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가 어려운 아이들 2(교칙 준수의 어려움)
학교에 다니려면 학교의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학생 모두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해진 교칙을 지키는 일은 때로 학생들에게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칙을 지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때로 교칙을 어긴다고 해도 교사의 꾸준한 지도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몇몇 학생은 지속적인 지도에도 변화하지 않고,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호소합니다. 그런 학생들은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ADHD 인가요?
은지는 자신이 ADHD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서 스스로 학교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중학생이 된 이후에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다가 선생님께 지적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교칙을 어겨 자꾸 교무실에 불려 가서 지도를 받게 되니 점점 학교에 오기 싫어졌습니다. 부모님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네가 부산스럽지 않은데 무슨 ADHD냐”며 진지하게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상담실에서 상담과 심리검사를 한 결과, 은지는 ADHD증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왜 나만 가지고 그러지?" 하는 생각에 우울감까지 보였습니다. 학부모 상담에서 은지의 어려움에 대한 상담내용과 심리검사 결과를 설명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집에서는 괜찮아서 그동안 선생님들이 아이의 행동을 낙인찍어 지나치게 지적한다고 생각했다”며 바로 은지와 병원에 가보겠다고 하셨습니다.
ADHD는 복합형, 과잉행동/충동 우세형, 주의력 결핍 우세형이라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별로 나타나는 증상의 양상과 정도 그리고 공존 질환 유무에 따라 발현되는 행동에 차이가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여도, 속으로는 끊임없는 자극과 충동, 산만함을 조절하느라 지쳐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은지처럼 자신의 어려움이 ADHD로 인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어른들의 ‘할 수 있는데 안 한다’, ‘게으르다’라는 평가에 자신의 어려움을 의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가 필요한 ADHD를 방치하면 다른 공존 질환들이 생기기 쉽습니다. ADHD 증상을 감소시키려는 어른들의 다양한 훈육으로 인해 “나는 왜 자꾸 지적받을 행동을 할까”라고 자기 비하를 하는 우울증이 생기거나, ‘왜 나한테만 그러냐’는 반발심에 적대적 반항장애(ODD)가 되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학업의 결핍들이 생겨 기초학력부진 학생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치료가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ADHD 약의 부작용이 걱정돼요
민지는 중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충동성을 제어하지 못해서 수시로 교칙을 위반하고,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 기초학력부진 학생으로 분류됐습니다. 학부모 상담 시, 이미 병원에서 ADHD 복합형으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권유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약의 부작용이 걱정되어 아이에게 약을 먹이고 싶지 않아서 치료를 미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관계가 멀어지고, 이제는 부모님이 원해도 민지가 약을 거부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황희성은 [아무도 모르는 나의 ADHD]에서 “ADHD 특성과 연관되어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약물치료가 필수이다. ADHD는 뇌의 구조, 호르몬 분비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합니다. ADHD 증상은 학업이나, 관계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의 발생이 빈번합니다. 간혹 부모님들은 자녀가 조금만 노력하면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ADHD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ADHD는 조기 치료가 필요해요
은수는 학교에서 교칙을 수시로 위반하고 이를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크게 분노하여 여러 차례 과격한 행동을 했습니다. 학부모 상담 결과, 어머니는 “예전부터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었지만 교사가 아이의 특성을 잘 파악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사춘기가 되니 부모님의 훈육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다"고 했습니다. 은수는 부모님, 교사뿐 아니라 또래와도 계속해서 갈등을 경험했습니다. 학교 적응을 위해서는 병원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결국 은수는 병원에서 ADHD와 적대적 반항장애 진단을 받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조기에 ADHD 진단을 받고 꾸준하게 치료를 받은 학생들은 청소년기에 특별한 어려움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톡톡 튀는 그들의 생각이 또래나 선생님들에게 즐거움을 줍니다. 또 원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능력으로 학업적으로 우수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조기에 발견되지 못했거나, 약물복용에 대한 선입관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다양한 문제를 경험합니다. 학교 상담실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기초학력부진 학생으로, 학생생활교육위원회 대상 학생으로, 학교폭력의 가·피해 학생으로 만나게 됩니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심각성을 느껴 부랴부랴 병원에 가지만 이미 청소년기에 접어든 ADHD 학생은 약물치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동안 받은 많은 상처들과 ADHD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경험들이 치료를 거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교칙을 지키는 것을 힘들어서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면 자녀의 속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오해해서 지나치게 지도한다고 생각하거나, 아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왜 나는 자꾸 지적받을까?”, “왜 나만 가지고 그럴까?”하는 속상함과 억울함으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ADHD라는 진단이 낙인이라고 생각해서, 혹은 약의 부작용이 걱정되어 치료를 미루다가 자녀가 공존 질환으로 더 큰 고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학교 상담실은 아이들의 고통을 대신 표현하는 신호등일지도 모릅니다. 자녀가 보내는 작은 신호를 지나치지 않기 위해서 학교 상담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러두기
이 글의 사례는 개인의 사례가 아니며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상황들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일부 설정은 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