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가 어려운 아이들 1(기초학습부진)
부모로서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고 막막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가 어느 날 “학교 가기 싫어요”라고 말하는 때를 떠올리실 겁니다. 지금의 부모님 세대는 몸이 아파도 학교는 가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개근’은 곧 성실함과 책임감의 상징이었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등교를 힘들어하는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도 않고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혹시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선생님이 아이를 미워하시는 것은 아닌지’하는 걱정에 불안해집니다. 아이의 작은 상처에도 자녀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이 부모이기에 이런 불안감은 부모님께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한편, 모범적으로만 살아왔던 부모님일수록 매일 담임교사에게 “결석을 한다”는 연락을 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낍니다. 담임교사를 번거롭게 만든다는 부담감과 함께 ‘내가 아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편감도 있습니다.
담임교사에게 “학생이 지각이 잦으니 등교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라는 전화를 받는 것도 큰 스트레스입니다. 여태까지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아본 적이 드물었던 부모님일수록 이런 전화를 받게 하는 자녀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등교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밖으로 표출되는 모습은 같지만 그 원인이 다양하기에 학교 등교가 어려운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적절한 지원과 도움이 가능해집니다.
수업이 어려워요: 기초학습 부진
지훈이는 교내 두드림 담당자에게 기초학력 부진의 원인을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아 만났습니다. 두드림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 중 복합적인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학교 내에 설치한 다중지원팀입니다. 상담교사는 혹시 학생이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시 적절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지훈이는 중학생인데도 상담교사의 질문에 문장으로 답하지 못하고 한·두 단어로 말하다가 말끝을 흐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담임교사는 지훈이가 모둠 활동이나 또래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훈이가 지능검사를 포함한 종합심리검사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학부모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에는 “지훈이가 학업성취는 좋지 않지만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다”며 검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지셨습니다. 모둠 활동에서 발표를 하고 싶은 지훈이와 지훈이가 발표를 하면 수행 점수가 낮아지는 경험을 한 학생들과의 갈등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지훈이에게 상처로 남아 점점 학교에 가기 싫어졌습니다. 걱정이 깊어진 지훈이 어머니는 결국 종합심리검사를 받으셨습니다. 검사 결과 특수교육 개입이 권고되었습니다. 지훈이 어머니는 오랜 고민 끝에 지훈이가 하루의 몇 시간씩 학교의 특수반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수업을 받는 결정을 했습니다.
상담교사로서 가장 마음 아픈 경우는 도와주고 싶어도 학생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을 때입니다.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해 학습과 대인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좌절을 경험하는 학생에게 상담교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학생이 괴롭힘이나 따돌림 같은 학교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활동을 하거나 비슷한 특성의 친구를 찾아 사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최선일 때가 많습니다.
지훈이의 경우, 어머니가 교사들의 설명을 믿고 어려운 결정을 해주셨기 때문에 지훈이가 적절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매년, 부모님의 동의를 받지 못해서 필요한 평가나 적합한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정서적인 상처를 크게 입은 채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을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고, 오래 걸립니다.
박찬선 님은 [느린 학습자의 공부]에서 “넓게 보면 경도 지적장애 학생들도 느린 학습자에 포함할 수 있으나, 이들을 전문 지식 없이 지도하기는 어렵다. 지적장애 아동들은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 훈련을 받은 특수교사의 안내에 따라 교사나 부모가 지도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래서 각 학교 안에 특수교사가 배치된 특수학급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자녀가 학업과 대인관계에서 모두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노력하면 된다”라고 말하기보다는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와 현재의 상황을 함께 바라보는 일을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교실 내에서 동일한 발달단계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교사는 학생의 어려움의 원인을 더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상담 중 지능검사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부모님은 상처받으셔서 기분 나빠하시거나 화를 내십니다. 그래서 상담교사로서 이 말이 가장 조심스럽습니다. 이 제안은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 말이 절대 쉽게 꺼내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님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