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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ann Oct 14. 2024

한 그루의 사과 나무 #3

- 단편소설 -

[작가의 말]

얼마전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조회수 5,000을 넘었다는 메시지에 조금 의아했다.

무엇이 이 글을 클릭하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내 글에 독자분들이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보답해야 하는것이 인지상정! ^^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기존에 썼던 단편을 최대한 더 짧게 재구성한 스마트 소설이었다.

소설집 <흐린날엔 바로크 그리고 사이폰커피>가 출간되어 스마트 소설 몇 편을 브런치에서 삭제했었다.

나의 단편들이 브런치에 올린 스마트 소설의 일부였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조치였다.

그런데 <한 그루의 사과나무는> 소설집에서 제외했었다. 그덕분에 아직 브런치에 살아있다.

관심을 기울여 준 고마운 독자들을 위해 <한 그루의 사과 나무> 원래 단편 그대로를 순차적으로 올려본다.


윈드와의 만남은 그러니까 지난해 급작스레 몹쓸 병이 덮치기 직전이었다.  

    

“저…. 죄, 죄송합니다.”


“네? 뭐를요?”


만나자마자 나의 사과에 그녀가 당황했는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우 앳되고 아리따운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잔뜩 위축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실제로 보니…. 제가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죠?”


나의 말이 생뚱맞게 들렸는지 그녀는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니, 전혀! 제 고객 대부분 나이가 많아요. 그런데 오빠는 그다지 많아 보이진 않은데….”


그녀의 말치레에 나는 “하긴, 내가 좀 동안이긴 하지.”라며 응수하자 그녀가 또 한 번 웃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붙임성이 꽤 좋아 보인다는 거였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와의 대화가 늘어나자 내 판단이 절대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객 중에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정말 최악이었어요. 나이 문제가 아니에요.”


그 늙은이가 손녀 같은 자기에게 어찌나 주책을 부리고 치근덕거리던지 곧바로 환불 해준 후 두 번 다시 안 볼 요량으로 블랙을 걸었다고 했다.


“블랙을 걸다니? 그게 무슨 말…?”


“블랙 리스트에 올려서 다시는 안 볼 사람이요. 연락처 차단!”


“아, 그럼 혹시 나도…. 오늘 만남 이후에 블랙 걸 건가요?”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그럴 리가요. 규칙만 잘 지켜주는 고객이라면 절대 그럴 일 없어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녀가 말한 규칙이란 건 과도한 신체접촉 제한이었다. 

다만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정도의 가벼운 스킨쉽은 허용됐다. 

그것은 이른바 옵션(option) 항목으로 일만 원씩 추가 금액이 따로 붙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 이후 나는 얼마 후 다시 그녀를 두 번째 만났었다. 

첫 만남 장소였던 식당과 카페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었는데 의외로 둘 사이의 대화가 너무 잘 이루어졌었다. 나이 차가 족히 20년을 훨씬 넘겼지만 그건 정말 숫자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옵션을 추가하여 그녀와 손깍지를 끼고 한강으로 야경을 보러 갔다. 

대여한 텐트를 가지고 잔디밭에 자리 잡고는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주변을 꾸몄다. 

한강 잔디밭에 앉아 라면을 먹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소소한 일상은 나에게 처음이었다. 


“여자 친구를 빌려준다는 기발한 생각을 일본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나의 말에 윈드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런 말이 어딨어. 여자 친구를 왜 빌려주는데? 그럼 정말 미친 거 아냐?”


“말하고 나니 이상하긴 하네. 그런데 렌탈 여친을 직역하면 그렇잖아. 임대 여친.”


“말이야 어떻든 일본 사람들 상상력 하나 풍부한 건 인정해줘야 해.”


“그런데 상상력 풍부한 건 일본인이라면 응용력 풍부한 건 우리나라 사람이지. 일본에서 건전하게 시작된 렌탈 여친이 우리나라 와선 완전 변태적으로 변해버렸잖아.”


그녀가 인정한다면서 깔깔 웃으며 나의 팔꿈치를 툭툭 쳤다. 

남성 고객들이 시간당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여성과 만나 가벼운 데이트를 즐기는 일본 문화가 국내에선 애인 대행 서비스로 불리며 불법 성매매 수단으로 변질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여성 고객들을 상대로 이른바 떴다방식 ‘호스트바’가 변칙적으로 성행하여 사법당국이 렌탈 여친/남친 적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제보가 없는 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 적발이 쉽지 않았기에 불법적인 음성적 만남은 곳곳에서 자행됐다. 


이런 안 좋은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겠다며 그녀는 조만간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말벗이나 임시보호자가 되어주는 서비스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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