 살아왔던 세상과 다릅니다. 그래서 먼저 살아봤다는 것만으로 자녀의 진로문제에 더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하고픈 일이 있는데 엄마와 너의 생각이 다르면 너의 생각대로 해라. 네가 살아갈 세상은 엄마도 살아보지 않은 세상이라서 엄마가 더 많이 알거나 더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란다”라고 말하면서 키웠습니다. 자녀들이 부모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자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부모님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